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4년 1월호 - 뿌리를 찾아서3
데이지휠에서 잉크젯까지, 프린터 20년 역사
타자기 시대를 이어 찾아온 프린터의 쥐라기 시대는 도트 매트릭스와 문자 방식 프린터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 가장 인기를 끌었던 프린터는 데이지휠 프린터로 전동 타자기와 매우 비슷한 모양이었다.
데이지휠 프린터는 둥근 바퀴살에 글자 가 하나씩 새겨져 있는데, 모터가 이 바퀴를 빨리 돌리면서 원하는 글자가 적당한 위치에 멈추게 되면 프린트 헤머는 그 문자를 때려 출력을 하였다.
타자기처럼 하나 하나의 글쇄가 글을 찍어내니 당연히 글자의 크기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데이지휠이 그렇게 인기를 모았던 것은 출력이 아주 깔끔했고, 문서 형식을 출력하기에는 더 없이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데이지휠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프린터의 선사시대를 마감할 다른 프린터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도트 매트릭스는 데이지휠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단숨에 데이지휠을 넘어뜨리지 못한 것은 출력물의 인쇄질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두 종류의 프린터를 갖고 있던 많은 회사에서는 도트 매트릭스로는 내부용 문서를 출력하고, 외부용으로는 데이지휠을 사용하기도 했다. 여하튼 도트 매트릭스는 오랫동안 개인 사용자의 사랑을 받았고, 본격적인 프린터 시대의 한 장을 장식한 주인공으로 남게 되었다.
장기 집권한 프린터의 맏형 도트 매트릭스
도트 매트릭스 하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엡슨이다. 엡슨 아메리카는 애플(Apple)과 코모도어(Commodore), 탠디 (Tandy)사가 퍼스널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한 1978년, 퍼스널 컴퓨터용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인 TX-80을 발표하면서 프린터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시작했다. 마침 같은 해 미국내 PC 사용대수가 50만대를 넘어서면서 TX-80도 큰 인기를 얻었다.
1982년, 일본계 세이코 그룹(Seiko Group)의 자회사로 설립된 주식회사 엡슨은 그 후 1985년 세이코 엡슨사로 통합되면서 컴퓨터를 비롯한 주변기기 및 반도체 생산에 참여한다.
첨단 과학의 기반 기술 분야는 연구 성과의 집적도면에서 컴퓨터 산업의 메카인 미국에 뒤지지만, 응용 분야에서 만큼은 본고장을 무색케 할 정도로 뛰어난 일본인들 이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에서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하면 엡슨이 떠오를 정도로 이 부분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보다 고품질과 다양한 색상의 출력을 요구하는 수요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프린터 분야에서의 장기 집권은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었다.
복사기에서 따온 첨단 기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도트 프린터 이후, 잉크젯 프린터, 레이저 프린터 순으로 개발된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레이저 프린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인 1969년에 개발되었다.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사(Xerox)에서 근무하던 개리 스탁웨더(Gary Starkweather)가 복사기의 원리에서 최초의 레이저 프린터를 발명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레이저 프린터의 원리가 상업적으로 제품화된 것은 개발된지 15년 후인 1984년 이다.
1983년은 IBM PC가 50만대나 팔리면서 컴퓨터 가격에 일대 개혁이 일던 해였다. 그러나 1984년 레이저 프린터를 처음 만들었던 휴렛팩커드는 4천달러의 고급 프린터가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너무 값비싼 제품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당시 4천달러면 미국에서 퍼스널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대공황 직후인 1938년, 명문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빌 휴렛(Bill Hewlet)과 데이브 팩커드(Dave Packard)라는 두 명의 젊은 엔지니어가 캘리포니아의 팔로 알토에 있는 팩커드의 집 차고에 가게를 차렸다. 회사의 이름은 휴렛 팩커드가 동전을 던 져서 순서를 정했다.
유명한 실리콘 밸리 (Silicon Vally)의 탄생 유래가 바로 이곳인데, 그들의 성공과 더불어 수 많은 공학도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처음에 그들은 자동 하모니카 튜너 (음파의 파장을 조절하는 기구)와 볼링 레인용 신호장치, 릭 연구소의 거대한 망원경에 쓰일 모터 드라이브를 생산했다.
그들의 첫번째 상업적 성공은 오디오 오실레이터 (Audio Oscilator: 음파 진동기)였는데, 이것은 정확히 조절 가능한 신호를 예정된 주파수로 출력할 수 있는 것이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환타지아라는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만들기 위해 이 기계를 여덟대나 사들였다.
휴렛팩커드 회사는 2차 세계대전 기간에 고도의 기술전에서 사용되는 소나(수중 음파 탐지기), 레이더, 무선 통신 장비를 생산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60년대 초에는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시작, 1968년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여 최초의 데스크톱 과학용 계산기인 HP 9100A를 발표했다.
레이저 프린터를 개발하라, 암호명은 '스프라우트'
1975년에 캐논이 대형 레이저 프린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엔진을 발표하자 휴렛팩커드사는 캐논사와 엔진 기술에 대한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레이저 프린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첫번째 레이저 프린터는 HP 2680으로 자사의 소형 컴퓨터용이었 다. 당시로서는 아주 고가였지만 그만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휴렛팩커드의 엔지니어였던 짐 홀(Jim Hall)이 이 레이저 프린터 개발 계획의 담당자였다.
