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4년 1월호 - 기획, PCI 버스, 베사를 언제쯤 추월할까

 

 

 

 

 

떠오르는 486, 기능 중시 풍조 

유행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제5회 정보 산업 분기 경기동향을 조사, 발표한 1993년 10월 자료로 파악한 우리 PC 시장의 오늘은 이렇다. 486급 PC들이 국내 PC의 주력 기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표1>에는 상위 기종으로 몰려가고 있는 PC 수요의 물결이 훤히 드러나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56.2% 와 29.8%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던 386급 PC와 486급 PC의 공급비중은 불과 두세달만에 거의 같은 수준이 되었다.


상위 기종 PC의 보편화를 보여주는 정보산업연합회의 결과는 마이컴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던 설문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1월호 특집 참조). 현상의 원인이야 여럿을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윈도우와 같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지원하는 대용량 소프트웨어의 등장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은 잘 쓰고 있던 컴퓨터도 갑자기 불만스런 고물로 전락시켰고, 더구나, 30%를 넘게 차지하는 286 사용자들이 386은 건너뛰고 곧장 486 품안으로 달려갈 가능성이 다분함을 감안한다면, 내년을 486 전성기로 파악해도 큰 무리 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86. 이 기종은 개인용 컴퓨터의 거의 최종 단계에 다다른 PC 급이다. 그만큼 대단한 기능을 가졌고, 그를 구현하기 위한 신기술이 다양하게 채용되어 있다. "아는 만큼 느낀 다"고,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기술이나 기능에 사용자들이 눈과 귀를 집 중시키고 뭔가를 찾고자 함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일반 등의 구별없이 공히 컴퓨터 선택의 최우선 조건에 가격을 제치고 기능을 선택한 마이컴 설문조사의 결과는 이런 주장에 무게를 가일층 실어준다.


이런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93년은 굵직한 기술 발표가 잇달았던 한해였다. 크게 기억나는 것만도 환경 보호 개념을 도입한 그린 PC, PC용이라고 부르기조차 쑥쓰러울 정도의 고기능 마이크로프로세서 발표, 지역 버스를 채용한 PC 발표 소식 등등. 이중에서도 지난 93년을 한층 뜨겁게 달구고, 94년까지도 사람들의 관심을 들끓게 할 기술은 바로 '버스'이다.

 

 

 

 

PC 시장에 터진 네이팜탄, 지역 버스 

버스가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시스템 아키텍처의 한계 상황 도래와 이의 개선을 원하는 요구 팽배와 그 궤를 같이한다. 신기술을 채용해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성취한 PC 부품이 날로 늘어가면서, 이를 잘 엮어 제 성능을 발휘케 할 시스템 아키텍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빨라진 CPU가 약속해야 하는 PC의 성능 향상은 바로 이 느린 입출력 버스에게 저당잡힌 셈이었다. 시스템 아키텍처 한계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느린 입출력 버스가 비판의 표적이 됨은 자명한 일이었다. 지난 10여년간, 별 개선없이 묵묵히 침묵 하던 PC 버스 분야에 드디어 전쟁통에 네이팜탄 터지듯이, 논쟁거리가 폭발적으로 쏟아진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이렇게 시작된 버스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위어가지 않을 듯하다. 베사의 VL-버스라는 느닷없는 승자를 탄생시킨 EISA와 MCA의 첫번 버스 전쟁과 달리, VL-버스와 PCI가 벌이는 두번째 버스 싸움의 승자는 둘중 하나로 결판이 날 것이다. 버스 싸움의 진짜 승자를 가리기 전에 그럼, 먼저 버스의 실체 파악과 변천사부터 읽어가자.

 

 

 

 

버스(BUS) 변천사

타고 다니는 버스에도 고속, 직행, 완행 등 종류가 여럿이지만, 컴퓨터 버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에이티(AT) 버스, ISA 버스, MCA 버스, EISA 버스, 요즘 들어서 특히 많이 언급되는 지역(로컬) 버스에 이르기까지.

 


PC 버스는 '길'과 더욱 가까운 개념 

컴퓨터의 버스도 타는 버스와 마찬 가지로 수송 수단이다. 컴퓨터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데이터를 실어나른다. 수송 측면만 볼 때는 흔히 아는 버스를 떠올려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PC 버스는 움직이는 기계인 버스보다는 고속도로처럼 움직임없는 '길'과 더욱 닮았다.


