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8월호 - 기획, PC게임 시장의 속앓이 

 

 


새로운 업체의 참여 줄이어

우리나라에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해는 84년, 당시의 보급 대수는 겨우 2천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국내 PC 보급대수는 84년에 비해 1천5백50여배로 늘어났다. 지난 6월 한국 전자공업진흥회가 발표한 92년 국내 컴퓨터 보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91만1천4백54대의 PC가 보급되면서 92년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된 PC는 모두 3백 11만4천대로 집계되었다.

 

이로써 인구 1백명 당 지난 88년 0.8대, 91년 5.1대에서 92년 말 현재 7.1대로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보급된 PC 가운데 개인 및 가정용이 전체의 34.8%인 1백8만3천대, 기업용이 33%인 1백2만9천대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기업 제품을 위주로 한 조사이므로 조사되지 않은 일반 조립 매장에서 판매된 것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훨씬 늘어난다.

 

한편,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1%가 집에 컴퓨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BS 방송연구원과 KBS 제2라디오가 함께 서울지역 중/고등학생 6백45명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이용 실태에서 조사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보유 기종은 386급(28.9%), 286급(25.3%), XT급(23.8%) 등으로 조사돼 고급 기종인 386급 이상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 용도에 있어서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59.5%가 컴퓨터를 게임을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데 반해, 학습용 소프트웨어나 워드프로세서로 쓰고 있다는 대답은 19.3%에 지나지 않아 PC 게임의 비중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PC 게임 시장도 점차 커져 올 시장 규모를 7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기존에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에서 사용되는 롬팩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오던 취급점들이 광과민성 간질을 유발시킨다는 '닌텐도 증후군'의 여파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자, 재빨리 PC용 게임이나 롬팩과 PC 게임을 함께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 PC 게임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PC 게임 시장으로 신규 업체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PC 게임시장에 뛰어든 업체로는 금성 소프트웨어, 동서산업개발, SBK, SKC, 지관(유), 한도홍산무역, 쌍용(샘전자) 등이며 앞으로 범아 정보 등 몇몇 업체들도 시장성을 조사중에 있다.

 

또 미리내 소프트웨어, 에이 플러스 등 기존의 게임 제작팀들 외에 매릭슨, 트웜, 단비 시스템 등 새로운 게임 개발팀들이 속속 생겨나 올 하반기에 이르면 게임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소프트타운의 신근영 사장은 "저희 회사 올 매출액 목표 가운데 1/10인 10억 정도를 게임 소프트웨어 매출로 계획하고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약 8억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좋은 게임의 경우 기본적으로 4~5천 카피는 소화할 수 있는데, 작년에는 2~3천 카피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이처럼 수요가 늘어난 것은 게임 수요층의 저변 확대와 게임 소프트웨어 취급점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으로 봅니다. 앞으로 2~3년 동안 PC 게임 시장은 연간 150~300% 정도 성장할 전망"이라고 설명하면서 소프트타운의 외국사와의 라이선스 모색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로열티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

그러나 문제는 보다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관련 업체들간의 경쟁이 위험 수준에까지 이르러 이전투구(泥田鬪狗 : 진창에서 개가 싸운다는 뜻으로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 사납게 싸우는 모습을 이르는 말)의 양상을 보일 우려마저 안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들 업체들은 인기 있는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내는 보다 많은 외국 A급 회사들과의 국내 공급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 결과적으로 로열티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게 했다.

 

국내 PC 게임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라이선스를 확보한 회사는 동서산업개발로 시에라 온라인 (Sierra On-Line),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등 모두 38개사에 달한다.

 

그 다음은 SKC로 마이크로 프로즈 (MicroProse), 오리진 시스템즈(0rigin Systems), Kingformation, 허드슨 등 모두 21개사에 이르며 최근 PC 게임 시장에 뛰어든 쌍용은 루카스 아츠(LucasArts) 등과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이다.

 

이 밖에 금성소프트웨어는 써텍 (SirTech), 큐큐피(QQP) 등, SBK는 시스템 소프트(System Soft) 등, 지관(유)은 지관과기유한공사(Soft World), 한도홍산무역은 가이낵스 (Gainax) 및 일본 팰콤(Falcom), 범아 정보는 고에이(Koei)와 각각 라이선스를 체결했다(표 참조).

 

이들 가운데 가이낵스, 고에이 등은 일본 업체이며 지관과기유한 공사, Kingformation 등은 대만 업체이다. 이로써 미국과 유럽 회사 제품 일색이었던 국내 PC 게임 시장에 일본과 대만 업체의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외국 제품이 봇물 터지듯 밀려 들어와 아직은 '홀로 서기'가 이른 국산 게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초창기에 비해 로열티가 많이 올랐으며, 이것은 결국 소비자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어서 올 연말 4만원대 제품의 등장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PC 게임 가격은 5천원~3만9천원이다.


