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호킹의 우주 - 쿼크와 퀘이사 (Quark and Quasar)


존 슬로우보우


"인류 역사상 가장 끈질기고도 위대한 모험이 있다. 우주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작용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자그마한 은하계의 보잘것없는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쬐그만 행성의 한 줌밖에 안 되는 주민들이 우주 전체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덤비다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한 줌 밖에 안 되는 피조물이 전체를 완전히 꿰뚫을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는 말이다"


머레이 겔만(머레이 겔만 Murray Gell-Mann. 1925~: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소립자론을 연구, 196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의 말이다


그는 이 모험에 참여하고 있는 이론 물리학자 그룹의 한 사람이다. 그들은 우주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단 하나의 상호작용, 우리들을 에워싸고 있는 일체의 현상을 풀이할 상호작용을 찾고 있다.


이처럼 단 하나의 상호작용을 찾아내려는 과제는 너무나 방대하여 아인슈타인마저 그 정체를 잡아내지 못했다. 그는 일생의 마지막 30년을 통일성을 찾는 데 바쳤으나 끝내 성공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 사후 30년이 되는 오늘날 우리들은 그 목표에 좀더 가까이 가 있다.  그러나 우주 안에서는 여전히 층을 이루고 있는 몇 가지 법칙들이 서로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이 자연의 기본법칙들 가운데서 제일 두드러지는 것이 중력(Gravity)이고,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항성, 행성, 여러분과 나-를 지배한다. 과학자들이 벗겨놓은 이 밖에 셋은 아원자 수준에서만 작용한다.  


중력보다 수조 배나 강한 강핵력(강핵력 strong nuclear force: 중성자와 양성자를 결속하여 원자핵을 형성시키고 있는 힘으로 중간자에 의해서 매개)은 원자핵을 한데 묶어준다.


전자기력(전자기력 electromagnetism: 전자를 원자핵에다 속박시키고 있는 힘으로 광자에 의해 매개)은 원자핵 둘레에다 전자들을 잡아두고, 일반 물질이단단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약핵력(역주-약핵력 weak nuclear force: 원자핵은 자발적으로 붕괴하며 핵내의 중성자는 양성자로 전환하면서 전자와 반 중성미자가 탄생되어 핵외로 방출된다. 이같은 붕괴현상을 지배하는 힘)은 우라늄과 같은 일정한 원자의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의 늪 속을 헤매었지만, 끝내 서로 다른 이 자연법칙들을 하나로 어우를 수 없었다. 그는 그들을 넘어서서 모든 것을 단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궁극적이고 단순한 무엇이 있으리라 마음 속으로 믿고 있었다. 이 믿음은 순전히 미학적인 호소력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만물을 해석하면서도 그 이상은 쪼갤 수 없는 일련의 방정식이 있다는 사상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모든 물리학자들이 그와 같은 통일법칙이 가능하리라 믿고 있지는 않다. 오스트리아의 이론가 볼프강 파울리(볼프강 파울리 Wolfgang Pauli: 1900~58: 스위스의 이론 물리학자로 1924년 스핀을 최초로 도입하여 '파울리의 원리'를 발견 194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는 한때 이런 농담을 했다.


"하느님이 흩어놓으신 것을 인간이 어찌 합칠 수 있겠느냐"  그런데 통일이론이란 과학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할 무엇은 아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에드먼드 힐라리 (Edmund Hillary) 경은 왜 그런 고생을 하며산을 오르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  


물리학자들이 통일이론을 추구하는 이유도 그와 마찬가지다.


이 법칙이 발견된 뒤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두 가지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과학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게 되리라는 기대다.  과학자들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아인슈타인의 물질과 에너지 통일론이 원자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양자역학(양자역학 quantum mechanics: 플랑크의 양자가설을 계기로 해 등장한 전기 양자론의 결함을 극복하여 수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디렉 등에 의해 건설된 물리학 이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양자역학이란 아원자 입자 들의 운동을 설명할 때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수학체계이다. 최초의 레이저를 만드는 데 이 원자가 이용되리라고는 아무도 내다보지 못했다. 어쨌든 통일이론은 일부 과학자들에게 종교적 비전이라고 해야 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 속의 모든 힘과 물질이 단 하나의 근원에서 나오는 실재의 선법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세상을 한번 둘러보자. 그처럼 다양한 힘이 하나로 뭉칠 수 있을 듯한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들은 저에너지의 싸늘한 우주에서 살고 있고, 그 안에서는 힘과 물질이 안정되어 서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우주가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모양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다. 우주는 발생하는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갓난 우주는 그렇게 식어감에 따라 길표지를 남겼고, 물리학자들은 그 길표지들을 더듬으며 태초로 돌아가고 있다


