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1월호 - 기획, 컴퓨터 가격 끝이 안 보인다
70년대 말, 8비트 애플컴퓨터의 도입 또는 복제품 사용을 시작으로 국내의 PC 보급은 기하급수적인 팽창을 이루었다. 특히, 84년부터 사무 자동화에 힘입어 16비트 PC가 사무실의 자리를 차지하였으며 기존의 8비트 PC를 제치고 교육용 PC로 선정되어 학교와 가정에 파고 들었다.
최근 조사된 바로는 PC가 150만대 가량 보급되었고, 이들을 각 분야별로 분류한다면, 사무용이 31%, 개인 가정용이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보급의 급팽창에 비해 현재 국내 PC 산업은 여러 요인에 의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됨과 동시에 주문자 상표 수출로 인해 시장 확대에 더 이상 한계가 나타났으며, 그와 더불어 국내에서는 조립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제살 깍기식의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의 유명한 제품들마저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하여 진출을 시도하여 국내 컴퓨터 시장은 더욱 혼란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PC 가격 하락의 근본적인 이유
지금과 같은 PC 가격하락 추세는 과거에 외국에서 들려오는 여러가지 소식을 분석해 보면 그 일을 예상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고급, 고가 기종으로 인정 받던 여러 제품들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들과 경쟁하던 여러 중소 회사들의 제품도 동반 하락을 하는 현상을 가져왔다.
미국의 컴팩사의 경우, 지금까지 IBM PC 호환기종 가운데 가장 고가 기종만을 고집하던 회사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들이 먼저 저가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시장은 일대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뒤질세라 IBM 오리지널 PC의 가격도 새로운 모델 변경으로 결국 값을 내리게되었고 델, NCR 회사들도 눈물을 머금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의 업체들은 지금까지 가정용 보다 사무용 수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가격대가 개인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무용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임을 인식한 이들은 아직까지 미개척지였던 가정용 시장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매킨토시로 유명한 애플사의 저가기종, IBM사의 홈 컴퓨터 발표는 가정용 시장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가격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던 것이다. 이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게 되면 저가격이라는 장점과 시스템의 안정성을 내새워 국내 사용자들의 관심을 뺏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조립된 제품이 아직은 외국 기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286기종의 대체 수요자나 고기능, 제품의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외국 제품이 경쟁 우위를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주변의 여러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면 몇 십만원을 투자하더라도 고급 기종만큼은 더욱 안정된 시스템을 구입하겠다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대기업 PC, 국내외에서 고전
올 상반기부터 불어닥친 세계 불경기는 국내 PC 수출 업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의 수출이 17만 5천여대로, 91년 같은기간에 비해 40%에도 못미쳤다고 한다.
국산 PC의 대부분은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는 주문자 상표로 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자사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문자들은 가격을 계속 낮춰달라는 요구에 수출 업체는 죽을 지경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이 수출을 지향하는 산업으로 구성된 우리의 경제 현실에서 수출의 길이 막히면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큰 것이다. 대량 생산을 하는 대기업의 경우, 금년 하반기에 PC 수출의 회복세를 어느 정도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물거품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국내에서 판매로 수출의 어려움을 조금은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중소 조립 업체들의 저가격 도전이 만만치 않아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한결같은 대답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한 486 시대 진입
얼마전,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의 대명사격인 인텔이 386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을 포기하면서 PC 시장은 단번에 486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년 초반기 보다 50% 정도 낮은 가격으로 486SX CPU를 제조업체에 공급하면서 업계 분위기는 돌연 486으로 전환된 것이다. CPU는 컴퓨터 가격의 10%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부품인데, 이것의 가격이 이렇게 되다보니 업체에서는 386 보다 486쪽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8088과 80286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독주를 하던 인텔은 AMD의 맹추격으로 인해 286과 386 시장을 서서히 잠식당하였는데, 몇몇 기업에서는 386 기종에서 대부분 AMD 제품을 사용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AMD는 386SX 분야에서 인텔이 20MHz 밖에 만들지 못했던 것과 달리 25MHz와 33MHz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하였는데, 386DX 제품의 경우, 인텔이 33MHz 제품에 그친데 비해 40MHz 제품까지 생산하여 실제 사용자들은 AMD 제품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인텔은 386 시장을 포기하면서, AMD사 486 제품에 대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486 분야에서는 독주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일 뿐 사이릭스사의 486 제품이 발표되면서 486SX 시장도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게 되었다. 386 시장을 춘추 전국시대로 표현한다면, 486 시장은 두 업체의 경쟁으로 판이 바뀌게 되었다.