그러나 최근 4개월 동안 발매된 게임 68종류를 가격별로 살펴보면 5천원~9천원이 8종류, 1만원~1만 4천원이 9종류, 1만 5천원~1만 9천 8백원 22종류, 2만원~2만4천원이 6종류, 2만5천원~2만9천원이 15종류, 3만원 이상이 8종류로 2만원 이상의 제품이 전체의 42.6%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사와 라이선스를 맺고 있는 업체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로열티 지급에 따른 산정과 매뉴얼이나 패키지 제작 등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기준으로 한다.

 

여기서 로열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함은 물론이다.따라서 과도한 로열티 지급으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은 곧바로 소비자에게 떠넘겨지게 된다. 게다가 지나친 유통 마진도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데 한 몫 거든다.

 

PC 게임 소프트웨어의 대리점 유통 마진은 대개 50%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금성 소프트웨어 패키지기획팀의 김원근팀장은 "OA용 소프트웨어의 유통 마진이 약 35% 정도임을 감안할 때 게임 소프트웨어의 유통 마진은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또 소프트타운의 신근영 사장은 게임 소프트웨어의 경우 박리다매 식으로 팔아야 한다면서 적정 가격으로 1만5천원 정도를 제시했다.

 

한편, 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매장에 들른다는 박기홍씨(38세, 회사원)는 "게임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수용해야 한다"면서 "제품에 따른 가격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가격은 아이들이 구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해 가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게임을 사기 위해 매장에 들른 김민규(개웅 중학교 3년) 학생은 "최근 친구들 사이에 정품 게임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한 달 용돈이 7천원이라 쓸만한 게임을 사기 어려워요"라고 해 가격에 불만을 나타냈다.

 

 




하반기 게임 시장 판도, 지각 변동 예상

쌍용, 범아 정보 등이 PC 게임 시장에 새롭게 참여함으로써 올 하반기 국내 PC 게임 시장에는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들이 라이선스를 맺은 루카스 아츠나 고에이는 "최소한 기본 물량은 팔린다"고 할 정도로 상당히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들어 내는 업체로 널리 알려졌다.

 

즉 루카스 아츠의 인디아나 존스 III, IV」, 원숭이 섬의 비밀 I, II 등과 고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등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게다가 한도홍산무역에서 올 연말, 8비트 MSX 시절부터 널리 알려진 이스 II 스페셜의 한글판을 판매한다고 발표, 지각 변동은 예상 외로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범아 정보가 올 연말에 출시할 고에이의 역사 시물레이션 게임인 삼국지 III를 비롯한 징기스칸, 수호전과 한도홍산무역의 이스 II 스페셜이다. 고에이의 제품은 하이텔의 게임 동호회인 시물레이션 동호회에 '고에이 게임 전담 게시판'과 '삼국지 클럽' 이 개설될 정도로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게임의 생명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롱런이 가능한 게임이다. 

 

 

물론 고에이의 게임 대부분은 이미 과거에 모두 복제본으로 유통된 적이 있어 그만큼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결점도 안고 있다. 하지만 한글화 돼서 판매된다면 그동안 영어나 일어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수요층이나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직장인 등 젊은 성인층까지 수용할 수 있어 역시 커다란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 II 스페셜 역시 한글화로 발매될 예정에 있어 역시 커다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데 주로 국민 학생이나 중학생층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게임이 과연 과거의 명성을 얼마만큼 유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도 있지만 국내 게임 사용자들의 기호를 감안하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여기에다 8월 말 판매 예정인 매니악 맨션 2를 비롯해 올 해 4개의 루카스 아츠 작품 등을 수입할 예정인 쌍용이 뛰어듦으로써 이들 3사가 올 하반기의 시장 판도 변화의 주역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PC 게임 시장 판도는 전체적으로는 동서산업개발이 아직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 비율은 작년만 못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SKC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그 격차는 상당히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서산업개발의 전자랜드 직매장에서 5월 경부터 SKC를 비롯한 타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매장의 한 관계자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타사 제품도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자사 직매 장이라 해서 타사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대리점이 아닌 직매장에서 타사 제품을 판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 많이 좋아져

"신(神)의 역할을 연출해 보고 싶다?" 그렇다면 심라이프(SimLife) 를 권한다. 이 새로운 컴퓨터 게임이라면, 좋아하는 생물의 진화 과정을 콘트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스트에 있는 동물 중에서 낙타를 선택하고, 무대를 사막으로 설정해 보자. 낙타 무리는 사막을 이동하고, 교미를 한다. 다음에 포식자(捕食者)로서 뱀을 등장시킨다. 뱀의 습격을 받은 낙타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낙타가 전멸하지 않도록 뱀을 몇 마리 쫓아버린다. 또는 뱀의 유전 형질을 조작해 과일을 좋아하는 동물로 바꾸어도 좋다.


