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4년 2월호 - 특집 기획 1편 

 94년 PC게임 시장, 전쟁을 방불케 할 듯 

 

 

 

 

'95년 세계 시장 규모 6백억 달러, 10년내에 3조5천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래의 가장 유망 제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멀티미디어. 마쯔시다를 비롯한 소니, 세가엔터테인먼트, 아타리 등 세계 유명가전 업체 및 게임 관련 업체들은 저마다 이 황금과도 같은 시장을 장 악하기 위해 '3DO 리얼 인터렉티브 멀티 플레이어', 'PS-X'(가칭), '재규어' 등 그래픽 처리가 뛰어난 32 비트나 64비트 게임기를 내놓았거나 개발 중에 있다.


이들 업체들이 이처럼 게임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컴퓨터 게임이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게임 시장은 가정용 비디오 게임이건 PC용 게임이건 전반적으로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초에 터진 광과민성 발작 증세로 인해 가정용 비디오 게임 시장이 된 서리를 맞아 좀체로 회복될 줄 몰랐고, 업친데 덮친 격으로 게임 등 신종 정보 • 오락매체에 대한 문화체육부의 강화된 심의로 인해 일본어 자막이나 음성이 들어있는 게임의 수입이 불가능해지는 일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부분 미국산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던 PC 게임시장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가정용 비디오 게임 시장의 침체가 PC 게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년, 금성 소프트웨어와 쌍용이 PC 게임 시장에 뛰어든 것은 CD-ROM을 매체로 하는 멀티미디어 시장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의 PC용 게임을 보면 그 용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20메가바이트 정도의 용량은 이제 기본이 되어버렸으며 오리진 시스템의 '스트라이크 코맨더'의 경우 음성과 임무 디스켓까지 합치면 50 메가바이트에 가까운 하드디스크 용량을 요구한다. 이러한 추세는 결국 기록 매체가 지금의 플로피디스켓에서 CD-ROM으로 바뀔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시장 가능성 충분하다

"매년 1백% 이상의 고속 성장은 충분하다고 본다."

 

국내 PC 게임 시장을 보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관련 업체에서는 작년 약 1백억 시장 규모(소비자가 기준)에 지나지 않았던 PC용 게임 시장을 올해에는 그 두 배 이상인 약 2백50~3백억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동서게임채널을 비롯한 SKC, 쌍용은 크게는 전체 시장의 50%에서 작게는 3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계획하고 있어 PC 게임 시장을 둘러싼 각축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각 업체들은 해외 제약사를 늘린다거나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 가장 다양한 판매전략을 실시하고 있는 회사로는 동서게임채널과 SKC를 꼽을 수 있다. 92년부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선두주자격인 동서게임채널은 작년 5월 부터 미국의 유명 PC게임 전문지인 '컴퓨터 게임밍 월드'와 라이선스를 맺고 '게임채널'이란 국내 유일의 PC 게임 전문지를 발행하는 한편, 작년 10월부터 처음으로 24시간 편의점 써클 K에 미니팩 중심의 저가형게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도 했다. 현재 동서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써클 K는 서울과 경인지역, 그리고 부산 등 모두 35군데에 달한다.


동서는 또한 작년 12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와 제휴해 고가인 (14만원) 골프 시뮬레이션 게임 '링크스 386 프로'를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60군데 정도인 대리점 수를 계속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작년 말을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선 SKC는 학생들의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형광펜, 랜턴, 사진 액자 등 주로 액세서리를 주던 소극적인 판매 방법에서 탈피, 금년 1월부터 자사 게임이 분석된 '게임 걸작선'을 3만원 이상 자사 게임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밖에 '윙코맨더 시리즈' 비교 분석 공모전 등 적극적인 판매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현재 30군데인 대리점 수를 계속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페르시아 왕자 2'를 비롯한 '스트리트 카운터', '삼'국지 무장쟁패', '보물섬' 등 꾸준한 빅 타이틀 공급으로 하반기 시장을 리드한 SKC는 그 여세를 몰아 금년 시장의 절반을 차지, 업계 선두 자리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금년 성장 목 표를 작년 2백%로 잡고 있다. 매월 1~2 타이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CD-ROM은 시장을 활성화 시킨다는 의미에서 당분간 2만5천원에 공급한다.

