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10월호 - 이달의 포커스
불꽃 튀는 워드프로세서 시장, 지각 변동 조짐 보인다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그 어떤 분야보다 여문 곡식들로 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뜨거운 태양아래 쥐죽은 듯이 잠잠하던 국내 한글 워드프로세서 업체들은 9월 들어서면서 첫날부터 한글과 컴퓨터 '아래한글 큰잔치 '93'을 신호탄으로 휴먼컴퓨터의 글사랑 발표회, 한컴퓨터주식회사의 사임당 프로 발표, 한메소프트의 파피루스 발표 등 신제품 발표가 잇다르고 있다.
이런 분주한 움직임은 지난 달 이미 선보인 한국 후지쯔의 '오아시스/WIN, 핸디소프트의 '아리랑' 등 의 발표와 한걸음 늦게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인 금성소프트웨어 '하나워드' 등과 더불어 불꽃튀는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각축전을 예측케 한다.
지금껏 '아래한글'의 독주가 당연하던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에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각 업체의 마켓팅 전략 발표회가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지금이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고까지 표현할만한 '아래한글'의 독주에 제동을 걸만한 계기가 없었다. 그러나, 응용 소프트웨어를 좌지우지하는 운영체제라는 주춧돌이 흔들리면서 관측자들은 변화의 조짐을 읽는다.
운영체제는 곧 'DOS'라는 절대 불변의 진리가 해가 뜨고 달이 뜨고 시간이 가면서 그 사실 여부를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도스는 절대사항이 아니고 선택 사항이 되고 있다. 벌써부터 윈도우를 선택한 사용자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게다가 대세는 이미 윈도우로 기울고 있다는 데 바로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변화는 어찌보면 필연적인 듯 해 보인다. 물론, 아직 그 기미는 미미하다. 그러나, 새로운 주춧돌이 놓아지면 워드프로세서라는 그 중심 기둥을 어디서 차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키 어렵다.
이때문에 한쪽은 불안을, 또 다른 한쪽은 이제 해 볼만하다는 상반된 감정을 갖는 것이다. 한글 워드프로세서 개 발업체들의 이런저런 발빠른 움직임들은 예기치 못할 돌발 사태도 아닌, 삼척동자도 알만한 명약관화한 변화의 시기라는 업체의 판단을 반영하는 것이다.
도스가 윈도우로 운영체제 대권을 이양하는 이 준비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윈도우 시장을 누가 선점하는 가로 이어져, 이후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을 바로 그 전환기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신제품 2.1을 발표하며 여전히 도스 시장에 강한 미련을 보이는 한글과 컴퓨터, 윈도우에 일찍부터 발을 들여놓은 상태인 휴먼컴퓨터와 이보다 뒤늦게 윈도우 시장에 파고 든 한국 후지쯔의 등장, 윈도우의 특성을 보이면서 도스를 기본으로 하는 사임당 제품 기능 향상으로 올 가을을 준비하겠다는 한컴퓨터주식회사 등등. 각 업체는 각기 혼란기에 대비한 나름의 포석을 깔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각 업체에게 공통으로 놓인 초강력 장애물은 윈도우를 개발한 외국 업체들의 역공이다. "윈도우 응용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가도 우리 업체들이 워드 시장을 주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 어렵죠. 국내 워드 시장을 탐내는 외국 업체들의 반격이 대단할 것입니다. 이미 상당 부분 준비를 마쳤을 것"이라는 어느 개발업체 관계자의 발언은 지각 변동을 노리고 활발히 움직이는 수성(成)의 입장에 있든지, 국내 업체 모두 앞에 공통으로 놓여진 숙제가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사용자들이야 혼란이건 혼돈의 시기인건 업체에서 저마다 내놓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본격적인 '소비자'가 된다는 데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우리 소비자들은 그 때도 지금처럼 우리 워드프로세서를 잔뜩 벌려놓고 골라야 하는 행복한 소비자로 남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성숙 기자
춘추 전국 시대를 마감하는 유닉스
얼마전 윈도우 NT가 발표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것은 윈도우 NT가 PC와 워크스테이션을 모두 지원하는 새로운 OS 표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닉스 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서로 고유의 아키텍처를 고수하면서 호환이 불가능했던 유닉스 부분이 하나 이루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일, 세계 70개 주요 유닉스 시스템 공급 업체들은 여러가지 유닉스 버전들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발표는 완벽한 표준을 마련하여 공통 유닉스 OS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가되 데이터 호환을 위하여 핵심 OS의 인터페이스 사양을 표준화한다는 것이었다.
표준 인터페이스는 유닉스의 두 기둥을 이뤄왔던 OSF(Open Software Foundation)와 UI(Unix International) 협회가 검토한 후에 X/OPEN에 제출되며, X/OPEN은 인터페이스 테스트 및 이 사양에 대한 인증과 지속적인 발전에 대해 책임을 담당하게 된다.
이 인터페이스의 통합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각 애플리케이션을 한가지 버전만 개발하여 모든 유닉스 시스템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시 컴파일하기만 하면 된다. 또한 사용자들도 지금까지 특정 워크스테이션을 선택하였을 경우 그 기업에서 만든 유닉스 응용 프로그램 만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번 인터페이스 통합으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유닉스 인터페이스 통합 발표는 윈도우 NT에 연이은 발표여서 윈도우 NT에 대한 단순한 대응책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강인두 부장은 "물론 단순히 윈도우 NT를 견재한 발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번 통합안 발표는 93년 3월의 COSE 결성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COSE(Common Open Software Environment)는 1993년 유닉스 통합을 위해 6개 회사가 결합하여 만든 단체로 현재 디지털사가 가세하여 7개의 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윈도우 NT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단독 기술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통합된 유닉스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면 모든 가입 회사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해 갈 수 있으므로 더 좋은 OS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윈도우 NT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단독 공급이며, 프로그램 개발자가 개발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지만, 통합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유닉스 프로그램의 경우 다중 공급이 이루어져 사용자의 선택폭이 넓어지게 되고, 기술 사용료가 없어 누구나 채택할 수 있다"고 강인두 부장은 덧붙인다.
어쨌거나 각 하드웨어 업체마다 다른 유닉스 OS를 채택하여 서로의 데이터 호환이 불가능했음을 생각할 때 사용자나 프로그래머들에게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워크스테이션급의 가격 인하로 많은 사람들이 워크스테이션과 데스크톱 컴퓨터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이미 데스크톱 시스템을 서버로 이용하는 등 워크스테이션의 외형과 크기에서부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부분에서도 윈도우 NT와 함께 유닉스 인터페이스 통일안 채택으로 각 시스템간의 호환성이 대폭 확대되었으면하는 바램이다.
나혜원 기자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10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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