만일, 그대로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까. 잠시 후 화면 상에 낙타가 어지럽게 흩어진다. 이번에는 배가 얇게 벗겨진 뱀이 비명을 지를 차례이다. 그리고 사막의 동물은 모두 멸종한다. 심라이프는 단지 컴퓨터 게임이 아니다. 어렵지만 호기심을 돋우는 '인공 생명'이라는 개념으로,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편리한 교재이다.

 

얼마 전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인공 지능형 컴퓨터 게임인 '심라이프'를 이렇게 평가했다. 또 심라이프를 개발한 맥시스 (Maxis) 사 등 은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는 획기적인 컴퓨터 게임 만들기에 열심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컴퓨터 게임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래서 그들 나라에서는 '심라이프카멘 샌디에고 시리즈 처럼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한 학습도 어느 정도 반화 되어 있다 할 수 있다.

 

또 아이들 못지 않게 어른들도 게임을 즐긴다고 하며 심지어는 전 LA 경찰 국장이 올바른 경찰의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경찰관의 활약을 그린 폴리스 퀘스트 IV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은 아직도 아이들의 전유물이며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게임은 생각만큼 그리 잘 팔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게임을 하면서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이다 하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게 임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이 조금씩 좋아지는 추세에 있어 교육적 게임의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다. 다음은 동 서산업개발 전자랜드 직매장에서 근무하는 이승문 대리의 말이다.


"터보 사이언스페퍼의 시간 여행등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을 권하면 부모님은 좋아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공부'라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달갑지 않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게임을 해보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불러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게임을 함으로써 딱딱한 과학의 원리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식으로 부드럽게 설명하면 태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1년 전만 해도 어른들은 컴퓨터 게임 자체를 잘 알지 못 했습니다. 그 한 예로 매장에서 게임 데모를 실행하면 그것을 비디오 테이프로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 형태로는 잡지 등을 보고 구입할 게임을 미리 결정하는 추세이며, '킹스 퀘스트' 등과 같은 시리즈 물은 주로 고정팬들이 구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한글화된 게임을 많이 찾는 편이며 게임에 대한 부모님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여성 소비 자층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이승문 대리의 이 말과 어른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박기홍씨의 말, 그리고 부모님이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김민규 학생의 말은 게임의 드러냄을 보여준다 하겠다.

 

 

 

 


분개하는 사용자와 안타까워하는 사용자 

「폭스 레인저 I, II」, 「자유의 투사」, 「그날이 오면 3」, 「요정전사 뒤죽」, 「슈퍼 세균전」, 「홍길동전」그 동안 그리 많지는 않지만 국산 게임들이 제법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 지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히트작이라 여길만한 것도 있고 언제 태어났는지 모르게 슬며시 사라져 버린 게임도 있다.

 

국산 PC 게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해는 92년으로 「폭스 레인저 I」과 「자유의 투사」가 등장하고 부터이다. 특히 「폭스 레인저 I」은 시판된지 만 1년이 지난 지금 꾸준한 판매를 기록, 1만 카피에 육박할 정도라고 한다. 또 「그날이 오면 3」는 6천 카피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 졌다. 

 

이것은 국산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기존의 개발팀이나 게임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에게 의욕을 북돋아준 좋은 예라 하겠다. 그런데, 최근 「폭스 레인저 II」의 버그 문제로 인해 조용하지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일어났다.

 

다음은 「폭스 레인저 II」를 구입한 한 사용자가 7월 8일, 하이텔 게임란에 올린 메시지이다. "지금 보면 소프트 액션은 폭스레인저 2를 대충 만들어서 버그 투성이 인채로 팔아 먹다가 계속 업그레이드니 어쩌느니 하면서 시간을 끌었는데 폭스레인저 2를 구입한 저로서는 정말 국산 게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5월까지 업그레이드 완벽하게 한다고 해 놓고서 지금 7월에 와서 자료실에 업그레이드 버전이니 하는 것을 올려 놨는데 이것도 아직 버그가 있습니다. 정말 열받는 일이 아닐수 없군요. 노력하시는 국내 게임 개발자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소프트 액션의 행위에 정말 분개할 따름입니다."

