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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컴 1993년 9월호 - 21세기 최첨단 연구소 8 

 컴퓨터를 사람처럼, 중앙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 

 

 

 


컴퓨터가 사람을 지배한다?

92년 3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마이컴에 연재됐던 이성수씨의 과학소설 '스굉크스의 저주'에는 사람과 싸우는 생각하는 컴퓨터가 등장한다.

 

새로운 생물들을 스스로 창조해서 그 인류로 하여금 현 인류를 파괴시키려는 스핑크스 컴퓨터와 지구를 구하려는 '오이디푸스 특공대'와의 흥미진진한 싸움이 소설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다. 소설의 종반에 이르면 스핑크스 컴퓨터와 주인공 영훈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그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시간을 벌려는 생각은 하지마. 지금쯤이면 자네의 분신인 '엑스컬리버'도 거대한 시한 폭탄에 의해서 날아가 버렸을 거야. 무우인의 비밀기지를 출발하기 전에 나는 조금만 원자폭판의 위력과 맞먹는 1메가톤짜리 시한폭탄을 설치해 놓고 왔어. '엑스 컬리버'는 우리 오이디푸스 특공대원을 도와주고 있었지만, 사실은 스핑크스 너의 조종을 받는 컴퓨터였어. 그동안 감쪽같이 속아왔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스핑크스 너의 생각처럼 멍청하지만은 않아."


스핑크스의 고통스런 목소리가 느껴졌다. 쇠덩어리로 만든 컴퓨터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소설을 보면 여기 등장하는 스핑크스 컴퓨터는 분명히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낀다. 아니, 단순히 생각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인류를 창조했고, 지배했으며, 마음대로 인류를 파괴하고 개조하고자 한다. 정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세상의 과학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소설가들의 상상력 속에서 먼저 움이 돋았다. 로보트도 그렇고, 달 탐사도 그렇다. 로켓트를 발사하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컴퓨터 버튼 하나로 전쟁을 치뤄내는 대단한 과학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감히 누구도 그저 소설속의 이야기로만 여기지 않는다. 누가 감히 그런 단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컴퓨터는 생각하는 같대" 라는 명언이 나을 날도

한창 각광받는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지속된다면 어떤 결과를 거두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는 사람이 입력한 내용을 그대로 계산을 한 후, 그 결과를 출력해 주는 단순한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입력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 사람이 잘못 지시하면 컴퓨터가 출력해 주는 내용도 반드시 틀린다. 모든 것이 사람 손에 달렸다. 겉으로는 만능처럼 보이는 컴퓨터도 한꺼풀 벗겨보면 실상은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멍텅구리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멍텅구리는 가끔 불편하다. 웬만한 내용은 적당히 알아서 실행을 해주면 편할텐데, 꼭 곧이곧대로 데이터를 입력해야만 한다. 불만이 누적된 사람들은 생각하는 컴퓨터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때를 맞춰 이에 대한 가능성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 분야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도 생겨났다.

 

지금 중앙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실에 모여 있는 젊은이들도 그런 이들에 속한다. "새로워서", "앞으로 전망이 있을 것 같아서", "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만들고 싶어서"가 이들이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든 이유이다. 물론, 아직은 기대치만 크다.


"지금은 오히려 인공지능 열기가 사그라든 감이 있지요. 작년까지만 해도 한창 기업도 학계도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인공지능 붐이 일었는데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연구실장 김기태 교수는 인공 지능 분야 연구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아직은 인공지능 분야에는 "이거다"라고 확실히 내놓을 성과가 별로 없다. 워낙 종이와 연필을 주요 도구로 쓰는 이론 연구가 앞선 탓이다.

 

 

 

 

아직은 말만 무성한 이론정립 단계

1979년 9월, 중앙대학교 전산학과 내에 설치된 인공지능 연구실은 지금, 퍼지이론, 전문가 시스템 (Expert System), 케이스 베이스드 추론(Case-Based Reasoning), 유전자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 등에 관해 연구한다. 

 

물론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는 인공지능 연구가 시작된 배경(상자기사 참조)이 워낙 말뿐인, 더욱 정확히 표현하면 인간의 생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할 연구 분야였기에 더욱 이런 현상이 심한지도 모른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 분야의 끝이 안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이 하고 있는 연구분야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은 특정 영역의 지식을 이용하여 인공지능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분야이다. 유전자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은 유전공학과 인공지능 분야를 결합한 연구분야로서 열성과 열성 유전자를 결합해 보거나, 우성과 우성끼리 결합해 보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거쳐 우성 유전자 모델링을 해 보는 작업이다.


퍼지 논리는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기본 이론을 제공하며 퍼지 전문가 시스템의 기초 이론이 된다. 자동 프로그래밍은 프로그램 스펙만 입력하면 프로그래머들이 작성한 것과 같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자동 프로그램 도구를 개발하는 분야로 인간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적 행동의 예가 자연어 이해와 학습이다. 인간이 보여주는 이런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인공지능 프로 그램화하는 하는 것이다.

