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왜 탐정은 꼭 흑백사진을 찍나




일단 가장 쉬운 설명으로는 컬러 사진은 현상소에 맡겨야 하지만 흑백 사진은 집에서도 뽑을 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보안이 생명인 탐정의 직업 특성상, 꼭 현상소에서 안 뽑아줘서가 아니라 할수만 있다면 제 손으로 직접 뽑고 싶어할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다른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100-200만원 남짓이면 흑백 사진 뽑을 최소한의 장비를 자기 집에 갖출 수 있다.  초기 자본금이 많지 않은 탐정들이라도 그 정도면 감당할 만한 창업 비용이다. 컬러 사진을 직접 현상하고 인화하지 않는 게 장비가 비싼 탓도 있지만 그 공정 자체가 심히 복잡하기 때문인것도 있다.


더구나 어차피 의뢰인이 원하는 건 사진에 담긴 컨텐츠지 색감의 퀄리티가 아니므로 컬러 사진 몇 장 뽑자고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컬러사진 인화기를 살 이유가 없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흑백 사진을 선호하는 게 탐정만은 아니다. 첩보 원들도 흑백 사진을 사랑한다. 현상소에서 얼마든지 뽑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으로 직접 인화하는 이유는 첩보원들이 찍은 사진 자체가 기밀이기 때문이다. 


흑백 필름의 고유한 특성에서 이유를 유추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흑백 필름은 컬러 필름보다 관용도(latitute)와 선예도(shapness)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관용도가 높은 필름일수록 어두운데서, 혹은 너무 밝은 데서도 그림을 잘 잡아내고, 선예도가 높은 필름일수록 세밀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포착한다고 보면 무리 없다. 


뒷조사 하거나 비밀업무를 수행중에 찍는 사진인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사진을 뽑아내는 데는 흑백 필름이 더 낫다는 얘긴데, 정작 전문가들은 시큰둥하다. 사진의 궐리티는 필름이 흑백이냐 컬러냐 보다 카메라와 렌즈가 얼마짜리냐가 더 많이 좌우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므로 역시 가장 그럴듯한 대답은 그게 일종의 장르적 클리셰라는 설명이다. 시한폭탄의 시계가 매번 폭파 직전에야 멈추는 것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몰카 사진이 흑백 사진 일색인 것도 예부터 그러려니 하고 써먹은 고전적인 영상 기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암실의 독특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 감독의 욕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두운 붉은 조명 아래 사진을 인화 하는 고독한 스파이의 모습. 인화액 속에서 서서히 상이 선명해지는 그녀의 얼굴! 그러려면 흑백 사진이어야만 한다. 흑백 인화지는 암실에서 쓰는 붉은빛에 반응을 하지 않지만 컬러 인화지는 아무 빛에도 아주 격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컬러 사진을 인화하는 장면을 영화에 담으려면 불빛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암실을 찍어야 한다. 암실의 흑백 사진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획득하려는 세심한 배려이기도 하다. 


더러 개념없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붉은등을 켜놓고 컬러 사진 뽑는 장면이 있는데 전혀 말이 안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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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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