 

소프트 액션팀이 만든 이 게임은 지난 5월 초 금성 소프트웨어에서 발매되었는데, 발매 당시부터 완벽치 않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었던 게임이다. 물론 소프트 액션팀도 나름 대로의 사정은 있었다. 이 게임의 메인 프로그래머가 개발 도중 팀을 떠났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버그가 있는 게임을 계약사인 금성 소프트웨어에 넘겨준 소프트 액션과 그 게임을 제대로 테스트도 하지 않고 판매한 금성 소프 트웨어, 그리고 개발 도중에 팀을 이탈한 프로그래머 모두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본지 7월호 엽서 중에 이런 내용을 적은 엽서가 눈에 띄어 소개한다.


"제가 좋아하는 폭스레인저 2가 인기순위 7위를 했습니다. 앞으로 1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폭스 레인저 II」의 버그를 질타하는 소비자와 「폭스 레인저 2」가 순위에서 하위로 처졌다고 안타까워하는 독자. 그만큼 국산 게임을 아끼고 사랑하기에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금성 소프트웨어의 김원근 팀장은 개발팀과 유통사와의 긴밀한 공조 체제를 아쉬워 한다.

 

 

 

 

젊음만이 도전할 수 있다

지금도 미리내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막고야, 에이 플러스, 소프트 액션 등 기존 게임 개발팀들은 「아파차차」와 「원시소년 토시」, 「오성과 한음」, 「키드캅」등을 만들기 위해 무더운 여름을 뒤로 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게임 개발팀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트윔과 매릭슨은 PC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젊은이들이다.

 

 

 

트윔

'세계는 내 것이다(The World Is Mine)' 라는 야무진 각오로 게임 개발에 뛰어든 트워(TWIM), 3년 동안 하드웨어 부품을 취급해 왔던 트윔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발을 내디딘 것은 앞으로의 컴퓨터 시장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주도 할 것이며 특히,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선점을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프로그래머 4명(이경수, 서양민, 김기문, 정현태), 그래픽 디자이너 3명(김희동, 박용, 김찬규), 음악 1명 (박재성), 기획 및 시나리오 1명 (최권영) 등 모두 9명으로 이루어진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은 「Father World」.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자이누스에 맞서 싸우는 지구인들의 활약을 그린 어드벤처 성격의 게임이다.

 

 

올 3월 개발하기 시작한 이 게임은 8월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광고 기획,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서양민, 김기문, 정현태씨는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4학년 재학 중이다.

 

2HD 6장 정도 분량의 결코 적지 않은 용량을 차지할 이 게임은 언어로는 매크로 어셈블러와 MS-C를, 그래픽 툴로는 포토 스타일러 등 모두 6종류를 사용하고 있으며, 14x20 크기의 한글을 구현했다. 음악은 애들립부터 미디를 지원하며, 286 이상의 컴퓨터, VGA 256 컬러, 마우스를 지원한다. 아이콘은 시에라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트윔 팀의 가장 큰 장점은 화상 데이터베이스 제작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광고 기획 및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쟁이들이 만났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그림 하나 하나는 원화를 그린 다음, 그것을 스캐너로 읽어들여 손질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엄청난 양의 원화를 필요로 하는데, 그래픽을 담당하는 박용씨의 말에 따르면 약 5~6백장의 원화를 그려야 할 것이라고 한다. 웬만한 원화 1장을 그리는데 4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 '고생'은 말이 아니다.

 

이들이 이러한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게임 만들기와 국내 시장 뿐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다른 게임 개발 팀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어려 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데, 그 가운데 시나리오 구상과 자금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

 

이에 대해 최권영씨는 이렇게 말한다. "공상 과학 쪽을 선택한 것은 소재 빈곤 때문이었죠. 우리나라에는 비전문가가 보았을 때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게임 제작 관련 자료가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공포 물이나 SF(Science Fiction), 만화 영화 등 비디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그리고 그리이스 로마 신화에서도 일부 발췌를 했고요. 제작에 필요한 경비는 3천만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현재 예상 금액을 초과한 상태입니다."


또 광고를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었던 팀이 합류함에 따라 발생한 어려움도 있다. 즉 원화를 그렸을 경우, 그것이 컴퓨터에서 어떻게 받아 들여지는지 등 프로그래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고 박용 씨는 말한다.