이런 고속도로는 마더보드상에 존재한다. 고속도로처럼 PC 버스에도 여러 개의 차선이 있는데, 이들 차선은 서로 너비가 다르다. 버스의 너비는 한번에 운송할 수 있는 비트 수가 좌우한다.

 


*비트 수는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정보의 양이다. 한 바이트는 여덟개의 비트로 구성되며, 한 바이트는 영어 한 문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양이다. 16비트, 즉 2바이트는 한 단어(워드)라고 부르며, 4바이트 혹은 다른 말로 32비트는 겹 단어 (더블 워드)를 만든다.

 


바이트, 워드, 더블 워드의 개념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면, PC 버스 이해는 훨씬 편안하다. 한 바이트는 8비트, 한 워드는 16비트, 더블 워드는 32비트가 된다. PC안의 버스가 넓으면 넓을수록 동시에 전달할 데이터 양도 많아진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옮길 수 있는 PC가 더욱 빠른 시스템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CPU 버스

중앙처리장치는 시스템을 위해서 생각하고 계산하는 장치다. CPU가 작동하는 동안 램에 지시가 내려지기도 하는데, 이 사이를 잇는 버스가 CPU 버스이다. 호스트 버스나 메모리 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스템 실행력에 전반적으로 활력을 가져오는 CPU답게, CPU 버스는 마더보드 상에서 가장 빠른 버스이다.

 

CPU 버스는 내부 버스와 외부 버스가 있다. 외부 버스는 CPU의 안팎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출입구로 보면 된다. 출입구가 넓을수록,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한번에 들이고 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다.


내부 버스는 CPU 자체의 안쪽에서 정보를 유지하고 있는 길을 말한다. 버스의 너비가 모두 일정하지 않다. 386SX 시스템을 예로 들자. 데이터를 한번에 16비트씩 받지만, 처리 할 때는 한번에 32비트씩, 정보를 전송할 때는 한번에 16비트씩 보 낸다.

 

그렇지만, 386DX가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데이터를 받고 처리 하고 보내는 것이 모두 32비트이다. 386DX를 진짜 386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XT, 286을 계승하는 적자답게 모든 과정을 완벽한 32비트로 처리한다. 한단계 기능을 죽인 386SX를 정식 32비트 PC라고 부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름도 많고, 말도 많은 확장버스 

확장버스, 데이터 버스, 입출력(I/O) 버스, 또는 주변기기 버스, 이름도 많고 당연히 말도 많은 버스가 바로 확장버스이다.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시스템 내부의 확장 슬롯 부위를 머릿속에 그려 보자. 각종 기능 카드들을 꽂는 장치인 슬롯은 구리 선로를 통해 CPU와 데이터를 주고 받는데, 이 선로가 바로 버스이다. 

 

다른 버스와 별반 다를 것 없이 확장 버스도 8비트, 16비트, 32비트로 너비가 각각이다. 8비트 버스를 가지고 있다면, 확장 카드 역시 8비트를 지원하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16비트 버스 역시 다를 바 없다. 32비트 버스라면, 8, 16, 32비트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확장 버스가 선택한 표준은 대부분 ISA와 EISA, 둘 중의 하나 였다.

 

 


늙은 호랑이, ISA

산업 표준 아키텍처 (Industry Standards Architecture)의 약자인 ISA는 IBM-XT의 버스 아키텍처를 근간으로 하는 표준이다. XT에 이어 AT시스템이 발표되면서 버스 역시 16비트 버스 아키텍처로 옮아갔다. 컴퓨터 안에 8비트나 16비트 확장 버스가 있다면, ISA 버스라고 봐도 거의 틀리지 않는다.

 

AT 버스가 가진 문제점 중의 하나는 느려지기 쉽다는 것이다. 한번에 32비트씩 정보를 처리하는 CPU의 빠른 처리 속도와 견줄 때, 특히 더하다. ISA는 낡은 기술이다. 10년이나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 종이 호랑이 상태로 취급하는 것은 성마른 행동이다.

 

적당히 노기를 띤 늙은 호랑이, ISA는 무시해 버리기엔 꺼림칙한 그런 존재다.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별 불만이 없는 대단한 사용자 군이란 확실한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가격은 뒤로 밀고 기능만 내세우는 사용자 대환영, EISA

확장된 산업 표준 아키텍처 (EISA : Enhanced Industry Standards Architecture), 즉 EISA는 386이나 486같은 더욱 빠른 중앙처리장치의 32비트 처리 기능을 근간으로 한 표준이다. 이 버스는 더욱 빨리 실행된다.