 

SKC의 금년 사업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PC 게임 외에 가정용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10일과 15일, 서울과 대구에서 가진 자사 대리점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롬팩 시장에의 참여를 공식으로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96년까지 1백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에 대해 민병관 과장(사업개발 1팀의 메모리 소프트 판매팀)은 이렇게 말한다. "롬 팩 시장에 뛰어들 경우 주로 미국 소
프트웨어를 들여오게 될 것이며 기종은 세가와 닌텐도 모두에 해당한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하드웨어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드웨어가 호환성을 갖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이나 현대가 국내 게임기에서도 미국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어댑터를 보급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해 9월 시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PC 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쌍용은 작년 한 해를 시험 기간으로 생각하고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동서게임채널과 같은 형태의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를 독립 법인으로 세운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경력, 신입 등 인원을 보강했다.

 

후발업체로는 비교적 높은 3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30여개에 달하는 계약사를 꾸준히 늘려 매월 10~15타이틀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며 대만 게임은 동시 발매를 목표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은 CD-ROM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이는 95년도 흑자 시점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은 대만 게임의 경우 2만5천 ~2만7천원, 그 밖의 게임은 2만 5천~3만원대, 월 2~3타이틀 판매 예정인 CD-ROM은 4만5천~5만 원대로 계획하고 있다.


작은 규모에 비해 알찬 수확을 거둔 회사로는 지관(유)을 들 수 있다. 대만의 소프트월드(지관과기유한공사)와 합작해 만든 지관은 '92년 12월 말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삼국연의'를 비롯해 작년에 커다란 히트를 기록한 '동방불패', '소림사 여래금 강권전기' 등이 대단한 인기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삼국연의'와 '동방불패'은 거의 1만 카피에 육박하는 보기드문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지관은 작년까지는 한 달에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 치던 것을 올해부터는 두 달에 세개의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가격은 2~3만원대. 또한 그동안 대만 제품의 한글화에 그치던 소극적 방법에서 벗어나 소프트월드와 합작으로 금년 안에 2~3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워 현재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작년 1월 말, 멀티미디어 사업 강화의 한 방편으로 게임 제작 전문학원 설립발표와 함께 PC 게임시장 참여를 선언한 금성 소프트웨어는 빅타이들을 만드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실패, 당초 예상대로 커다란 빛을 보지 못했다. 금성은 과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대신 국산 게임 개발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금성 소프트웨어는 판매 부진을 회복하기 위해 최근 1년간 자사 게임 소프트웨어 총판 판매를 소프트타운과 체결하는 한편, 24시간 편의점인 LG25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판매 활로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 밖에 '프린세스 메이커 I' 이후 이렇다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던 한도 홍산무역은 오는 2월 초, 화제작 '이스 II 스페셜' 판매를 계획하고 있어 동서게임채널의 '광개토대왕', 지관의 '황비홍'과 일대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국지 II'와 '푸른 늑대와 하얀 사슴, 징기스칸'으로 시장에 참여한 범아정보는 당초 12월 말, 첫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유통망 확보와 한글 작업 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이유로 1월말 쯤, 첫 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범아정보는 '삼국지 II' 의 올 판매 목표를 6천개로 예상하고 있다.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제작사로 국내에서도 널이 알려진 일본 고에이의 인기를 등에 업은 범아정보의 등장은 관련 업계에 긴장감을 던져 주었다. 하지만 판매 시기의 뒤늦음과 당장 판매될 제품이 한물간 게임들이어서 충격파는 당초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범아정보에 따르면 역사 시뮬레이션 가운데 가장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는 '삼국지 III'나 '대항해시대 II' 는 금년 말이나 판매될 것이라고 한다. 가격은 '삼국지 시리즈'가 4만원 대, 그 밖의 제품은 3만원대로 비교적 고가에 속한다.