당시 그가 이 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어떻게 하면 중요한 주변기기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의 신뢰도를 믿을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엔지니어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HP 2680 레이저 프린터 계획은 두 가지 일을 이루어 냈다. 하나는 캐논과 휴렛팩커드의 관계가 돈독해 졌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휴렛팩커드의 레이저 프린터가 사용자에게 친숙해 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1983년 캐논이 교체 가능한 토너 카 트리지 방식의 복사기를 내놓고 휴렛팩커드사에 새로운 엔진에 대한 모험 투자를 제안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데스크톱 레이저 프린팅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은 아마도 캐논이 개발한 카트리지 시스템의 덕택일 것이다. 캐논은 엔진을 연구하고, 휴렛팩커드가 엔진 외의 부분과 프린터 언어를 개발하는 계획에 휴렛팩커드의 엔지니어들이 동의했다.
이 계획의 암호명은 '스프라우트'(Sprout : 새싹)였는데, 이는 계획중인 프린터가 HP 2680 프린터의 축소 판이기 때문이었다. 1984년, 지금은 클래식으로 불리는 최초의 레이저젯 프린터가 춘계 컴덱스에서 발표되었다.
당시 휴렛팩커드 전시장에서 최초의 레이저젯 프린터는 IBM PC에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었다. 휴렛팩커드측은 자사의 레이저 프린터가 IBM이나 IBM호 환용 PC에서 작동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전시장에서는 휴렛팩커드의 새로운 레이저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첫번째 워드가 선보여지고 있었다.
레이저 프린터는 완전히 컴덱스를 사로잡았다. 짐 홀의 경우도 엔지니어로서 일생에 한번 겪을 수 있는 벅찬 경험이었다고 회고한다. 이 프린터는 그 당시 3,495 달러에 판매 되었다.
몇 년 후, 레이저젯 시리즈 II 프린터(1987)와 레이저젯 III(1989)를 내놓으면서 보다 많은 폰트를 사용할 수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레이저젯 III에는 '해상도 강화 기술(Resolution Enhancement Technology)'을 채용해 보다 섬세한 출력물을 얻을 수 있게 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가격이다. 레이저젯 II는 클래식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거의 천 달러 정도가 내려갔다. 당시로서 가장 뛰어난 레이저젯 III는 시리즈 II에 비해 거의 3백달러나 인하된 가격이었다.
잉크젯이 탄생하기까지
잉크젯 프린터가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은 1970년 후반이었다. 물론 잉크를 종이에 분사해서 프린트 하는 방법적 발상은 훨씬 전의 일이었다. 잉크젯 프린팅이란 일반적으로 잉크를 가열하거나 분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잉크젯의 대명사가 된 데스크젯 (DeskJet) 기술은 휴렛팩커드의 결실이었는데, HP의 505 컬러 잉크젯 프린터는 컬러 프린터 보급의 주역으로 꼽을 만큼 많이 판매된 모델이었다. 잉크젯 프린터의 범주에 속하면서 잉크를 직접 가열하는 방식의 버블젯(BubbleJet) 기술은 1981년에 캐논사가 처음 소개하였다.
버블젯을 처음 발표했던 캐논의 전신은 정밀 광학 리서치 연구소(Precision Optical Research Laboratory)였다. 정밀 광학 리서치 연구소가 1947년 캐논 카메라(Canon Camera)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이름에서 짐 작할 수 있듯이 카메라였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카메라는 캐논의 생산라인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생산품목의 확대와 함께 일반 카메라는 물론 프린터, 복사기, 컴퓨터, 심지어는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에 실렸던 비디오와 텔리비전의 카메라까지 생산하고 있다.
캐논 카메라는 후에 다시 캐논사로 명칭이 바뀌었고, 요즘은 사무기기와 퍼스널 컴퓨터가 캐논사의 생산 라인을 주도하고 있다. 1971년 캐논의 첫번째 컴퓨터가 발표되었고, 1981년에는 버블젯 기술을 소개하면서 디지털 조작이 가능한 컬러 버블젯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CCSI (Canon Computer Systems Incorporate : 캐논 컴퓨터 시스템사)가 탄생, 1992년 7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캐논의 버블젯 프린터 기술과 퍼스널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에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다.
노즐을 통해 잉크를 종이 위에 분사하는 방식의 버블젯 프린터 기술은 레이저 방식 프린터 이외의 부문에서 캐논이 우위를 지닐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점은 오늘날 캐논이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레이저 프린터 엔진의 80% 정도를 생산한다는 사실이다.
캐논 U.S.A와 CCSI는 세이코 엡슨 아메리카의 회장이었던 야스히로 쯔보타를 영입했다. 1991년 엡슨을 떠난 그는 넥스트 컴퓨터사에서 유명한 스티브 잡스 회장의 자문과 컨설턴트역을 맡고 있다가 CCSI의 회장을 맡게 된다. 그는 캐논사가 외부에서 영입한 첫번째 인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발군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프린터의 춘추 전국 시대
잉크젯 프린터는 분명 90년대 초반의 프린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잉크젯 프린터가 도트 매트릭스나 레이저 프린터에 대항해 얼마만큼 잘 버텨낼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잉크젯의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는 있지만 보급 대 수로 따져볼 때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잉크젯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엡슨 아메리카에서는 잉크젯 시장 공략을 위해 비장의 무기를 개발해 냈다. 그것은 바로 MACH (Multilayer ACtuator Head)라 불리우는 기술로, 고압의 구멍을 통해 잉크 방울을 분사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의 장점은 종이 위에 잉크 방울 주위로 생기는 미세한 잉크의 번짐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잉크젯 개발사의 이런 노력에 맞서 레이저 프린터 개발사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레이저 프린터는 기술의 진보로 가격을 대폭 내릴 예정이 어서 신기술과 가격 정책으로 프린터 시장은 한바탕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타자기의 원리로 시작된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에서 복사기의 기술을 응용한 레이저 프린터에 이르기까지 여정은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다. 20년 동안 프린터 분야는 다양한 기술적 분화와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촉진시켜 왔다. 20년 후의 프린터는 과연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4년 1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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