 

이유는 한번에 ISA 버스보다 데 이터를 곱으로 전송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86이나 486 PC 사용자라면 ISA와 EISA 버스가 가져오는 속도감이 느껴질 것이다. EISA가 ISA 버스보다 훨씬 빠르다고 해도, EISA의 치명적인 약점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EISA의 보급 성적은 시원찮은 편이다.

 

 


공든 탑이 무너진 IBM의 MCA 

MCA는 32비트 버스의 또 다른 표준이다. 마이크로 채널 아키텍처 (Micro Channel Architecture) 준말인 MCA는 아이비엠이 개발한 고유 표준이다. 그런 이유로 MCA는 아이비엠 컴퓨터에서 볼 수 있다.

 

MCA 버스는 ISA나 EISA 버스와 호환성이 없어 ISA나 EISA 버스용 카드를 공유할 수 없다. 더욱 빠른 속도에 매료되어 MCA 버스를 내장한 IBM 컴퓨터 구입을 결정했다면, ISA 시스템에서 썼던 카드들은 모두 갈아치우는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마이크로 채널을 채용한 주변기기 회사들이 극소수에 불과했던 것도 바로 이 탓이다. MCA는 EISA와는 또 다른 이유에서 보급에 실패했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제자리를 옹골지게 확보한 버스가 바로 우리의 주제인 지역 버스이다.

 

 

 

고샅고샅 빠른 정보를 전하는 지역 버스

보급에 실패했던 MCA와 EISA 가 버스 시장에 남긴 교훈은 두 가지 이다. MCA를 만든 IBM은 호환성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일찌기 PC에서도 호환성이 없는 IBM PC로 주관있게(?) 밀어붙히다가 결국은 IBM 호환 기종과 호환이 되는 PC를 내놓는 선으로 후퇴해야 했던 IBM은 버스 분야에서도 고집이 꺾였다.

 

MCA 버스의 호환성 결여 역시 IBM이 둔 자충수였다. 호환성 부족은 지원하는 주변기기 업체 감소라는 부작용까지 몰고 온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시장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할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지.

 

또 하나의 교훈은 가격에서 얻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버스가 느려 속 을 썩는다 해도, 문제 해결을 위해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는다. 투자 비용 대 효과를 계산하기 위해 주판알을 튕겨본다.


"CPU와 주변기기간의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헉헉대고 털털거리는 버스가 싫다. 바꾸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해도, 택시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버스를 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좋은 버스라 해도. EISA 보급의 결정적 걸림돌은 바로 비싼 가격이었다.


지역 버스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역 버스는 1991년 NEC가 처음 선보였지만,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선풍적인 돌풍이 일지 않았다. 지역 버스가 빛날 제 토양인 고기종 PC 보급이 미미했던 탓이다. 그렇지만, 시스템 성 능 향상에 대한 욕구 상승과 MCA 와 EISA의 실패가 맞물리면서 지역 버스를 채용한 PC들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번잡스런 ISA 버스를 그냥 무시하고 마더보드의 구성요소나 확장 보드에 직통로를 개설한 것이 바로 지역 버스가 채택한 방식이다.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하여 붐비지 않는 뒷길을 찾아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역 버스 기술을 채용한 회사들이 앞다투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각각 디자인해 낸 지역 버스 PC들이 결국 호환성 문제를 일으켰다.

 

이의 타개를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지역 버스의 첫 표준인 비디오 장비 표준 협의회(VESA : Video Equipment Standards Association, 이후 베사로 표기)이며, 이들이 선정한 표준 버스가 베사로컬이란 의미의 'VL-버스'이다. 베사는 1992년 가을, ATI와 칩스 앤 테크놀로지사, 마이크로닉스, 쳉연구소 등 120여개가 넘는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협의회이다.


비슷한 시기에 VL-버스의 문제를 지적하며 등장한 또다른 표준이 바로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버스이다. PCI 버스는 인텔 아키텍처 연구소가 1991년말 제안한 표준으로 1992년 6월에 중심 업체 인텔을 필두로 IBM, 컴팩, HP, 도시바, DEC, 엡슨 등 160여개 업체가 참여한 PCI SIG(Special Interest Group)이 구성되었다.