 

 

 

 

 

 


4만원 이상 제품 줄이을 듯

게임 유통 업체에서는 한 제품당 처음에 보통 2~3천 카피를 해 각 대리점에 판매하며 이후에는 일정량 이상의 재주문을 받아 카피를 하게 된다. 작년에 판매된 제품 수는 동서 게임채널이 120종류(CD-ROM 포함)로 가장 많았으며 SKC가 97종류, 쌍용이 17종류(CD-ROM 포함), 금성이 14종류, 지관이 11종류, 소프트타운이 2종류로 모두 261종류이다. 월 평균 20개 이상의 신제품이 선보인 셈인데 올 해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르별로 보면 아케이드가 28.3% (74종류)로 가장 많았으며 시뮬레이션이 28.0%(73종류), 롤플레잉 16.5%(43종류), 어드벤처 12.6% (33 종류), 스포츠 7.7%(20종류), 퍼즐 6.9%(18종류)로 아케이드와 시뮬레이션이 강세를 보였다 (표 1). 

 

가격별로는 1만원~2만원 미만이 가장 많은 33.3%(87종류)를 차지했으며 2만원~3만원 미만이 30.7%(80종류)로 그 다음으로 많아 1만원~3만원 미만의 가격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3만원~4만원 미만은 17.6%(46종류)를, 1만원 미만은 16.5%(43종류), 4만원 이상은 1.9%(5종류)를 각각 차지 했다(표 2).


4만원 이상의 제품 가운데 작년 12월 말에 판매된 '욍코맨더: 프라이버티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CD-ROM 이다. 92년도에 1만 5천원 미만의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작년도 게임 가격이 상당폭 올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3만원~4만원대 가격의 제품이 18.0%(47종류, CD-ROM 제외)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92년에 판매된 제품 가운데 3만원 이상의 제품은 고작 14종류로 전체의 약 5%에 지나지 않았으나 '93년에는 3만원 이상의 제품이 92년에 비해 3배 이상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서의 1월 판매 예정 제품 가운데 'T.F.X'를 비롯한 '링크스 386 프로'와 '밸프라이코스' 등이 4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될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4만원 시대를 열게 되었다.


이처럼 가격이 올랐음에도 작년 한 해동안 3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은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많은 시장 점유율을 점유하고 있는 동서와 SKC가 집계한 자사의 93년도 판매 순위 10위 안에 (최소 5천 카피 이상 판매 추정) 3만원 이상의 제품은 모두 5종류인 것으로 조사되었다(표 3). 이것은 “뛰어나 작품은 고가로 밀고 나간다"는 업체의 고가 정책이 먹혀 들었음을 의미하며 앞으로도 고가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가 제품 전략 성공은 특히 SKC에서 두드러졌는데, 93년도 판매 순위 10위 안에 드는 제품 가운데 1만 2천원, 2만5천원 제품이 각각 하나에 지나지 않은 반면, 나머지 8제품이 모두 2만9천원 이상이었다. 이 중 3만원 이상 제품이 4가지로 40%를 차지했다. 반면 동서의 경우 3만원 이상의 제품은 하나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1만원대이거나 1만원 미만의 제품이다.


고가 정책에 불을 당긴 것은 작년 상반기에 등장한 'F-15 스트라이크 이글 III'와 '스트라이크 코맨더', '스타워즈 엑스-욍', 그리고 12월 말에 등장한 '욍코맨더 : 프라이버티어' 등 을 들 수 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3만5천원이며 '윙코맨더 : 프라이버 티어'는 국내 PC게임 사상 처음으로 (CD-ROM 제외) 4만원대를 돌파한 4만3천원에 판매되었다.