그 곳, 대폭발(대폭발 Big Bang: 미국의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에 의해 제창된 아이디어로, 우주는 아주 작은 점이 폭발하여 탄생했다는 것, 이 대폭발 이론은 우주론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는 빅뱅이 일어났던 순간, 또는 그 직후에 우주를 푸는 열쇠가 있다고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믿고 있다.


그 찰라에는 4개의 힘이 태초에 격변이 일으키는 치열한 에너지 속에 함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말을 바꾸어, 1초의 몇 분의1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만은 단 하나의 상호작용으로 존재했다. 이 상호작용은 기초적인 원리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이어서, 그 뒤의 모든 힘들은 거기서 내려 왔다


수학으로 재구성하는 최신방법을 사용하는 이론 물리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빅뱅 직후 10억조 분의 1초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일어난 현상을 제법 그럴 듯하게 밝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실로 눈부신 업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방정식만으로는 자연의 모든 힘과 법칙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그 순간을 볼 수

있을 만큼 시간적으로 태초의 결정적 순간에 접근하지 못했다.


우주의 역사상, 그 뒤의 여러 단계마다 네 가지 힘 가운데서 어느 하나가 그 시간대 또는 시대를 지배해 왔다. 민주체제 하에서 여러 정당들이 시대를 달리며 집권당이 되는 것과 같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우주 또는 세계에서는 제일 약하면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중력이 으뜸가는 힘이다.  



그 인력은 광막한 저쪽-은하계, 항성과 퀘이사(퀘이사 quasar: 강력한 전파와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 항성상 천제로 현재 약 150개가 발견되었다. 밝기는 태양의 1조배, 크기는 성운에 비해 꽤 작다)까지 미친다.


퀘이사란 우주 안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지고, 가장 적게 알려진 천체들이다. 우주의 일생은 140~150억년으로 짐작되며, 중력은 우주역사의 거의 전기간에 걸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 이전, 빅뱅 직후의 몇 초 동안에는 약핵력이 우세했고, 그 이전에는 전자기력이 군림했다.


한편 대폭발 직후의 첫 몇 십억 분의 1초 동안에는 거의 완전히 강핵력이 지배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순간에는 물질과 에너지가 하나였고, 별과 은하계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우주의 역사에 있어서 그보다 수십억 분의 1초전에는 에너지가 너무 강렬하여 네 가지 힘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절대다수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그 시나리오를 굳게 믿고 있다.


"물질들이 제대로 식어버렸을 때에는 네 가지 힘이 갈라지고, 그 밑바닥에 깔린 상호작용이 보이지 않게 된 거에요.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를 주위에 있는 모든 수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밝혀내는 것이 이론 물리학자들의 임무라고 하겠지요"


하버드 대학교의 이론가 셸든 글래쇼(셸든 글래쇼 Sheldon Glashow 1932~: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소립자의 전자기적 연구로 소립자의 전자기적 연구로 와인버그 살람과 함께 물리학상을 수상했다)가 1982년 8월 어느 비오는 날 애스틴 물리학 연구소에서 나에게 한 말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문제를 풀려고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의 생성 초기에 모든 상호작용이 하나로 뭉쳐 있었다는 걸 증명한 사람은 아직 없거든요"


글래쇼는 밑바닥에 깔린 그 상호작용을 찾아내려는 일을 앞장서 해왔다. 1960년대에그는 이 통일력을 이끌어내려고 일정한 단수명 아원자 입자들을 무리지으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접근법을 따라 파고들면 들수록 설명할 수도 없고 실효성도 없는 무한수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있던 스티븐 와인버그 Steven Weinberg와 런던의 임피어리얼 대학에 있던 압두스 살람 Abdous Salam이 그보다는 나은 성과를 올렸다.


