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4월호

사람과 사람들 - 한국의 혼을 심는 오인방





"2001년, 세계는 흥분한다. 강대국 한국이 건설한 세계에서 가장 큰 Korean Soul 미술관이 Keran이라는 미치광이 과학자에 의해 무기 시험장으로 개조되었다. 그 과학자의 출현은 세계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Korean Soul 미술관의 중앙 동력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다. 한국이 이끌고 있는 세계 연합단체는 이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특수 병기 제작과 우수 인재 양성에 과학의 모든 힘을 투자했다. 그 결과... 그 결과, 김현준이라는 조종사와 태극호라는 전투기를 낳는다." 



우리 냄새 물씬 풍겨

이러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국산 게임 「한국의 혼(Korean Soul). 우리 손으로 만든 이 게임이 새삼 화제로 떠오른 것은 기존의 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교육 일선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세 명의 현직 국민학교 선생님과 한 명의 예비 선생님, 그리고 컴퓨터 가게 주인이 어우러져 빚어낸 「한국의 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 배경에 있다. 


기존의 국산 게임들이 대부분 우주를 무대로 한데 반해, 이 게임은 모 배경을 우리나라로 삼았다는데 그 독특함을 엿볼 수 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남대문이 나오고, 서울역이 나오고, 63빌딩도 보인다. 또 서울 시내 외에 소양감 댐과 춘천 댐, 대전 엑스포 현장도 나온다. 우리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은 배경 뿐이 아니다. 


아이템도 마찬가지이다. 치마 저고리가 나오는가 하면 인삼도 나오고, 탈도 나온다. 그리고 기존 게임에서 사용하는 레벨이나 스테이지 대신 마당이라는 순 우리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우리 것으로 한「한국의 혼을 만 든 장본인들은 모두 다섯 명. 팀장격인 프로그래머 류근문 선생님 (경동 국민학교)을 비롯한 스토리 보드를 담당한 선충목 선생님(백운 국민학교), 프로그래머인 손준영 선생님(쌍문 국민학교), 올 11월 국민학교 교사 발령을 받을 예정인 라이브러리 구축을 담당한 김기혁 예비 선생님, 그리고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하면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영일 대표가 그들이다. 


물론 이들 외에 김종숙씨 등이 음악이나 그래픽 등에 참여를 하기도 했지만, 이들 5인방이 실질적인 주축을 이루었다. 이 가운데 손준영 선생님은 학업(광운대 전산교육 대학원) 때문에 참석치 못했다.



사람 찾기의 어려움  

64년생 ~ 69년생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서울 교대 또는 대일 고등학교 동문으로, 게임을 만들게 된 동기를 "게임에 대한 시장성이 밝기 때문"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게임 뿐아니라 유틸리티나 그래픽 에디터 등 다른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즉 그 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능가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여느 개발팀과는 달리, 이들은 낮에는 학교에서 아이 들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작업은 주로 밤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 자리에 모여서 게임을 깔만한 공간도 이들에게는 없어 결국 각각의 집에서 일을 한 후, 5~6평 정도의 비좁은 컴퓨터 가게에서 토론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언어도 서로의 공부를 통해 배웠을 정도로 컴퓨터에 대한 이들의 열기는 '광적' 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들이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작년 5 월 11일로, 그래픽 분야에서 가장 커다란 어려움을 겪어 외부인에게 그래픽을 의뢰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선충목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게임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눈과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며, 프로그래머는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게임을 만들면서 특히 그래픽 디자이너의 경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 어려움 때문에 원래는 우리나라 모든 지역을 배경으로 삼으려 했지만, 엑스포 현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등을 배경으로 하는 데 그쳐 아쉬움으로 남아요. 또 배경 연결에도 어려움을 느꼈구요."



컴퓨터 교육, 근본적으로 고쳐야  

어려움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의 분야가 다르고, 자주 모이지 못하다 보니 자연히 의견 충돌도 종종 일어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는 스토리 보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토리보드 담당자는 자신의 의도대로 프로그램이 짜여지지 않아 충돌을 빚는 것이다. 


이럴 때는 근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류근문 선생님은 설명한다. 이들의 컴퓨터 실력은 비단 게임 소프트웨어에만 연결된 것이 아니다. 