486 시장에서는 아직 사이릭스 486DLC가 진짜 486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인텔의 독점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486DX 칩의 심각한 부족사태가 점치고 업계에서는 물량확보에 여념이 없는 상태이다.
낮아진 PC 가격, 원상태로 돌릴 수 없다.
현재 PC 가격의 수준은 어떤 것인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의 컴퓨터 가격은 그야말로 '바닥세'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고 한다. 특히, 전문 상가 제품에 비해 대기업 제품의 가격이 대폭적으로 하락했다. 용산 전자상가처럼 컴퓨터 전문매장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매장간에 가격 내리기는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부품 주요 공급 국가였던 대만에서는 오히려 부품 값이 상승하고 있어 이것이 국내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조만간 국내에서도 똑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컴퓨터 가격이 이토록 곤두박질을 한 이유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PC 수요가 줄어들었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으로 팔고 보자'는 식의 상행위가 성행한 탓도 있다.
또, 286 에서 386, 486 으로의 대체 속도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모델 변경 기간도 짧아져 2개월 수명을 가진 제품이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채산에 있다. 다시 말하면 286 몇 대를 파는 것보다 486 한대를 파는 것이 훨씬 이익이 크다는 것이 기업의 결론인 것이다. 1992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386SX와 386DX 제품이 거의 2백만원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중소업체인 뉴텍 컴퓨터와 제우정보에서 386DX를 1백만원대로 포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삼성에서는 486SX 제품을 170만원선에, 곧 이어 뉴텍은 180만원대의 486DX2 를 내놓음으로써 가격 경쟁이 486 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결국 286 이나 386SX 기종을 포기하고 세계적인 추세인 386과 486 시대로 진입하여 경영의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기업의 전략이 다른 여러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기업 제품과 전문매장 제품의 상관 관계
우리는 대기업 제품과 전문매장 제품의 가격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것이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기업 제품과 전문매장 제품의 가격 책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기업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큰 조직과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개발비, 생산원가에 유통 마진, 제조 인건비, 홍보비 등을 포함시키게 되므로 자연히 전문매장의 가격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 부품의 유통 형태를 보면, 보통 제조업체, 수입업체, 도/소매상으로 구분되는데, 용산의 전자상가와 같이 전문매장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특수한 형태의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부품을 수입하는 업체가 도/ 소매를 겸하면서 조립까지 하는 곳이 많아 유통경로를 단축시켜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제품들은 이곳의 제품들과 가격면에서는 경쟁이 불가능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가 제품의 질을 불신하는 사용자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들도 기술력이 충분히 쌓여 안정된 성능의 기기를 만들고 있는 업체들이 많아졌다.
몇 년전, 대기업과 전문매장의 제품 판매율을 보면 대기업이 월등히 많았으나 지금은 전문매장의 제품이 많이 추격을 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기업이 주장해 오던 애프터서비스면에서 전문매장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전문 매장에서도 사후 대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 IBM에서 판매되었던 PS/55 286은 자사의 이름만 빌렸을 뿐이지 실제로는 OEM(주문자 상표 방식)으로 각 부품을 국내 여러 업체들로 공급받아 조립한 것이어서 저가 제품을 내놓고도 성공여부가 불투명 했던 사례도 있었다.
전문매장의 문제점
대기업 제품은 자사의 기술과 외국 기술을 포함해 일률적인 제품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반면, 전문매장의 몇 업체들은 제품의 질보다는 상대적인 저가 부품으로 본체를 구성하여 이익금을 챙기는 일에 관심이 많은 곳도 있다. 이러한 곳이 상가 전체의 물을 흐리는 예가 되는 것이다.
120만원대의 386 제품을 조립할 때 부품에 따른 종합적인 가격 차이가 큰 것을 <표 2>를 보면 알 수 있다. <표 2>에서 보면 A와 B업체간의 기본적인 제조가의 차이는 5만원에서 8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부분은 컬러 모니터를 추가할 경우가 생긴다.
