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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17 마이컴 1993년 8월호 - 21세기 첨단 연구소 7, 포항제철 산업과학 기술연구소

 

 

 

 

 

 마이컴 1993년 8월호 - 21세기 첨단 연구소 7 

 포항제철 산업과학 기술연구소 

 

 

 

"잘 굽고 잘 밀고 잘 감자"

"잘 굽고 잘 밀고 잘 감자". 포항 제철의 제2열연 공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이 표어가 한 눈에 잡힌다. 굽고, 밀고, 감자. 철 제조 과정의 고갱이를 단 세 개의 동사로 쏙쏙 뽑 아놓았다. 

 

불덩어리를 삼킨듯 시뻘겋 게 구워진 쇠덩어리가 선로를 타고 번개처럼 내달리면, 쇠는 어느새 선로 좌우에 설치된 물뿌리개에서 좍좍 쏟아지는 물로 급냉되고 얇게 밀어져 감겨진다. 순식간에 시뻘건 불덩어리가 차가운 쇳덩이로 모습을 바꿨다.

 

굽고 밀고 감기를 얼마나 잘 해내느냐와 얼마나 좋은 철이 탄생될 것인가는 한고리로 얽혀 있다. 그저 이렇게 세 단계를 '잘' 해내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우랴 싶겠지만 철광석, 석회석, 유연탄을 섞어 다양한 형태의 철(Iron)과 강(Steel)을 생산해내기까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자본과 인력, 설비, 기술력 등이 복합적으로 갖춰져있어야 한다.

 

아주 작은 바늘부터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 케이스, 거대한 비행기 생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분야 닿지 않은 것이 없는 철강 산업은 그래서 국가의 기간 산업이라고 한다. 이미 선진국이 된 나라나 선진국으로 도약코자 하는 나라치고 철강산업에 주력하지 않는 나라를 찾기 어렵다.


현재 세계 철강산업은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우리의 포항제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주도해 나가고 있다. 국제 경쟁력 약화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별나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 바로 그 중심에 철강 산업이 서 있다.

 

그 버팀목은 포항제철이다. 포항 제철은 더 나은 철과 강 만들기는 물론 21세기를 준비하고자 6년전인 1987년 산업과학기술연구소(RIST:Reserach Institute of Industrial Science and Technology)를 설립, 첨단기술 연구개발의 토대를 세웠다.

 

 


포항제철, 포항공대, RIST의 삼박 자가 어우러져

내노라하는 각종 첨단연구 인력과 설비를 갖추고 21세기를 준비한다는 산업과학기술연구소는 갓 결혼한 여인네의 옷차림만큼이나 잘 꾸민 포철 단지 중심부에 있다.

 

사색하는 젊은 이들의 동상 밑에서 터져나오는 분수를 기점으로 왼쪽에 연구소가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포항공과대학이 있다. 연구소 뒤편에는 이 곳을 다녀간 노벨상 수상자들이 심고간 나무들이 있는 노벨동산이 울타리처럼 에둘러 있다.


포항에 자리한 연구소 외에 광양 제2제철소의 광양연구소까지 합쳐 연구인원만 모두 5백여명이 넘는다. 이중 박사급만도 245명이다. 인재는 말할 것도 없고 최첨단 연구 설비 또한 자랑거리로 꼽는 산업과학기술연 구소는 투과전자 현미경(TEM실), CO2 레이저 용접기, 핵자기 공명 분광기, 진공유도 용해로 등 최첨단 설비로 무장하고 있다.

 

게다가 바로 인 근에 최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장비로 손꼽히는 초전도 입자가속기가 내년을 목표로 건설중에 있어 점차 주목받는 연구 단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올해로 창립 6주년을 맞이하는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또 하나 강력한 원군은 마주보고 앉은 포항공과대학이다. 지하로는 연구소와 대학이 하나로 연결되어 통행이 가능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건물 설계는 학교에서 연구한 기초 원리를 산업과학기술연구소를 거쳐 현장에서 직접 활용 할 수 있는 실용 기술화하겠다는 발상의 표현처럼 보인다.


"우리 연구소의 특징이라면 연구소 조직 자체가 현장인 포항제철의 철 생산 공정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 입니다. 생산라인이 제안한 의견을 바탕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연구소에서 개선된 기능들은 현장에서 실제 활용하게 됩니다."

 

현장과 연구소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연구소의 최대 장점이라고 김용운 행정 부장은 지적한다. 포항제철의 산·학 ·연(産·學·硏 )은 3박자가 제대로 어우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철광석을 철로 감아내기까지 알알이 맺힌 연구의 성과들

포항제철을 바탕으로 한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눈은 누가 뭐래도 "어떻게 좋은 철을 만들어 낼 것인가" 이다. 연구부문은 철강부문, 이공부문, 신소재 부문, 경영경제부문 등으 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우선, 철강부문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철강부문은 포항에 제선연구실, 제강연구실, 시스템연구부, 에너지연구부, 강재연구부, 특수강연구부, 용접 연구센터를, 광양연구소에 표면처리 연구부를 갖추고 있다.

