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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컴 1993년 6월호 - 21세기 최첨단 연구소 5편 

 우주와 그 언저리까지 일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 

 

 

 

"대지는 인간의 요람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요람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 우주 비행이론의 체계를 확립한 러시아의 수학자 콘스탄틴 E. 치올코프스키는 우주 탐험의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굳이 유명인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우린 밤하늘에 별을 보고 겨울밤 화롯불에 군 밤을 까먹으며 계수나무 밑에서 쿵덕쿵덕 방아찧던 달나라 토끼 두 마리에 얽힌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로 우주에 대한 동화적인 관심을 키워왔다.

 

물론, 요즘은 휘황찬란한 도시속에 묻혀 살아가는 탓에 밤 하늘 별보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인 세상이 돼 버렸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하늘을 잊은 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로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리며, 우주를 누비는 게임 소프트웨어에 푹 빠져서 우주 개발의 원대한 청사진을 그려간다.

 

우주는 아직도 땅, 바다, 생물체의 세계, 물질의 바탕과 함께 사람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세계로 남아 있다. 이 세계들은 개발 여하에 따라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삶의 터전이 되어 줄 것이다.

 

세계 각국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허무하기 짝이 없는 이 분야에 일편단심 물을 부어대는 이유는 남보다 앞서 깃발을 꽂기 위함이다. 아메리카 신대륙에 첫 발을 디딘자가 주인처럼 행세하는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탓에. 우리나라 역시 우주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 1987년 12월 4일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을 제정했다.

 

이후 1989년 항공우주연구소 설립 계획을 의결, 항공우주연구소가 1989년 10월 10일 한국기계연구소 부설로 충남 대덕연구 내에 문을 열었다.

 

 


화려한 등장, 삐걱거린 일년

"항공우주 분야를 수출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아래 세워진 한국항공우주연구소는 환상적인 연구 아이템 탓인지 시작부터 화려했다.

 

기계, 전자, 재료, 통신, 생산 공학이 종합된 항공우주 기술을 축적, 이제껏 수입에만 의존하던 상태를 개선해야겠다는 정책의지를 바탕으로 세워진 항공우주연구소는 초대 소장에 미국 우주항공국(NASA) 등에서 우주선 설계와 시험 비행 등에 참여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우주선 설계자이며 재미우주과학자회 회장이던 황보한 박사를 임명하고 그 밑에 45명의 연구원으로 진용을 갖췄다.


93년부터 우리 나라에도 본격적인 인공위성 시대가 열리지만 과연 그 위성발사에 우리의 기술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가 발전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동아일보 1990년 3월 22일자 인터뷰)라고 초대 소장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던 황보 한 박사.

 

인터뷰 말미에 덧붙혔던 "문제는 예산확보입니다. 92년까지 약 1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확보된 것은 20억원에 불과하다"는 그의 고민은 그대로 심각한 문제로 부각돼 연구 장비와 연구비 부족, 그로 인해 연구소 운영 자체를 곤란하게 했다.

 

거기에 설립 초기의 의욕적인 정책의지까지 실종, 연구소는 폭풍우 속에 놓여진 돛단배처럼 방향을 잃었다. 화려한 데뷰와는 달리 표류를 거듭한 항공우주연구소는 언론으로부터 비난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60년대 1억 3천만 달러를 투입, 통신위성을 개발하여 불과 65년~70년의 5년사이에 4백 70억 달러를 벌어들인 미국 나사(NASA)의 사례를 눈앞에 보면서, 또한 나날이 각 분야에서 중요성을 더해가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기본 기술인 인공위성 연구의 특성상 이를 연구할 항공우주연구소의 침체는 그대로 봐 넘기고 말 사안이 아니었다.

