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나 드라마속에 등장하는 전화 국번 555의 비밀
미국의 영화뿐만 아니라 TV, 라디오, 만화, 노래 등 각종 창작물에서 가상 전화번호를 쓸 때 국번은 반드 '555' 국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써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관객들이 장난 전화를 걸어댈까봐 그런 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 번호나 썼다가 그 전화번호 주인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한국통신' 격인 벨코어社는 555-0100에서 555-0199까지 전화번호 100개를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픽션' 用으로 빼놓았다. 일반인은 이 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
X파일의 멀더가 스컬리한테 전화할 때 555-0191을 누르고 스컬리가 멀더에게 폰 때릴 때 555-0190을 누르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다.
그럼 왜 '700' 도 아니고 '080' 도 아니고 하필 '555' 일까? 여기에 의외로 치밀한 근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4-50여년 전, 그때도 미국에는 전화번호를 문자로 바꿔 외우는 자들이 많았다.
지금 당장 핸드폰을 열어보면 알겠지만 2번 비튼에 'ABC' 3번 버튼에 'DEF' 하는 식으로 각 버튼마다 고유 알파벳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각 알파벳에 해당하는 번호를 차례로 누르면 전화번호가 된다.
가령 어떤 남자가 "제 번호는 I LOVE YOU입니다" 라고 말했다면면 그사람의 집 번호가 4-5683-968번이라는 뜻이다.
영어가 외국어인 우리들이야 더 헷갈리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사람들은 이 방식이 상당히 유용하다 특히 첫 번호 3개로 지명의 첫 3음절을 표기하는 걸 좋아했다. 센트럴 파크에 있는 음식점 번호가 236-7897이면 스티커에 'CENtral 7897' 이라고 찍어 위치와 연락처를 한번에 알리는 것이다.
같은 번호를 연달아 누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지역에서는 더 쉬운 번호를 얻는다.
즉 'MONtana 6666' 이라고 쓰면 '666-6666'을 누르는 식으로 말이다.
문제는 첫 3자리가 JKL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영문 지명 찾기가 전쟁터 에서 라이언 일병 찾기보다 어렵다는 데 있다. 모음이 하나씩 들어 있는 버튼은 단어를 조합하기가 쉽고 모음이 없더라도 777로 변환되는 'SPRingfield' 처럼 그 넓은 땅덩이에 어떻게든 들어맞는 지명이 한 군데씩은 있게 마련이지만 유독 5번의 알파벳으로 그게 안되니 '555' 국 번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당시 할리우드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아까 말한 대로 번호 100개를 냉큼 찜해서 오늘날까지 수백, 수천 편의 영화가 돌려쓰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10개를 돌려 막아도 1년을 버티기 힘든데 하물며 번호 100개로 30년을 돌려 막자니 당연히
한계가 온다. 멀더네 집 번호 555-0199가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사무실 번호면서 <인사이더>에서 알파치노의 집 번호인건 그 때문이다. 하나둘 인접 번호로 시야를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현재 미국에서 555국으로 시작하는 거의 모든 번호는 그들의 차지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555 LIST 만 모아놓은 사이트도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캐릭터의 극 중 전화번호를 모아놓은 사이트다. 편집증적 광팬들이 일일이 찾아내 제보한 것이라 하니 걔들도 참 어지간하다.
그래도 덕분에 <메멘토>에서 가이 피어스가 묵는 모텔 번호가 555-2368이고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파출부 모집 광고를 보고 전화를 때리는 샐리 필드네 집 번호가 555-9643이 라는 따위의 정보를 금세 찾을 수 있다.
<마지막 액션 히어로>에서 꼬맹이는 이런 멘트를 날린다. "봐! 모든 전화번호가 555로 시작해! 영화 속에 들어와 있다고!"
한국에도 555 국번과 비슷한 국번이 있다. 〈동갑내기 과외 하기>포스터에다 써 넣은 011-200-0207이라는 전화번호가 좋은 예다. 2월 7일 개봉한다는 의미로 만든 번호에다 김하늘이 홍보성 멘트를 녹음해 두었던 적이 있었다.
영화 <폰> 때 감독 핸폰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한 영화사는 비슷한 번호 가진 사람한테서 욕깨나 먹었다는 소리도 있었다
참고로 컴퓨터의 아스키 코드로 예수의 엄마 마리아(Maria)를 치면 555가 나오고 불어의 구세주 (SAUVEUR)를 쳐도 555가 나온다
'알쓸신잡 >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영화 판권은 누구에게 사나? (0) | 2019.06.03 |
---|---|
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왜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매킨토시가 자주 나오나 (1) | 2019.05.30 |
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왜 탐정은 꼭 흑백사진을 찍나 (0) | 2019.04.21 |
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미국 영화에 흑인여자 판사가 많이 나오는 이유 (0) | 2019.04.21 |
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미국영화에서 연필을 많이 쓰는 이유 (0) | 2019.04.13 |
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미국 경찰은 왜 FBI 요원을 싫어하나 (0) | 2019.04.10 |
영화속 궁금한 이야기 - 형사는 왜 바바리 코트를 입나? (0) | 2019.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