1967년에 그들은 독자적으로 연구한 일련의 방정식을 제시했다.  만일 현상을 흐리게하는 어떤 요소들을 무시하기만 한다면, 약핵력과 전자기력이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을 입증해주는 방정식들이었다.


와인버그-살람 모델에는 대단한 매력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자들이 원자력의 여러층들을 벗겨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입자 가속기(입자 가속기 particle accelerator: 전자나 양성자 같은 하전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에서 가속시켜 큰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는 원자 분쇄기 atom smasher의 특수한 조건 하에서는 일정한 현상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


와인버그, 살람과 글래쇼는 이 공적으로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받았다. 1970년대에는 또 다른 물리학자들이 그와는 다른 일단의 계산법을 개발했다. 약핵력과 전자기력은 하나일 뿐만 아니라 원자핵을 하나로 묶어주는 강핵력도 그 일족이라는 것을 밝히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와 같은 유형의 계산법을 대통일론(역주-대통일론 grand unified theory(GUT): 전자기력 강핵력 약핵력을 통일하는 이론) 또는 줄여서 GUT라 부른다.


어떤 과학자들은 대통일론 접근법이 정확히 과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머레이 겔만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통일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대()자를 붙일 대상도 아니에요. 심지어 이론이라고 할 수도 없고, 기껏 미화된 모델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는 근원적인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데 있어 그 접근법이 가장 전망이 밝은 길로 들어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리라는 점은 인정한다.



겔만은 스스로 쿼크(쿼크 quark: 소립자의 복합모델에서의 기본 구성자로 1964년 미국의 겔만 등에 의해 도입되었으며, 현재 우주선 가속기 등으로 그 실재를 확인중) 개념을 창시했다. 쿼크란 아원자 입자(아원자입자 subatomic particle: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 소립자나 원자핵 따위다) 중에서도 아원자 입자이다.


대다수의 이론가들은 쿼크를 양자와 중성자의 기초입자라고, 그리고 우주 안의 모든 원자들의 핵은 양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고 있다. 겔만은 그와 같은 개념을 구상하여 이름을 '쿼크'라 붙였다(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건스 웨이크 Finnegans Wake'에 나오는 "미스터 마크에게 세쿼크"라는 구절에서 빌려온 용어였다) 


그 이전에는 이론 물리학이 일대 혼란에 빠져 있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초에 가속기에서 발견된 수 십개의 새로운 입자들을 처리하는 데 참담한 실패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겔만이 쿼크를 합성하여, 입자 물리학자들은 다시 한번 원자핵을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힌 독자적인 소우주로 보게 되었다.


겔만은 네 가지 힘의 통일을 보고싶어 한다. 하지만 그의 생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원자 안에서 작용하는 세 가지 힘이 같은 뿌리임을 입증한 사람이 아직 없다. 어떤 사람들이 그 경지에 상당히 접근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나에게는 아직 알려오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들이 가장 익히 알고 있는 힘, 곧 중력은 어떤가?  대통일론의 어디에 맞아들어 가는가? 


입자 물리학자들은 원자 안에서 밀고 당기는 세 가지 힘을 가지고 우주의 통일이론에 접근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중력은 여전히 따로 떨어진 힘으로 남아 있다. 지금 입자 물리학자들은 거대한 입자 가속기를 가지고 원자 내부의 소우주를 들여다보고 있고, 한편 우주학자들은 망원경을 가지고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양자는 동일한 사물을 보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우주학의광대무변한 영역과 원자 안의 소우주가 마침내 하나로 수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력은 전과 다름없이 따로 불거져 나와 있다.


현재 몇몇 과학자 그룹들이 중력을 다른 셋에 덧붙여 네 가지 힘을 모두 통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겔만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그들의 절대 다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거든요"  그러면서도 조금은 주의깊게 우주의 위대한 비밀을 향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룩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가 집단이 하나쯤 있다는 점만은 시인했다.


그 집단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스티븐 호킹이 이끌고 있다.  겔만이 말을이었다. 

"호킹은 입자 물리학을 이해하면서 상대성 쪽에 서 있는 유일한 인물이에요 탁월한 인물, 놀랍기 짝이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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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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