 

 

 

 

 


지역 버스의 두 주자, 베사와 PCI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지역 버스 표준의 꽃다지, 베사의 VL-Bus

베사 지역 버스 표준은 '싼 가격' 에 '적기출하'라는 성공의 대명제에 충실해서 기류를 제때 탔던 대표적인 예다. EISA와 MCA의 대안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한 베사 VL-버스의 성공 요인은 가장 대중적인 ISA 버스 구조를 그대로 사용해 비용 부담을 철처히 줄이면서도 속도는 향상시켰다는 데 있다.


VL-버스는 최대 33MHz의 CPU 클럭으로 작동한다. 콘트롤 로직 칩으로 데이터를 모았다가 각 주변장치 로 전송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ISA 버스와 달리, VL-버스는 CPU에서 직접 VL-버스를 통해 베사슬롯에 꽂힌 주변장치로 데이터를 실어나른 다. 초당 132MB의 속도이다.

 

비디오나 드라이브 콘트롤러의 병목 현상 해소가 주 목적이긴 했지만, VL-버스가 꼭 비디오나 드라이브 콘트롤러 보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입출력 버스가 제공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를 원하는 보드라면 어느 것이나 VL-버스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해도 실제로는 마더보드에 연결 가능한 VL-버스 지원 슬롯이 셋을 넘으면 여러 통제 신호와 번지, 데이터를 조절하기 위해 밀려드는 데이터로 또 다시 병목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역 버스로 전반적인 실행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전문가의 지적처럼 코프로세서를 장착한 ISA 보드라면, 표준 VL-버스 정도의 실행 능력을 발휘한다는 주장도 있다.


486을 기본으로 해서 설계된 디자인으로 비롯되는 슬롯 수의 한계, 33MHz로 한정된 실행속도 등은, 초창기에는 더없는 이점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베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기본 형식만 정해지고 마더보드와 결합하는 세세한 부분은 각 회사 디자이너들에게 맡겨져 호환성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남겼다는 위험 부담도 안고 있다. 486CPU에만 눈이 어두워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는 분위기도 그런 탓이다.

 

 

 

 


PCI 버스, 내일을 향한 포석

베사의 구조가 간단하고 직접적인 구조를 이루는 데 반해, PCI 버스는 우회적이고 복잡한 구조이다. 베사와 CPU가 직접 회담의 형식을 취한다면, PCI는 완충지역에서 한번 걸렀다가 CPU로 정보를 전달하는, 즉 버퍼 역할을 중간에 부여해 수위를 적당히 조절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처음에 486 PC용으로 32비트 33MHz로 작동하는 새턴 (Saturn) 칩 셋을 발표했을 때는 VL-버스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PCI도 펜티엄용으로 64비트 66MHz로 작동하는 머큐리 (Mercury) 칩셋이 발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펜티엄 CPU를 지원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64비트 데이터 패스와 66MHz의 클럭 속도를 지원하고 있어, 펜티엄에 적절한 버스로서 더욱 각광받는다. 어떤 슬롯에서도 실행 능력이 줄지 않고 열개까지 슬롯이 지원 가능한 체제임에 많은 사람들은 주목한다.

 

펜티엄이란 대단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우는 그에 걸맞는 고속의 각종 주변기기들, 예를 들면, 고속의 랜카드, 고해상도를 요구하는 비디오카드, 빠른 디스크나 멀티미디어 기능에 대한 요구 등이 날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개의 슬롯은 매력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PCI는 미래에 표준이 될 조건을 미리 고려, 장기적인 안목에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한창 유행할 조짐을 보이는 자동 구성 (Configuration), 즉 플러그 앤 플레이가 가능하고, 에너지 스타 등으로 그린 PC가 중요시되는 점을 고려, 절전형으로 고안되었습니다"라는 인텔코리아 김경효 차장의 설명처럼 PCI는 차세대를 겨냥한 버스 방식이다.

 

PCI에서 눈에 띄는 기술은 'PCI 브리지'와 '버스 마스터링'이다. PC 브리지는 CPU에서 받은 데이터를 모았다가 이 브리지에서 독립된 신호를 발생해 어떤 신호라도 PCI에 맞게 적절히 전송하는 버퍼의 역할을 맡은 부분을 말한다.