 

 

 


작은 결실부터 차근차근 추수하며 

이들이 하고 있는 연구는 이론적인 부분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하냥 허공만 쳐다보며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세월을 보내는 건 아니다. 지금 자신들이 정립해 가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두개는 완성을 했고, 지금 또 한 프로젝트를 끝내가고 있는 중이다.

 

가냘프기는 해도 새로 돋아나는 새싹의 기운이 풋풋하다. 이들이 마친 프로젝트는 중앙대 중앙문화연구소가 지원한 '특정질환진단 전문가 시스템의 설계 및 구현', '퍼지 전문가 시스템 개발 도구의 원형 개발에 관한 연구'이다. 지금은 미래산업 수주로 'IC 자동검사시스템을 위한 지능형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특정질환진단 전문가 시스템의 설계 및 구현'은 신장의 기능중 산-염기 평형 조절의 장애로 발생하는 산-염기 질병을 진단해내는 전문가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이다. 전문의의 진귀한 의학 진단 지식을 컴퓨터에 입력해,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의학 분야에는 의사의 진단 행위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대행할 수 있는 보조도구로 사용하는 데서, 전산쪽에서는 인공지능 연구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데, 또한 개발된 시스템을 조금 더 확장하여 의대생의 교육도구로도 사용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


'퍼지전문가 시스템 개발 도구의 원형 개발' 연구는 전문가 시스템의 지식 베이스를 구축할 때 전문가가 제공하는 전문지식을 이용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전문지식은 불완전하고 모호 할 때가 많다. 이런 지식은 기존 전문가 시스템으로는 처리가 안 됐다.

 

바로 이 불완전하고 모호한 지식을 지식 베이스에 표현하기 위해 퍼지 개념을 도입한 것이 바로 두번째 프로젝트의 연구 내용이었다.

 

'IC 자동검사시스템을 위한 지능형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반도체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등급을 확인해 주는 시스템이다. 본래 IC 테스터기는 사람이 작동시키던 것이었다. 그러나, 테스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황 파악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때문에 에러가 많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전문가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화면에 직접 보여주고 기계를 사용할 때 이상한 점이 있으면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상태로 셋팅도 가능하고 병렬 수행도 가능하다"고 1차 연구 마지막 정리단계에서 보고서를 쓰던 이재필씨(석사과정)는 설명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 볼랜드 C++로 작성해서 윈도우 상에서 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시스템은 전문가가 개입하지 않고도 일반 노동자들도 이 시스템을 통해 전문가처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라고 옆에 서 있던 이헌주씨(박사과정)가 내용을 보충한다. 인공지능의 아주 기초적인 형태이지만 산업 현장에서 응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퍼컴과 주변 연구실은 살가운 연구 파트너

중앙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실은 자신들의 연구 성과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 만족한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현재 놓여진 그 자리를 좋아한다.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수퍼컴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들여놓은 1991년 IBM 3090-150J/VF 수퍼 컴퓨터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랜(LAN)으로 학교를 촘촘히 연결해 놓은 탓에 수퍼컴을, 바로 앞 책상위에 놓인 PC처럼 쓸 수 있다.

 

과학 기술 분야는 정밀하게 해석하고 분석해 내려면 복잡한 계산식을 정확히 풀고, 방대한 자료의 신속한 처리가 필수적이다. 기존 이론이나 실험으로 처리하기 매우 힘들다. 초고속의 대용량 수퍼 컴퓨터 활용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수퍼컴퓨터는 시뮬레이션과 같은 기법을 원할히 실현해 줌으로써 그저 머릿속으로만 진행하던 이론을 실제 상황처럼 실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 수퍼컴의 도움과 함께, 인공지능 연구실은 공대 5층 건물에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다른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큰 도움을 받는다.

 

오브젝트 중심의 프로그래밍, 디자인, 모델링, 랭귀지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연구실', 컴퓨터 시스템의 최근 연구동향에 따라 분산처리시스템, 차세대 운영체제, 멀티미디어 파일 시스템 등을 연구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연구실', 차세대 컴퓨터 이론, 분산 처리 시스템 개발, 멀티미디어 파일 시스템, 다중 프로세서 운영 체제 커널 디버거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컴퓨터시스템연구실', 컴퓨터와 인간의 인터페이스 방법, 이 중에서 시각 정보 처리에 주력하는 '컴퓨터 비전 연구실’, 데이터베이스 엔진 개발, 분산 데이터베이스,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 등을 연구하는 '데이터베이스 연구실', '사진보다 더 정교한 진짜 이미지 생성'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랜더링 기법 등을 연구하는 '컴퓨터 그래픽스 연구실' 등이 있다.

 

앞으로는 다중학문이 대세를 이뤄서, 굳이 연구 분야가 나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많다. 이제 독립된 한 분야만을 안다고 홀로 독야청청 서 있기에는 사회의 요청이 너무 복합적이고 다기능을 한꺼번에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살가운 이웃을 둔 이들은 좋은 자리, 좋은 환경에 앉아있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9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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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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