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찰괘검 (季札掛劍)
季(끝 계) 札(패 찰) 掛(걸 괘) 劍(칼 검)
신의(信義)를 중히 여김을 비유한 말
사기(史記) 오태백세가(吳太伯世家)에는 오(吳)나라 왕 수몽(壽夢)의 아들인 계찰(季札)의 일화가 실려 있다.
계찰은 처음 사신으로 떠났을 때 오나라의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서(徐)나라의 군주를 알현하게 되었다. 서나라의 군주는 계찰의 보검(寶劍)이 마음에 들었으나 감히 입 밖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계찰은 속으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지만, 사신의 자격으로 중원(中原)의 각 나라를 돌아다녀야 하였기 때문에 검을 그에게 주지 않았다.
돌아 오는 길에 서나라에 도착해보니 서나라의 군주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이에 계찰은 자신의 보검을 풀어 무덤가의 나무에 걸어놓고 떠났다. 수행원이 그 이유를 묻자 계찰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나는 처음부터 이미 마음속으로 이 칼을 그에게 주려고 결심하였는데, 그가 죽었다고 해서 어찌 나의 뜻을 바꿀 수 있겠는가?
훗날 계찰은 자신에게 맡겨진 왕위(王位)마저 사양한다. 季札掛劍(季札이 검을 걸어놓다) 이란 신의(信義)를 중히 여김을 비유한 말이다.
욕속부달 (欲速不達)
欲(하고자 할 욕) 速(빠를 속) 不(아닐 불) 達(다다를 달)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거보( 父)라는 고을의 지방관이 되어 공자를 찾아와서 정치에 관하여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공자는 자하의 물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을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돌보지 말아라. 빨리 하려고 들면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欲速則不達), 작은 이익을 돌보면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欲速 이란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얼른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한 것이며, 欲速不達 이란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말에는 급할수록 천천히 라는 표현이 있고, 영어에는 Haste makes waste. 나 More haste, less speed. 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의 조급한 심리를 경계한 표현들이다.
조삼모사 (朝三暮四)
朝(아침 조) 三(석 삼) 暮(저물 모) 四(넉 사)
눈 앞의 차이만을 알뿐 그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것을 비유한 말
열자(列子)의 황제(黃帝)편과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는 원숭이를 기르던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기록한 대목이 있다.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원숭이를 너무 사랑하여 원숭이를 기르다 보니 큰 무리를 이루게 되었다. 그는 원숭이들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고 원숭이들도 저공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원숭이를 사육하다 보니 먹이 대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는 원숭이의 먹이를 제한하고자 하였으나 많은 원숭이들이 자기를 따르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서 먼저 그들을 속여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엔 세 개, 저녁엔 네 개 준다면(若與 朝三而暮四) 족하겠느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내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면 족하겠느냐? 라고 했다. 이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朝三暮四 란 본시 눈 앞의 차이만을 알뿐 그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것을 비유한 말이나, 간사한 잔꾀로 남을 속이고 농락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민이식위천 (民以食爲天)
民(백성 민) 以(써 이) 食(밥 식) 爲(할 위) 天(하늘 천)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
사기(史記) 역생 육가열전( 生 陸賈列傳)에는 한(漢)나라의 역이기( 食其)라는 모사(謀士)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진(秦)나라가 멸망한 후, 한왕(漢王) 유방(劉邦)과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천하를 다투고 있었다. 항우는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공격하였다. 이에 유방은 성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고자 하였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말했다.
저는 천(天)이 천(天)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있으나, 천을 천으로 알지 못하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천(天)으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천(天)으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방은 역이기의 말에 따라, 곧 전략을 바꾸었다.
民以食爲天 이라는 말은 한서(漢書) 역이기전( 食其傳)에도 실여 있는데, 이는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 임을 뜻한다. 임금된 자는 백성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 하고, 백성들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곧 식량임을 알아야 한다.
노마십가 (駑馬十駕)
駑(둔할 노) 馬(말 마) 十(열 십) 駕(멍에 가)
둔한 말이 열흘 동안 수레를 끌고 다니다. 재주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에 미칠 수 있다는 의미.
순자(荀子) 수신편(修身篇)에는 무릇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하지만, 둔한 말일지라도 열흘 동안 달려 간다면 이를 따를 수 있다(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則亦及之矣). 라는 말이 있다.
또한 반 걸음이라도 쉬지 않으면 절룩거리며 가는 자라도 천리를 갈 수 있고, 흙을 쌓는데도 멈추지 않고 쌓아나가면 언덕이나 산을 이룰 것이다. 라는 말도 있다.
駑馬 란 걸음이 느린 말을 가리키며, 재능이 없고 무능한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말이 수레를 끌고 다니는 하루 동안의 노정(路程)을 一駕 라 하니, 十駕 란 곧 열흘간의 노정을 말한다.
駑馬十駕 란 둔한 말이 열흘 동안 수레를 끌고 다니다 라는 뜻이다. 이는 곧 재주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에 미칠 수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영어의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라는 표현과 비슷한 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