버스 매스터링(Bus Mastering) 은 처리 능력과 우선 순위가 높은 작업의 속도를 높히기 위해 여러가지 지능형 주변기기 가운데 어느 것이든지 하나가 버스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버스 매스터링 기능을 살려주는 기능이 바로 '동시성(Concurrency)'인데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매스터들을 기다리지 않고 매스터들을 동시에 동작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이더넷 카드와 랜간에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CPU가 다른 응용 프로그램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시성 능력이다. PCI의 경우는 VL버스 값이 4달러 정도의 추가 부담을 원하는 반면, PCI는 50달러 가량의 비용이 들어 가격 경쟁력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값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좀 멀리 내다본다면, VL 버스는 80여개 이 상의 핀을 사용해야 하는 반면, PCI 는 데이터와 번지 라인을 중첩시켜 그 절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사실은 바로 원자재 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핀수가 많아질수록 실리콘 값 부담이 커진다"며 이후 시장 확대에 따라 비용 문제 역시 PCI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경효 인텔 기술부 차장은 말한다.

 

 

 

 

 

 

94년, 지역 버스에 올라 타야 PC가 팔린다

버스를 타야 PC를 팔 수 있는 세상이다. 어떤 버스가 되었든지, 일단 버스를 타야 컴퓨터를 제대로 개발하는 기술력있는 업체로 인정받는 듯한 분위기다. 버스 중에서도 지역 버스를 타야 한다고 강요한다.


'로컬버스 채용' 등등 어쩌구 저쩌구하며 영어 단어로 도배한 듯한 광고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부추긴다. 판매 현황에 관한한 현재 스코어는 VL-버스쪽이 단연 우세다. 그렇지만, 이런 우위가 그대로 가리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않는다.


"VL-버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값은 내려갈대로 내려갔고 더 이상 이윤을 많이 남기기 힘든 시장이 되었다. 탈출구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채용한 제품이 선보여야 더 나은 이윤을 볼 수 있다"라는 김경효 인텔 차장의 지적처럼 이제 각 업체들은 피터지게 싸워봐야 큰 이윤이 남지 않는 힘겨운 시장 대신, 새로운 먹이를 찾아 하나둘 떠나고 있다.

 

어떤 기술이든지 그렇지만, PCI 역시 중소업체가 선수를 쳤다. 에드텍이다. 새턴 칩을 채용한 486DX2 -66 PCI 버스 제품인 에드텍 5250과 펜티엄칩을 내장한 PC, 에드텍 5650의 두 종류를 선보였다.


에드텍 5250은 8MB를 기본 메모리(64MB까지 확장 가능)로 하고 있으며 PCI버스 3개, ISA 버스 4개를 갖추고 있다. 가격은 330만원 (모니터 별도, 부가세 포함)이다. 에드텍 5650의 경우는 머큐리 칩셋을 사용해 64비트 데이터 패스와 66MHz를 지원한다.

 

디스크 드라이브를 지원하는 콘트롤러는 스카시를 지원하며 비디오는 PCI 버스 VGA, 1600x1200의 트루컬러를 지원한 다. 가격은 696만원(모니터 별도, 부가세 포함)이다.


그 뒤를 이은 기업이 토피아다. 토피아의 경우는 486SX-25, 486DX 2-50/66, 펜티엄 PC를 PCI PC로 내놓았다. SX는 기본 메모리 4MB이며, DX는 모두 8MB이며 486급 PC는 모두 64MB까지 확장 가능하다. 펜티엄 PC는 기본 메모리 8MB에 128MB까지 확장 가능하다.

 

토피아는 PCI 슬롯을 3개, ISA 슬롯은 5개까지 지원한다. 가격은 486SX-25가 1백55만5천원, 486DX2-50은 2백39만8천원, 486DX2-66은 3백50만9천원, 펜티엄 PC는 5백48만9천원이다. 모두 모니터는 별매이고, 부가세는 포함된 가격이다.

 

대기업중에서는 대우통신이 PCI PC 발표의 스타트를 끊었다. 스카시(SCSI) 기능도 함께 제공하는 486 DX2-50인 'CPC 2100P'이다. 486용으로 제작된 인텔 새턴칩셋을 사용하고 있으며, CPU는 80486 DX2-50으로 DX2-66이나 펜티엄 오버드 라이브 프로세서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기본 메모리는 8MB이지만, 메인보드상에서 72핀 SIMM 모듈을 사용해 최대 128MB까지 확 장할 수 있다. 아직 정확한 가격은 책정하지 않았지만, 250만원은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대우통신 측의 설명이다.