특히 베이직, 코볼, 어셈블러, C 등 모든 언어에 능통한 류근문 선생님은 학교에서 컴퓨터계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교장 선생님이 PC를 구입해 줘 성적처리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터보 C 2.0으로 짠 이 성적처리 프로그램은 현재 경동 국민학교, 반포 국민학교 등 약 6개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류 선생님은 또 5~6학년 학생들을 2주일에 한 번씩 컴퓨터 교실에 모이게 해 컴퓨터 명령어 이해 등 컴퓨터 전반에 걸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류근문 선생님은 이 밖에 코코스(COCOS : 한국 컴퓨터교사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할 당시인 91년 초, 심청전을 비롯한 홍부전, 세종 대왕 등 유치원생용 한국 전래동화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현재 국민학교 4학년부터 실시되는 컴퓨터 교육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현재의 교육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우선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4학년 6시간, 5~6학년 8시간으로는 턱없이 모자라죠. 그리고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고 말하는 선충목 선생님은 현재의 CAI(Computer Aided Instruction :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 시스템) 프로그램은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해 한번하고 싫증을 느끼게 된다면서 교사 연수 교육 자체도 활용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한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 셈이다. 


현재 코코스 회원으로, CAI 프로그램을 본 후 텍스트 구성과 교육적 효과, 로직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거나 아이디어를 첨가하는 산수과 검사를 맡고 있는 선 선생님은 CAI의 흐름과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안목을 키우고 싶어 코코스에 가입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얘기 보따리를 가장 뛰어난 툴로 평가한다.


얼마 전, 전자오락의 유해성 문제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손에서 게임을 떼어놓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의 유해성 문제가 논란을 빚을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게임의 교육적 측면이다. 


선충 목 선생님은 게임의 교육적 측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게임에는 폭력적, 파괴적 성격을 띈 것이 있는 반면, 테트리스나 소코반 처럼 지적 향상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게임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갖고 있고 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로직을 배울 수도 있고, 게임 속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게 되죠. 또 게임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그 속에 담겨진 제작진들의 생각 등을 느낄 수도 있구요. 「레밍즈」를 예로 들면, 자기를 희생하면서 동료들을 구한다는 희생 정신을 배울 수 있다. 고 생각해요." 결국 무조건 못하게만 막을 것이 아니라, 좋은 게임을 선정해 주고, 시간을 조절해 주면 염려할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한글 롤플레잉 게임 만들터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를 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아..."


"우리는 승리한다, 반드시 이기고 말거다. 우리는 자신있다. 패배는 저 멀리 꺼져라..."


"짜라빠빠 그대는 아름다워, 짜짜라 짜라 빠빠빠, 짜라빠빠 당신은 믿음직 해, 짜짜라짜라 빠빠빠..." 


"달려라 소년 고주몽,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달려라 소년 고주몽, 만주 벌판 달려라, 달려라 소년 고주몽, 힘차게 달려라..."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리 2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이상은 요즈음 아이들이 자주 부르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응원가로 널리 알려진「힘내라 힘」, 흥겨운 가락의 「짜라빠빠」,「달려라 소년 고주몽」, 그리고 독도는 우리 땅」가사의 일부분이다.


SKC를 통해 4월 판매 예정인 「한국의 혼」 게임은 배경과 아이템, 메시지 뿐아니라, 게임에 담겨져 있는 가락도 모두 우리의 것이다. 



총 9곡의 우리 가락이 들어가 있어 친숙한 배경과 어울어져 홍을 돋운다. 서울교대 하나래 동아리 출신인 선생님들과 2등 항해사로 유조선을 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만나 만들어 낸 「한국의 혼」. 


전형적인 프로그래머들이 아닌 이들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의 의외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미국 마이크로프로즈의 사장이 파일럿 출신인 것처럼, 게임 제작은 이제 어느 누구의 특정 분야가 아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노하우를 축적해 짧은 시간 내에 양질의, 그리고 많은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목표이며, 한글 롤플레잉 게임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CD-ROM 및 멀티미디어용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다. 젊은 그들은..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4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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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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