 

이 제품이 판매될 때만 해도 SKC 조차 반신반의 했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 용산의 동서게임채널 직매장 이재성 팀장은 "프라이버티어는 못팔아도 하루에 2개는 팔린다"면서 '키란디아의 전설(한글판)'을 비롯한 '지혜의 땅', '코만치' 등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삼국지 무장쟁패와 스트리트 카운터는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해 하반기에 등장한 '스트리트 파이터' 형태의 격투기형 아케이드 게임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쌍용은 '샘과 맥스'가 3천 카피, '사이버레이스'가 2천 카피, '덴터클 최후의 날'이 3천 카피(CD-ROM 포함), '트리스탄 핀볼'이 1천 카피 정도 판매되었으며 CD-ROM 전용 게임인 '스타워즈 : 저항군의 반격'가 의외로 2천 카피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뮬레이션 게임 분석 원해

한편, 본지 94년 1월호 독자 설문 조사(350명 대상, 중복 응답)를 통해 본 국내 게임 애호가들이 꾸준히 즐기는 게임으로는 '삼국지 II, III' 가 과반수를 넘는 53.4%로 가장 많아 이름 값을 톡톡히 했다. 그 다음으로는 '페르시아 왕자 1, 2'(22.3%), '젤리아드'(19.1%), '하드볼 III'(14. 3%), '테트리스'(12.9%), '엑스-욍' (12.3%), '대항해시대 I'(8%), '프린세스 메이커 I'(6%), '코만치'(5.7 %) 순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꾸준히 즐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표4).

 

그리고 한 달에 구입하는 게임 개수를 묻는 조사(291명 대상)에서는 약 80%에 가까운 230명이 한 달에 평균 1개의 게임을 산다고 응답했으며 2개가 17.2%(50명), 3개 이상은 3.8%(11명)에 불과했다(표5). 분석을 원하는 장르를 묻는 조사 (381명 대상, 중복 응답)에서는 시뮬레이션이 과반수에 가까운 49.3% (188명)으로 가장 많아 게임을 즐기는 분위기가 시뮬레이션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반영했다.

 

이것은 업체 별 판매 순위표에서 시뮬레이션 게임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어드벤처가 25.5%(97명), 롤플레잉 21.8%(83명), 아케이드 13.9%(53명) 순으로 어드벤처와 롤플레잉 분석 요구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6).

 

 

 

 

 

 

 

 

국산 게임의 문제점

작년에 등장한 국산 게임은 모두 7종류로, '오성과 한음'을 비롯한 '원시소년 토시', '홍길동전', '복수무정', '아파차차' 등이 그것이다. 이들 국산 게임들은 어드벤처인 '오성과 한음', 롤플레잉인 '홍길동전'을 제외하면 모두 아케이일색이어서 다양한 장르로의 진출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몇 안되는 국내 개발팀의 실정을 생각해 볼 때 한 해에 개발된 게임이 일곱 작품이라는 것은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2~3 작품을 제외하고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


하나의 제품이 시장에 등장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 위해선 완벽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철처한 품질 검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게임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음은 국산 게임을 구입했다는 한 독자가 보내온 글이다.


“얼마 전에 xxxx라는 게임을 구입했는데, 386에서는 속도 조절이 안되더군요. 그런 사항이 있으면 겉에 써 있었어야죠. 겉에는 AT 이상 이라고 써있고, 매뉴얼에만 속도 조절은 486 이상에서만 된다고 써 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게임을 실행시키면 말소리가 나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되다가 몇 마디를 빠뜨리고 끝납니다. 이건 또 어떻게 된 것입니까...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폭스레인저 2'가 나왔을 때 버그로 인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아파차차'가 버그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뛰어난 외국 게임과의 경쟁에서 국산 게임이 살아남는 길은 그들이 다룰 수 없는 우리만의 소재를 다루면서 질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들은 조그만 버그도 용납하지 않는다.

