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8월호 - 컴퓨터 바둑, 기초에서 입신까지 

 

 


국내 바둑 인구가 8백만을 헤아리게 되었다니, 단일 취미로서는 아마도 국내 최대의 동호인을 자랑하는 종목이 아닌가 싶다. 특히 얼마전 응창기배에서 서봉수 9단의 우승, 동양 증권배에서 이창호 6단의 우승, 진로배 대항전, 후지쯔배 등에서 연이은 한국팀의 우승은 한국 바둑이 세계 제일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바둑을 배우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기원에 다니거나 바둑책을 보는 것이 고전적인 방법이라면, 카세트나 비디오를 통해서 배우는 것은 비교적 현대적인 방법이고, 컴퓨터를 통해서 바둑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전자시대에 걸맞는 최신 방법이라고 하겠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바둑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내용에 따라 (1) 바둑 대국, (2) 기보 감상, (3) 바둑 강좌, (4) 문제 풀이 등으로 구분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통신과 시중에 판매되는 상용 소프트웨어로 나눌 수 있다. 그럼 통신을 통한 바둑과 바둑 소프트웨어를 차례로 살펴 보기로 하자.

 

 


1. 전화선을 통해 바둑 배우기

통신을 이용한 바둑 대국의 역사는 유구하다. 한국의 신동 조훈현이 일본의 이시다와 국제 전화를 통해 첫 통신 대국을 치른게 30여년전의 일이다. 세월은 흘러서 작년에 조훈현 9단이 이시다 9단에게 통신 대국을 통해 설욕전을 벌인 것을 필두로 매년 IBM배 한일 속기전이 통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대국을 위한 통신이라기보다는 통신을 위한 기념 대국 정도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통신인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바둑 서비스는 하이텔과 천리안이 모두 제공하고 있다(사설 BBS 중에도 바둑 전용 BBS가 있긴 하다).


바둑 서비스는 하이텔이 천리안에 비해서 약간 더 다양하고, 기보 갱신도 빠른 편이라 여기서는 하이텔을 기준으로 설명을 하겠다. 천리안에서 바 둑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대동소이 하므로 하이텔을 중심으로 알아봐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1) 통신 프로그램

통신을 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통신 프로그램은 「이야기」지만, 통신으로 바둑을 즐기려면 열린방에서 만든 바둑사랑을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돌과 선의 크기가 작아 구분이 쉽지 않은 이야기의 바둑판과는 달리, 원색으로 펼쳐지는 바둑사랑의 화면은 실제로 바둑판을 앞에 두고 대국을 하는 느낌을 준다.

 

물론, 상용으로 나온 이야기 6.0은 바둑 루틴을 보강하여 좀더 현실에 가까운 바둑판을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필자가 이야기 6.0 데모를 통하여 본 것과 비교해도 바둑 루틴만큼은 바둑사랑이 조금 우세한 듯 싶다. 「바둑사랑」은 공개 소프트웨어이므로 하이텔 공개자료실에서 다운을 받으면 된다.

 

 

 


(2) 기보 감상

하이텔과 천리안 공히 참으로 방대한 양의 기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기보를 전산화하여 여러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한국 기원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우리 바둑이 각종 세계 대회를 제패하면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데, 한국 바둑의 주소인 한국 기원도 서울 관철동의 협소한 건물에서 좋은 곳으로 하루 빨리 이사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다).


바둑을 하이텔이나 천리안에 접속한 온라인 상태에서 감상하면 사용에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전화비 감당이 큰 걱정거리다. 더 좋은 방법은 기보를 갈무리해서 오프라인 (off-line)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화요금을 줄일수 있고, 좋은 기보를 하드 디스크에 저장해서 영구히 간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보를 갈무리해서 오프라인으로 읽는 방법을 하이텔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천리안도 방법은 비슷하다). 먼저 기보 감상 리스트에서 원하는 기보를 선택하면 '기보보는 방법'을 물어온다. 이 때, '5.자동식(사용자 정의)'을 선택하고 이어서 '1초에서 30초 이내로 입력하십시오.'라고 물어오면 '1'을 입력한다.

