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100장면 - 60. 황제의 충성스런 부대
팔기군의 성립(1616년)
만주족은 지리적인 생활조건으로 말미암아 유목생활이 중심이 되었으며 그들의 사회조직도 그들의 생활특성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팔기제다.
청의 건국자 누르하치는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부족단위로 흩어져 살던 만주족들을 모아 대세력을 형성하게 되자 사회 및 군사조직을 정비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부족집단들을 4개의 묶음으로 하여 노랑, 빨강, 남색, 백색의 4가지 색의 깃발로 구별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팔기가 아니라 사기였던 셈이다. 그후 나중에는 4기를 더 만들어 팔기로 했다.
이것은 마치 신라가 삼국을 통합하면서 고구려, 백제 출신들까지 부대를 편성하여 9서당을 만들었던 것과 비슷하다. 팔기의 기나 9서당의 당은 모두 깃발을 의미하는 한자다.
팔기의 기본단위는 니루인데 1니루는 300명의 장정이다. 국가는 니루를 기본단위로 하여 군대징발, 장비 마련, 요역, 노동력 징발을 했다. 5니루를 1잘란, 5잘란을 1구사로 편성했고 구사고 곧 기가 된다.
따라서 한 기는 산술적으로 하면 7천 5백 명의 장정이 속해 있는 집단이 된다. 각 기는 유력한 대표자들에 의해 통제되었고, 만주족을 통일한 누르하치도 전 부대를 다 장악하지 못했다.
태조의 뒤를 이어 태종 홍타지에 이르면 정복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몽고족, 한족들을 중심으로 몽고 팔기와 한인 팔기를 따로 편성했다. 물론 군사력의 핵심은 만주팔기였다.
마침내 만주족이 이자성군을 몰아내고 북경에 들어와 중국대륙의 주인이 되자 당연히 만주 팔기들도 대부분 북경성 내에 거주하게 되었다.
원래 팔기제는 행정조직과 군사조직의 기능을 병행하는 것이었는데, 만주뿐만 아니라 중국의 넒은 대륙을 다스리게 되자 부족적인 팔기체제로는 중국대륙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없었다.
청은 한족들을 통치하면서 명나라 때부터의 제도를 계승하여 군현제를 신시했다. 따라서 팔기는 이제 행정적인 기능보다는 군대조직의 의미로 굳어지게 되었다.
팔기병은 청의 군사력의 핵심이 되어 북경 수비뿐만 아니라, 국경이나 군사상의 중요한 지역에 주둔했다. 특히 황색 깃발의 황기와 백기는 황제 직속의 부대였다.
중국을 지배하게 된 만주족은 지배 신부층으로서 많은 특권을 누렸는데, 그들의 경제적인 기반은 기지였다. 이는 팔기군에 편성된 만주족이 군대에 복무하는 대가로 지급받은 땅으로, 보통 정복지를 넓혀갈 때 정복한 땅이 지급되었다.
물론 소유자인 만주족은 그것을 직접 경작하지 않았고 한족 노예들을 시켜 경작하게 했다. 이 땅에는 세금이 면제되었기 때문에 한족 중에서 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땅을 기지로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경작을 담당했던 한족 노예가 고통을 견디지 못해 도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기지는 전호(소작인)들에 의해 주로 경작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원래 이 땅은 팔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점차 매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어 이를 막을 수 없게 되자 아예 매매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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