 

본지 94년 1월호 설문 조사에서 국산 게임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많은 독자들은 아케이드 뿐 아니라 '삼국지', '원숭이섬의 비밀' 형태의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이나 한글 어드벤처의 개발, '폭스레인저 2'나 '아파차차'처럼 버그가 없 었으면, 독창성 부족, 탄탄한 시나리오 등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주길 원했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유통사 최초로 동서게임채널에서 개발한 '광개토대왕'은 주목을 끌만하다. 10여명의 인원이 약 1년 반 정도에 걸쳐 개발한 이 게임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겨냥한 것으로 장르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다.


굳이 전략 시뮬레이션을 선택한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는 물론 프로그램 기법, 수학적인 요소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 수준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동서측은 설명한다. 첫 작품인 만큼 우리민족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옛 고조선의 영토를 회복하기 위한 영웅호걸 광개토대왕의 활약을 그렸다.


국산 게임의 판매는 몇개의 제품을 제외하고는 최소한 3천 카피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은 92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등장한 '폭스레인저 '과 '박스레인저', 그리고 작년에 나온 '그날이오면 3'로 각각 1만 카피, 6 천 카피, 7천 카피 정도 판매된 것으 로 보인다.

 

 

 

 


업체간, 당국과 긴밀한 협조 필요

게임 시장이 보다 활성화 되기 위해선 관련 업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당국의 지원과 사회의 분위기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동서게임채널 직매장 이재성 팀장에 따르면 아이들이 게임을 구입할 때 부모와 함께 오는 경향이 많아졌으며 또 어른들도 점차 게임을 찾는 추세라고 한다.

 

이것은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분위기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금성 소프트웨어가 작년 3월, 자사 교육센터에 게임 제작 강좌를 개설한 데 이어 소프트라이도 게임 제작 전문 학원을 설립했다.

 

또 체신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정보 문화센터는 작년에 국산 게임 페스티벌과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을 개최해 수상작을 모은 책을 게임 제작자들에 게 무료로 배포한 데 이어, 금년 8월 에는 제2회 게임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게임소프트웨어 산업진흥회가 대통령 비서실에 보낸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금융지원' 등에 관한 대정부 탄원서에 대해 당국에서는 "94년도에 정보 처리업에 대한 제조업 수준의 조세,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하여 제도화할 예정" 등의 긍정적인 회신을 보내왔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방안이 실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소규모 팀에게까지 미칠 수 있느냐이다. 작년 10월, 가정용 비디오 게임과 PC용 게임을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열림기획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로는 처음으로 병역특례 업체로 지정되어 6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었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게임을 개발하기에 가장 알맞는 연령인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 진다.


이 밖에 도서출판 에스컴은 국내 최초로 학생과 성인층 등 게임 초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임 구입 가이드북 성격의 책을 오는 3월에 발행할 계획이다(이창재 저). 이 책은 2백~2백50쪽 분량으로 게임 분석을 다룬 기존의 게임 책과는 달리 국산 게임을 비롯한 각 장르별 게임의 특성과 난이도, 완성도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게임은 연령과 나이를 초월한다. 작년 9월27일자 타임지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은 연간 1백억 달러를 넘으며 히트작 하나의 매출은 5억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또 비디오 게임은 미국에서만 53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것은 미국인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지출한 돈보다 4억 달러가 많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PC 게임은 연 2백 종류가 넘으며 금액으로는 4천억원, 평균 판매량은 5만 카피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만의 평균 판매량은 1만 5천 카피에 이르며 자국어 보급율은 20%에 달한다.

 

지난 1월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 참관하기 위해 동서, SKC, 쌍용, 금성 등 업계 관계자들이 떠났다. 그들의 주요 목적은 라이선스 확보가 아닌가 한다. 그들이 돌아오면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소리도 들려올 것이다.


언제까지 라이선스 확보에 혈안이되어야만 하는가. 소프트타운의 신근영 사장의 말처럼 좁은 시장에서의 제살깎기식 로열티 경쟁은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4년 2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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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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