 

다시 '기보보는 방법(시작 착점 선택)'을 물어오면 '1.처음부터'를 선택한다. 이 방법은 기보를 처음부터 가장 빠른 속도로 보기위한 방법이다. 이야기」라면 마지막 선택을 하자마자 <ATL>+<L>을 눌러서 갈무리를 해야하지만, 「바둑사랑은 기보 감상이 끝나면 자동으로 기보를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서 특별한 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선택한 기보의 마지막 수가 두어지고 나면 '기보를 등록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어온다. 대국자의 이름은 자동 저장되므로 기전의 이름만 입력해주면 된다. 이렇게 해서 등록된 기보는 .BDK파일로 저장된다. 이상은 바둑사랑의 경우이고 「이야기」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역시 선택한 기보의 마지막 수가 두어지고 나면 다시 <ALT>+<L>을 눌러 갈무리를 마친다. 갈무리한 내용은 텍스트 파일(ANSI 파일) 형식으로 저장되므로 「GO바둑사랑」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파일 형식을 바꿔준다.

 

 

바둑동호회 자료실에 가면 텍스트 파일을 각각 「GO」파일과 「바둑사랑 파일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된다.


통신으로 제공받는 기보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해설이나 참고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통신으로 중계된 극소수의 대국들(예를들어 한국이동통신배 배달왕기전, 응창기배, IBM배 한일전 등)은 해설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참고도는 없다.

 

바둑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해설과 참고도가 필요하다면 상용으로 나와있는 기보감상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수 밖에 없다.


하이텔이나 천리안에는 기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한군데 또 있는데, 바로 바둑동호회의 자료실이 그것이다. 이곳에는 동호회의 아마추어 회원들이 둔 명국, 현현기경과 같은 중국 고전의 기보, 오청원 선생의 평생기보 등 바둑 애호가라면 꼭 보고 싶은 기보들이 있으므로, 한번쯤 훑어 보는 것이 좋다.

 

 

 

 


(3) 통신 대국

통신 바둑의 백미는 역시 통신 대국이다. 얼굴도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과 마주하여 반상을 가운데 놓고 돌을 놓다 보면, 상대방의 기(氣)가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대국실을 찾는 사람들의 급수도 1급부터 18급까지 다양한 편이다.

 

통신 대국실 애기가들의 기력을 굳이 판정하자면 약간 '짠' 편이다. 기원에 가면 7급이 강한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필자도 통신 대국실에서는 8급을 놓고도 승률이 50%를 넘지 못한다.

 

 

통신 대국시에 꼭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예의다. 바둑을 두다가 불리하면 불계를 인정하지도 않고 그냥 대국실을 나가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통신 대국실은 은근히 좁은 세상이므로 이런 결례를 반복하다가는 대국실에서 곧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또 한가지 어려운 일은 대국 시간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속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마냥 장고를 하는 것은 통신 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반면에 상대에게 무조건 속기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예의는 아니다.

 

하이텔에서는 통신 대국실에 '초읽기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 기능이 생기면 대국 시간에서 오는 문제는 좀 줄어드리라 본다.

 

 

 


(4) 바둑 뉴스와 바둑 컬럼

바둑에 관한 최신 소식과 각종 바둑 컬럼이 연재가 되는데, 스포츠 조선에 매일 연재되는 '이광구의 바둑 이야기', 권경언의 바둑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5) 문제 풀이

하이텔의 '타임 테스트'는 각종 사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란이다. '타임 테스트'는 화상 정보이므로 이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비디오텍스 에뮬레이터가 필요하다.

 

 


(6) 바둑 동호회

하이텔과 천리안의 바둑 동호회는 서로 교류전을 갖기도 하고, 지역별 지부를 마련하는 등, 비교적 활동이 많은 동호회이다. 다른 동호회와 마찬가지로 바둑동도 바둑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유대 관계에도 그 목적을 두고 있다.

 

 

 

 


2. 상용 소프트웨어

(1) 컴퓨터 대항 대국 소프트웨어

사람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들도 매년 국제 및 국내 대회를 통해 자웅을 겨룬다. 여기서 우승한 프로그램조차 기력은 10급이 약하다고 한다. 따라서 바둑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와 멋진 대결을 펼쳐보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서양에서는 체스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 시작했는데, 바둑은 당분간 인간을 꺾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등장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바둑이 얼마나 심오한 게임인가를 알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컴퓨터 대항 대국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널리 애용되는 것은 역시 'GO'다. 급수는 약 12급 정도를 인정받는데, 종국에 다다르면 끝내기 과정에서 자기 집을 메워 상대에게 수를 내게 해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12급도 안된다고 봐야한다. 어쨌든 바둑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실전을 통해서 정석을 익히는데 유용하다.