 

철을 만드는 공정을 해석하고 그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며, 더욱 나은 새로운 철 만드는 기술은 없을까 고민하는 제선연구실은 인공지능을 도입해 철을 제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로 특수강이나 고급강을 더욱 잘다듬는데 있어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하는 제강연구실은 특히나 이 기술을 먼저 개발해 선점하는 나라가 세계 철강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스트립캐스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컴퓨터와 관련이 가장 깊은 부서로 시스템 제어 기술, 정밀 측정 시스템 개발, 설비 진단 기술, 인공지능 시스템의 응용 기술, 공장자동화 기술 등을 맡는 시스템 연구부는 사람이 하고 있는 작업들의 기계화를 담당 한다.

 

에너지 연구부는 석탄 에너지 전환과 열공정 연구를 비롯, 공해 산업으로 전락하기 쉬운 제철 산업으로 인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로 폐자원 재생 기술 등 에너지 자원의 활용을 중점으로 한 대체 에너지 개발과 폐자원 재활용 분야에 파고들고 있다.


강재연구부는 신강종 개발, 재질예측 제어기술, TMCP강 개발, 압연 공정 최적화 기술 등을 주로 연구 한다. 전기강판과 스테인레스강 제조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신공정 기술 개발, 품질 향상을 위한 제조 기술 개발 그리고 강종 확대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특수강 연구부 등이 철강 부문을 구성하고 있다.

 

 


이공부문은 기초과학, 기계, 화공, 전자전기 등으로 나눠 기초 이론이나 혁신적인 이론 개발 등을 주로 한다. 제철 과정에 필요한 로보트를 개발한다거나 반도체용 특수 장비들을 개발 하는 것도 이 부문의 몫이다. 

 

금속재료, 무기재료, 유기재료, 자성재료 등으로 구분해 연구를 진행하는 신소재 부문은 더욱 강하고 고기능의 고부가가치형 새로운 소자 개발과 포항제철 제품의 특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경영경제부문은 날로 극심해져 가는 국제 경쟁시대에 포항제철이 어떤 방향을 잡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업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 생산과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포항제철 경영 합리화를 위한 다양한 모델 개발과 21세기 비전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했다.

 

기획, 행정 기술 지원부는 연구 진행을 위해 필요한 자료, 설비, 실험, 인증 등 갖가지 업무를 지원한다.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여섯해동안 산업과학기술연구소가 추수한 곡식들은 포항제철이란 곳간에 쌓여 잘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피치(원유나 콜타르를 증류하고 난 뒤 생성되는 끈적끈적한 검은 물질)계 탄소섬유와 자동 차용 2층 도금강판, 희토류계 강력 영구자석, 능동진동제어시스템, 고온 초전도체 SQUID의 개발, 광양제철소 조기조업 소프트웨어 모델, 제철
용 고중량물 로보트, 조선용 TMCP강, 설비진단용 가속도 센서 개발 등등.

 

그렇지만, 아직 포항제철소 속에는 자동화할 처리와 더 나은 철강 개발 등 개발할 영역과 내용이 무궁무진 하다. "아직은 철 생산에 필요한 설비들은 외국 수입 의존 비율이 절대적입니다. 연구소는 들여온 기계를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 또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연구해야지요. 차근차근 노하우를 축적해 가면 우리도 더욱 많은 자체 고유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이해영 박사의 진솔한 현실 진단은 산업과학기술 연구소란 배의 출항지점이다.

 


연구소가 갈 길은 연구소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느라 보여 주었던 10여분 남짓짜리 비디오 프로그램에서 잡아낼 수 있었다. 비디오가 거의 끝나 갈 무렵, 화면 가득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란 글귀가 나타난다. 

 

자원은 유한하다. 아무리 우리에게 자원이 부족하다지만 이런 문제는 많고 적음의 정도차만 있을 따름이지 자원의 유한성은 어느 나라나 직면하는 공통된 위기이다. 그래서 각국은 대체 에너지 개발이다, 신소재 개발이다 야단법석을 떠는 것이다.

 

바로 이 야단법석에 산업과학기술연구소도 동참하려고 한다. 자원은 유한하고 창의는 무한하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같은 재료를 썼는데도 창의적인 일류와 뒤쫓는 이류는 다른 맛을 낸다. 산업과학기술연 구소는 창의를 바탕으로 감칠맛나는 활용 기술들을 개발하는 철강 분야의 일류이고자 한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8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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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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