마이컴 1993년 9월호 - 사람과 사람들 

 음악 소프트웨어 '클래식-B' 개발자 김재년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울인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한 번쯤은 외도를 생각했을 법도 하지만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그의 열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상복이 많다면 많은 그는 음악 프로그램만 가지고 큼직한 상을 세 개나 받았다. 그가 만든 클래식은 지금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 세계에 잔잔하지만 쉬 가라앉지 않을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 때부터 손대기 시작 

'새로운 도약에의 길'을 주제로 한 대전 엑스포가 6일 막을 올렸다. 전세계 1백 8개국에서 참가, 엑스포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대전 엑스포는 11월 7일까지 93일 동안 벌어 진다.

 

한국통신의 정보통신관 한 쪽에서는 한오백 년, 북치는 소년 등 구슬프거나 흥겨운 음악이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어, 컴퓨터가 음악을 연주하네?”. 신기하고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컴퓨터 음악은 그냥 지나치려 하던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아 놓기에 충분한 모양이다.

 

한오백년을 연주하면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는 가야금, 천둥 드럼, 드럼 세트, 신스 보이스, 사쿠하치(일본 대금), 오카리나 (진흙으로 만든 일본의 피리) 등 여러 악기음의 강약이 표시된다. 음악이 끝나자 모니터에는 곡 감상 하기(초보자용), 컴퓨터 작곡(중급자용), 작곡해 보기(고급자용)의 메뉴가 떠오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꼬마가 튀어나와 터치 스크린으로 된 모니터 화면에 손으로 곡 감상하기를 선택한다. 모니터에는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한, 첫 발자욱, 아드리느를 위한 발라드 등의 곡명이 나타난다. 꼬마는 북치는 소년이 만만한 듯이 북치는 소년을 선택한다.

 

외국인을 위해 안내문은 영문으로도 표시됨은 물론이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이 음악 프로그램은 올해 설흔 살 난 김재년씨가 만든 소프트웨어이다. 

 

컴퓨터 뮤직 전문점인 오딧세이 소프트 대표이기도 한 그가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부터이다.

 

 


클래식-A로 체신부 장관상 수상
"83년 입학 기념으로 아버님이 8비트 애플 컴퓨터를 사 주셨어요" 선물로 컴퓨터를 받은 그는 컴퓨터 공부에 빠져들었고 그 중에서도 컴퓨터가 소리를 내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후 ‘곡 편집'에 심취하기 시작, 사운드 카드인 머킹보드 등을 사용하지 않고 PC 스피커로 3중 화음을 구현하거나 음성을 편집할 수 있는, 보이스 에디터의 기능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86년 전국 PC 경진대회 공모부문에 출품, 체신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 보았다. 그러나 이미 85년 12월에 군에 입대하여 군복무 중이어서 공모전 출품은 형님이 대신해 주었고 시상식에는 특별히 부대장의 외박 허락을 받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상으로 받은 8비트 컴퓨터인 MSX로 PSG (Programmable Sound Generator) 제어 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우 전자에 납품을 하기도 했으며 그 이전부터는 본지(당시 컴퓨터 학습)의 사운드 관련 필자로 활약하기도 하는 등 8비트 컴퓨터에서는 팔방 미인으로 통했다.

 

88년, 군에서 제대한 후 IBM-PC를 구입한 그는 89년 음악 작곡 및 효과음을 낼 수 있는 클래식-A를 만들어 그 해 PC 경진대회 공모 부문에 응시, 또 다시 체신부 장관상을 따냈다.

 

C와 어셈블러로 짠 클래식-A를 만들 때만 해도 국내에는 아직 애들립 등 사운드 카드가 대중화 되어 있지 않아 상품으로서의 값어치는 충분했지만, 얼마 후 애들립이 대량으로 보급 되면서 결국 상품화를 포기해야만 했다.

 


상복 운이 있는 김재년씨가 이처럼 곡 편집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지나온 그의 행적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피아노를 비롯하여 기타도 배웠고 대학교 시절에는 고교 동창들과 아마추어 보컬팀을 구성하는 등 음악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소질을 갖고 있었다.