 

 

 


(2) 문제 풀이 소프트웨어 

문제 풀이 소프트웨어와 다음에 설명할 기보 감상 소프트웨어는 사실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보다는 데이터 양이 중요하다. 따라서 누가 프로그램을 만들건 간에 기존의 사용자를 위해 계속해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주)민컴 전산에서 개발한 「사활 문제」는 굉장히 고무적인 시도이며, 컴퓨터 바둑 시대를 연 주역중에 하나라고 하겠다. 「사활 문제는 메인 프로그램과 데이터 디스켓이 별도로 판매되는데, 메인 프로그램에는 15개의 사활 문제가 형식적으로만 들어있을 뿐, 문제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장당 7천 7백원씩 하는 데이터 디스켓을 구입해야 한다.

 

각 데이터 디스켓에는 60항의 문제가 수록되어 있는데,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입문자용 문제, 초급자용 문제, 중급자용 문제, 고급자용 문제, 유단자용 문제로 나뉘어져 있다. 전 단계에서 적당한 수 이상의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사활 문제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3) 기보 감상 소프트웨어

앞 절에서 언급했듯이, 기보 감상의 가장 좋은 소스는 통신이다. 하지만 통신을 통한 기보 감상은 해설이나 참고도가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에 비해서 기보 감상 소프트웨어는 텔레비전 기전처럼 중요한 장면에서는 해설과 참고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기보 감상 소프트웨어로는 (주)민컴 전산에서 만든 「명국 도전」과 컴퓨터 통신 바둑 연구소에서 만든 「비마 V1.0」이 있다. 「명국 도전」의 광고에 보면 '컴퓨터로 도전하는 프로기사와의 열전대국'이라고 되어 있어서 마치 프로기사의 기력을 가진 프로그램과 대결하는 인상을 주는데, 사실은 대국자 두 명중에 한 사람을 택해 그 사람이 두 는 수를 예상하는 것이다.

 

명국 도전」의 문제점이라면 자매품인 「사활 문제와는 달리 데이터 디스켓이 장당 4만6천2백원이나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통신을 통해 기보를 감상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마 V1.0」은 기보 감상과 함께 통신 에뮬레이터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바둑 통신 대국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1:1 통신을 지원하므로 굳이 하이텔이나 천리안에 접속하지 않고도 통신 대국이 가능하다.

 

기보 감상 소프트웨어는 문제 풀이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개발자측이 데이터 디스켓을 계속 공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민컴 전산측은 「명국 도전의 데이터분으로 「조훈현 특선 명국1」, 「이창호 특선 명국1」, 「다케미야 특선 명국 1등을 내놓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설을 곁들인 명국 데이터 디스켓이 나올 예정이다.

 

 

 


(4) 바둑 강좌 소프트웨어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바둑 강좌 소프트웨어에는 「윤기현 PC 바둑(개발자 : 한국 바둑 기획사)」와 「박상돈 바둑 살롱」이 있다. 「윤기현 PC 바둑은 포석편, 사활편, 맥편 등 현재 3 종류가 나와 있다. 앞으로도 입문편, 정석편, 명국해설편 등이 나올 예정이다.

 

「박상돈 바둑 살롱은 바둑 소프트웨어중에는 유일하게 CD-ROM 형태로 판매되는 프로그램으로 120분 짜리 비디오 테이프 20개에 달하는 분량을 두장의 CD-ROM에 담았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다뤄야 할 정석이나 포석만 해도 CD-ROM과 같은 대용량 매체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CD-ROM의 대중화와 함께 더욱 많은 바둑 강좌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 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바둑 강좌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상수에게 한 수 배우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교육용 소프트웨어라도 학교를 대신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이유다.

 

현재로는 바둑 강좌 프로그램이 가르쳐주는 것만 보는 것에 불과하고, 내가 생각한 수는 어째서 정수가 아닌지를 '선 생'과 피드백 (feedback)으로 배울 수는 없기에 사람에게 직접 배울 때만 못하다.

 

기술이 발달하여 컴퓨터와 더욱 인터렉티브(interactive)한 피드백이 가능해지면 곧 '선생'을 대체할 바둑 강좌 프로그램이 나올런지도 모르겠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8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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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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