평균 나이 25살의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트윔팀. 1만 카피 이상 팔릴 게임을 만들 자신이 있다는 이들은 옹골차게 말한다. "제품을 구입했을 때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매릭슨

섬유 및 700국 음성 정보처리 시스템, 컴퓨터 관련 전자 산업 수출입을 주 사업으로 하던 매릭슨(MARIXON)이 PC 게임 시장에 참여한 것은 컴퓨터 게임을 미래적인 사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 5월부터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한 매릭슨이 게임 시장 참여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이다.


가정용 비디오 게임의 경우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을 뿐아니라, 대만산 제품의 저가 공세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PC 게임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매릭슨은 게임 개발을 위해 별도의 인원과 오피스텔을 마련했다. 현재 팀 인원은 모두 5명으로 기획 및 시나리오, 판매를 담당하는 윤용상,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한준희, 프로그래머인 백승기, 그래픽 담당 이상옥과 윤계희씨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한준희씨는 학생(국민대 기계과 3년) 이며 이상옥, 윤계희씨는 드물게도 여성으로 특히 미대 출신인 이들 여 성들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로고, 패키지 디자인 등의 일을 한 바 있다.

 

현재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은 어드벤처와 아케이드 요소가 혼합된 형태의 게임이다. 이 게임은 당초 8월 말에 완성될 예정이었으나 시나리오 자체를 전면 수정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어 올 9월 중순 경에 완성될 예정이다.

 

언어로는 대개의 게임 개발팀들이 그렇듯 C와 어셈블러를 사용했으며 그래픽 툴로는 오토데스크 애니메이터 프로와 VGA 토파즈를 사용했다. 사용 한글 크기는 8x8로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이용했다. 분량은 2HD 2장 정도로 예상하고 있고 AT 이상에서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은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다른 게임 개발팀들과 달리 금전적으로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듯한 인상이며 기존 거래망과 신규 대리점 모집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유통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가격은 2만원 대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성과 상품성을 살피기 위해, 그리고 게임의 추세를 알아보기 위해 국산 게임과 외국 게임을 해보곤 하는데, 뛰어난 게임으로 「엑스 윙」과 「플래시 백」등을 꼽는다. 그 이유를 달리만듦 소프트웨어에서 OA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바 있는 백승기씨는 "외국 게임은 그래픽 처리 속도가 뛰어날 뿐아니라, 색 배합도 뛰어납니다"고 지적한다.

 

어떤 형태의 게임을 만들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적 요소가 잘 혼합된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게임을 만들 때 줄거리속에 게임적 요소를 적절히 배합시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윤용상씨는 "국산 게임의 경우 시나리오와 그래픽 분야를 보강한다면 가능성은 충분 하다"면서 올 9월 경, 2팀과 3팀을 구성, 1년에 6개 정도의 작품을 만 들 계획이라고 한다.

 

매릭슨이 추구하는 게임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른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용 게임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경쟁이 되어서는 곤란

일본의 가전 업계가 전반적인 수익 감소로 인해 올 임금 인상폭을 3.6%선에서 억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세가 엔터프라이즈사는 임금 인상폭을 5.6%로 했을 뿐아니라, 35만엔의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며 닌텐도는 위성방송 전문 업체인 SDA (새틀라이트 디지털 오디오 브로드캐스팅)와 함께 위성을 통해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일본이 1987년, 2백억 달러의 세계 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며 그 결과 일본은 세계 게임 시장을 석권하는데 성공 했다. 그리고 「윙코맨더 시리즈」는 91년 발매 이후 전세계적으로 50만 카피 이상이 판매되었고, 「코만치」는 발매 7주만에 11만 카피나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게임 산업이 이미 가장 유망한 분야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되자 상공자원부는 공업발전 기금, 공업기반 기술개발 자금 등을 올 하반기부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게도 지급키로 했다. 또 게임 제작에 대한 세금 감면을 위한 재무부와의 협조, 중소기업 공동으로 게임 제작 전문인력 교육기관 설립시 이에 대한 지원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PC용 게임 소프트웨어는 평균 12개라고 하며, 게임 하나의 생명은 「울티마 시리즈」와 같은 몇몇 방대한 게임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한 달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개인 및 가정용으로 보급된 컴퓨터 대수를 생각한다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PC게임 시장을 둘러싼 국내 PC 게임 공급 업체간의 경쟁은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가가는 로열티는 이미 그 여파를 나타내기 시작, SKC의 경우 7월 1일부터 출고가를 5% 높여, 대리점 유통 마진을 기존의 50%에서 45%로 낮추었다.

 

자국 업체간의 경쟁으로 인한 로열티 상승을 바라보는 외국 계약사의 눈에 우리나라 시장이 아시아 최고의 시장으로까지 비쳐지지는 않을까. 과연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8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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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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