 

또 군 복무시절, 소속 중대 악단에서 전자 오르간을 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험이 밑받침 되어 다양한 기능의 클래식 시리즈를 탄생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깊은 매력

김재년씨는 철저한 독학과이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지만 전공보다는 음악 소프트웨어인 클래식-A를 계기로 음악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일로매진(一路題進: 한 길로 곧장 힘차게 나아감)키로 결심, 프로그램을 짜는데 필요한 언어를 혼자서 책과 씨름하며 배웠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컴퓨터 언어는 C와 어셈블러로 이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모두 독학으로 터득하였다. 이에 대해 김재년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 여섯 달 동안은 까막눈 상태에서 남의 프로그램을 보고 리스트만 입력했지요. 그러던 것이 2년 정도 지나니까 웬만한 프로그램은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더라구요. 모른다고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돼요. 이건 내가 모르는 건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곤란해요. 몰라도 무조건 계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화가가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듯이 소프트웨어 역시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데 깊은 매력이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부품이 없으면 직접 만들 수는 없거든요."

89년 10월 무렵부터 대학 동창과 후배들이 주축이 되어 용산 전자상가에 매장을 낸 김재년씨는 형님으로부터 오딧세이라는 상호명을 지어받았다.

 

아마도 오디세우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의 배 안에 군사들을 숨기는 계략을 쓰는 등 지장으로서 그리스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율리시스라고도 함)처럼 소프트웨어 업계의 영웅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리라.


현재 최종 완성 단계에 있는 데스크 뮤직 시스템인 곡 편집기 클래식-B는 금년 제 7회 한국 소프트웨어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미국의 케이크워크와 일본의 발라드의 장점을 골고루 취합, 건반을 두드리면 눌려진 건반에 알맞는 음표가 화면에 표시될 뿐 아니라, 음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케이크워크는 편집 기능이 많은 대신 초보자가 사용하기 어렵고, 초보자에게 알맞는 발라드는 단순한 음악 편집용으로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클래식-B 소리 편집기는 91년에 시판되었다.

 

 


해외 시장 노린다

자신이 직접 만든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긍심을 갖게 마련이지만, 김재년씨의 경우는 특히나 그러하다. "클래식-B 곡 편집기는 실제로 건반을 두드리면서 작곡이나 편집을 하기가 쉬워요. 시퀀서보다 기능이 좋아 외국 제품과 경쟁해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내보다는 미국이나 일본 등의 시장을 겨냥할 계획입니다."

 

음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다룰줄 아는 능력과 음악적 지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만 된다는 그 역시 대개의 프로그래머들이 그러하듯 주로 한 밤중에 작업에 몰두한다.

 

"낮에는 전화나 여러가지 잡다한 일들이 많아 집중하기 어려워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즉시 컴퓨터로 실행해 봐야 하는데 낮에는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의 경우는 새벽에 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잠은 새벽 4시나 아니면 아침 8시에 잡니다."

 

IBM-PC/AT 이상과 2메가바이트의 램에서 사용 가능하며 애들립에서부터 미디까지 지원하는 클래식-B 곡 편집기에는 세 가지 버전이 있다.

 

스탠다드 버전과, 프로 버전, 그리고 스페셜 버전이 그것으로 기본 포맷은 비슷하다. 미디를 지원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타이머를 비롯한 RS-232C, 키보드 등 컴퓨터의 거의 모든 부분을 콘트롤 해야하는 까닭에 어려웠던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템포나 박자 등을 한꺼번에 콘트롤 해야 하므로 메모리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며 실시간 에디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미디 파일 구조를 잘몰라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그에 관한 자료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래서 책 등 필요한 자료는 미국에 직접 주문을 하기도 했고 또 PC 통신에 올려져 있는 자료를 참고하기도 했어요."

 

그의 연구실에는 믹싱 장치를 비롯하여 전자 키보드, 각종 모듈, 앰프, 사운드 캔버스, 486 PC 등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필요한 수 천만원 상당의 각종 장비들이 있다.

 


걸어서 하늘까지의 음악에 맞추어 스텝 모터 조절을 통해 안경 쓰고 헤드폰 쓴 콜라 깡통이 홍에 겨워 좌우로 몸을 흔들어 댄다. 파란색, 빨간색의 꼬마 전구는 순간 순간마다 콜라 깡통의 흥을 더욱 돋구어 준다. 춤을 추는 콜라 깡통에 마이크를 쥐어 주었다면 아마도 '마이웨이'를 멋드러지게 불렀을 것이다. 김재년씨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9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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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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