 

 

 

 


현재 PCI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기업은 없다. 대기업들은 한결같이 이미 개발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제품 출시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르면 94년 1, 2월이나 봄쯤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중소업체들의 경우도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 시작한 업체들은 앞에 보였고, 유니트는 1월초쯤, 제우정보는 내년 2월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의 경우는 지난 가을 미국에서 열린 컴덱스쇼에서 PCI 제품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486SX-25/33,486DX-33 486DX2-50/66, P24T 등을 선보였는데, 국내에는 역시 봄맞이 출하를 예정하고 있다. 슬롯은 16비트 3개, 8비트 1개, PCI 버스 3개를 들어있으며, 4MB를 기본 메모리로 하고 128MB까지 확장 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PCI PC를 제품별로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사용자들을 위해 업체 문의처를 따로 적었다.

대우통신 : 02-859-2052
에드텍 : 02-574-8588 

토피아 : 02-594-0091

 

 

 


베사냐 PCI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 가을 컴덱스에서 불었던 PCI 바람은 올 봄쯤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내는 관심은 베사가 얼마나 더 버텨낼 것인가에 있다. PCI가 미래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원칙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PCI가 시장을 점령할 때는 언제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금 현재 내려갈 대로 내려가 있는 베사 버스처럼 PCI 버스 가격도 떨어질 때가 바로 PCI 정착과 맞물릴 것이다.


아직, PC 시장을 486이 점령하고 있다는 것도 역시 베사를 버팅겨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펜티엄 PC와 쌍을 이루면 제 성능을 빛내는 PCI인만큼 펜티엄이 정식 개인용 컴퓨터, 즉 개인이 살 수 있을 값으로 내려앉을 것인가 하는 점도 역시 PCI 시장 점령 시기를 좌우할 큰 요인일 것이다.

 

현재 PCI 버스 PC의 가격 상승을 가져오는 요인은 새로 바꿔야 하는 마더보드와 베사보다 더욱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비디오 보드 등이 가격 상승 요인이다. 특히, PCI 칩셋 생산 업체의 적은 숫자가 가격을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인텔의 김경효 차장은 "내년에는 2/4분기쯤 되면 PCI 칩셋이 넘쳐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비싼 가격 문제도 풀릴 겁니다. 우리는 내려갈 데까지 내려간 베사처럼 PCI 값이 떨어질 때를 내년 중반 경으로 잡고 있습니다. PCI와 관계있는 펜 티엄은 94년부터 프로모션할 계획입니다. 93년에 DX2 프로세서를 팔았던 만큼 94년 펜티엄 판매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라고 밝힌다.

 

그렇지만, VL-버스도 2.0 등을 발표하며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어 베사의 몰락이 하루 아침에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베사에 대한 의견은 "충분히 유용한 대안이라는 시각과 단기간 급한 불을 끄기에 급급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라는 둘로 나뉜다.

 

쓸만한 기능을 싼 값에 제공하는 저가형 PC에는 VL-버스를 채용하고, 고가형 PC에는 PCI 버스를 채용하는 것이 요즘 새로운 추세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VL과 비교할 때, PCI 버스 PC 가격은 거의 50~60만원 높은 선에서 책정되고 있다.


"486 PC에서는 개인 사용자의 입장에 놓인다면 베사나 PCI나 크게 기능상의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PCI의 장점은 바로 펜티엄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보인다"는 IBM PC 사업부 김영일 차장의 의견과, "PCI 버스를 지원한 486을 구입하면, 뒷날 마이크로프로세서만 바꾸고 PCI 버스쪽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486 PCI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는 인텔 김경효 차장의 의견이 있다.

 

베사와 PCI에 대한 기사들은 특히 PC를 새로 사려는 사용자들에게는 귀가 솔깃한 거리들이다.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한마디.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개인용 컴퓨터 스펙이 아마 세계 최고일 겁니다. 내년이면 거의 486DX가 주력 기종이 될 테지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기울이는 건 좋은데, 팔다 보면 간혹 자기가 뭐에 컴퓨터를 쓸 건지도 생각 안하고, 혹은 잊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더군요"라는 한 업체 관계자의 지적은 PCI냐 베사냐를 결정하고 시장으로 나서기 전에 먼저, 심사숙고해야 할 명제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4년 1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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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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