일례로 가격에 비해 화질이 좋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싱크마스터 (SyncMaster3) 컬러모니터를 선택 한 경우, 제품 패키지에 표시된 정식 모델명인 CVM4967은 23만원선에 거래되면서 해상도를 나타내는 도트피치도 0.28mm로 대단히 선명하다.
그러나 패키지에 '싱크마스터'라는 한글로 표기된 제품의 경우 도트피치가 0.31mm에 가격은 18만원선에 거래된다. 그러면, A의 본체가격에 '싱크마스터'의 가격을 적용시키고, B의 본체가격에 CVM4967의 가격을 적용 시키면 각각 90만원과 105만원으로 두 업체간의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두 제품은 120만원으로 똑같이 판매되고 있어 이익을 생각하는 업체의 입장이라면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한편, 가격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의 문제를 점검해 보면, A와 같은 업체는 많이 팔고보자는 식의 상행위를 주도하여 주위로부터 눈총을 받기 일쑤이다.
PC 제조, 판매 업자들은 내년을 노린다.
가격 하락으로 실제 구매자는 줄어 들었고, 대기 수요자들만 만들어 놓은 꼴이 되었다. 대기 수요자들은 현재의 가격을 믿지 못하고 기다리면 더 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현재의 구입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바닥시세가 1993년도 상반기에 그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에는 그동안 286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시스템의교체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데 대기업 제품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 여하에 따라 이 수요를 누가 잡느냐가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386과 486 시장은 약 7대 3의 비율로 이루어질 전망인데, 486 제품의 경우, 아직도 학생이 구입하기에는 고가여서 그래도 가격이 조금 싼 전문매장의 제품이 판매에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에 소비자들이 '시스템 안정 = 대기업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관계로 고기종의 경우 시스템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고객의 요구로 대기업 제품도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자들의 컴퓨터 구매 성향을 보면 대기업과 전문매장 제품에 대해 크게 차별을 두지 않는쪽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어느정도 컴퓨터를 사용해 보고 시스템을 교체할 사용자들에게는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안정된 시스템과 신속 정확한 애프터서비스를 무기로 대기업 제품이 선호되었으나 이러한 차별화는 이제 더이상 전문매장에 대한 포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전문매장에 제품에 비해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은 약점을 지니고 있으며 잦은 모델 변경으로 구매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세계적인 불경기에 힘입어(?) 올해의 우리나라 컴퓨터 경기는 죽을 쑤었다는 것이 이 분야의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그에 따라 자본력이 약한 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원가에 가까운 금액까지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유지를 해야했고 그에 따라 비슷비슷한 곳은 가격 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한 제품의 가격이 결정되어 시장거래에 유통되는 과정을 단순한 생각으로는 판단하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많은 복합된 요인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당분간 지켜 볼 일이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1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글이 마음에 드시면 아래 공감♡버튼 살짝 눌러주세요.
공감과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컴퓨터관련 > 마이컴 1993년 1월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컴 1993년 1월호 - 한국 쥐와 일본 마우스. 제13회 일본 마이크로마우스 대회 참가후기 (0) | 2019.12.25 |
---|---|
마이컴 1993년 1월호 - 컴퓨터 별곡, 컴퓨터 거래가 시작된 동구권과 미국 (0) | 2019.12.17 |
마이컴 1993년 1월호 - 작고 편리한 컴퓨터 꿈꾼다. PCMCIA (0) | 2019.12.06 |
마이컴 1993년 1월호 - PC통신, 음악동호회 (0) | 2019.11.28 |
마이컴 1993년 1월호 - 세계 제일의 D-RAM 만들기 10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 (0) | 2019.11.11 |
마이컴 1993년 1월호 - 그래픽 세상, 지금 컴퓨터그래픽 세계에서는 (0) | 2019.08.25 |
마이컴 1993년 1월호 - 사람과 사람들, 거북이와 함게 춤을 (0) | 2019.08.21 |
마이컴 1993년 1월호 - 보고 듣고 말하는 멀티미디어 컴퓨터 - 2부, 2편 (0) | 2019.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