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미국영화에서 연필을 많이 쓰는 이유
미국 어른들이 연필을 애용한다는 사실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다.
연필 전문 사이트 '펜슬닷컴(www.pencils.com)'에 따르면 한 해 소비하는 연필이 미국에서만 20억 자루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저학년들이나 쓰는줄로만 알고 있던 연필을 미국에서는 다 큰 어른들도 많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알파벳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영어는 일렬횡대로 이어서 쓰는 문자이기때문에 오히러 굵은 심으로 써야 알아보기 쉽다. 특히 알파벳 필기체를 쓸때는 더 그렇다.
반면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획을 긋는 한자나 자음과 모음을 쌓아 올려 한 글자를 완성하는 한글처럼 복잡한 문자는 가는 심으로 쓰는 게 깔끔하다. 실제로 외국 문구점에 가면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0.3mm짜리 볼펜이나 0.5mm 샤프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외국 샤프는 보통 1.0mm 심을 많이 쓰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무거워질 수밖에 없으며 연필보다 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 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일리가 있다. 미국 학교에서는 모든 시험을 연필로 본다.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을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연필로 마킹한다. 학교에 가면 늘 연필이 쌓여 있어 내 돈 주고 필기 구를 사서 쓸 이유가 없는 교육 환경, 예쁜 필기구에 목숨거는 애들이 없고 목숨 걸 만큼 예쁜 필기구를 만들지도 않는 소박한 문구 환경, 커서도 굳이 다른 필기구를 넘보지 않게된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요인은 가격이다. 실제로 미국 회사에서는 사무용품을 조달하는 부서가 샤프심을 잘 공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필보다 비싸다는 게 이유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저서 『연필』에도 밝혔듯이 합리적인 가격의 품질 좋은 나무 연필과 뛰어난 기능의 연필 깎기가 학교와 사무실 등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하자 샤프펜슬의 보급은 당연히 저지되었던 모양이다.
미국 영화 속 경찰서에서 유독 연필을 많이 쓴다고 느낀 이유는 값싼 사무용품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공공 기관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연필이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연필이 지닌 상징적 의미 때문일 것이다.
연필의 저자는 '뭔가 끄적거리는 사람들의 연장인 연필은 사색과 창작을 뒷받침한다'고 적고 있다. 펜과 달리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연필은 초안을 작성하거나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필기구다.
영화 속 경찰들이 연필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범인의 심리를 추리하고 떠오르는 수사 아이디어를 포착하기 위해 연필로 썼다가 지우개로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연필중에서도 왜 하필 노란색 연필이 많이 나오는걸까?
한 해 미국에서 팔리는 연필의 75%가 노란색이다. 미국 연필 제조 회사들은 왜 노란색을 칠했을까?
1890년 중국산 최고급 흑연으로 연필심을 만들기 시작한 제조 회사들이 그 사실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다.
펜슬닷컴은 중국에서 노란색이 왕권과 존경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그랬다고 전한다.
또한 노란 색이 매우 실용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주로 어두운 계열의 색으로 칠해진 책상에서 가장 찾기 쉬운 색깔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필이 대부분 육각형인 이유는 동그랗게 만들면 굴러 떨어지고 세모나 네모로 만들면 나무의 낭비가 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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