 

 


놓칠 수 없는 항공우주 산업, 다시 일어선 연구소

그간 한국기계연구소 부설로 있다가 독립 연구소로 발돋움하며 2대 소장으로 홍재학씨를 맞았다. 그는 항공우주연구소를 "한국의 NASA"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항공우주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1인당 원재료 사용금액이 가장 적은 자원절약형 산업이고, 연구개발 집약형 산업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당연히 연구 개발의 핵심인 연구소의 비중에 대해서는 더 논할 필요도 없다.


항공우주 기술은 조선 해양산업 (수중익선, 잠수함의 조정시스템), 자동차 차량산업 (고속전철의 디스크 브레이크, 알미늄 차제 및 휠), 전기 전자산업 (레이다, 광섬유, 로랜, 니카드전지, 관성항법장치), 기계 에너지 산업 (NC 공작기계, 개스터빈 엔진, 플랜트, 자동제어, 레이저 측정 기술), 일반산업 (사양, 품질, 프로그램 관리기법), 금속 화학재료 산업 (고강도 알미늄 합금, 벌집 판넬, 티탄합금 복합재료 등) 등 관계맺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산업 파급 효과가 큰 기술이다.

 

이런 항공우주산 업은 놓칠 수 없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항공기부터 로켓에 인공위성까지

이렇게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성을 가진 항공우주연구소는 항공기술연구부, 우주기술연구부, 품질인증부, 위성연구사업단, 연구정보지원부 등으로 나뉘어 중급항공기, 과학로켓과 인공위성 우주환경을 이용한 산업기술 항공우주 핵심 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 각 부별로 연구 영역과 계획을 간추린다.

 


항공기술연구부

공력 성능, 기체구조, 추진기관, 비행제어의 4개 연구실로 구성된 항공 기술 연구부는 항공기와 거기 따르는 부 시스템들을 설계하고 해석, 시험, 생산해 내는데 필요한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공기중을 비행하는 항공기 등에 작용하는 공기에 의한 힘, 모멘트, 열 전단 등을 예측, 해석하고 유통 현상 규명 등을 연구하는 공기역학 연구실은 갖가지 이론과 컴퓨터를 이용, 바람의 흐름과 움직임을 해석해 낸다.

 

현재는 이음속풍동의 설계, 항공기 날개의 공력 설계 및 해석 등을 연구하며 저항을 감소시키는 날개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공력 설계 분야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이 파트 담당이다.

 

구조역학 연구실은 다양한 항공기 구조 설계와 복합재 설계 및 진동과 공탄성 해석, 기구 운동해석, 항공기 구조 시험 등과 같은 기술의 기초 연구를 맡고 있다. 국내 사업체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기술을 확보, 제공하고 미래의 첨단 기술을 지향, 개발한다는 것이 목표이다.

 

항공기용 캐스터빈 엔진 개발이 연구 주 대상인 추진기관 연구실은 어떻게 하면 좋은 항공기용 가스 터빈 추진 기관을 개발할까 고심하는 곳이다. 비행제어 연구실은 연구용 모의비행 조종장치, 비행성능 향상, 비행시험 등을 주 대상으로 연구한다.

 

연구용 모의 비행 조정장치와 제어 최적제어, 강인성 제어기법 등의 현대 능동 제어 기법이나 시험을 통해 비행 시험 기법 개발 및 자동비행 조종장치 개발을 추진중이다.

 

우리 나라 현실에 맞는 항공기 개발을 미리부터 준비하기 위해 갖가지 신기술들을 취합, 비행기를 실제 개발할 때 필요한 전산 설계 도구를 개발하는 체제 종합 연구까지가 항공 기술 연구부의 몫이다.

 

 


우주기술연구부

우주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쓰일 인공위성과 로켓의 설계, 제작, 운영을 담당하는 우주기술 연구부는 우주발사체(로켓), 우주추진기관, 위성본체, 우주시험, 우주응용기술 연구실로 짜여져 있다.

 

즉, 과학관측 로켓의 개발과 발사, 인공위성 핵심 기술과 조립시험 연구, 무궁화 위성 구조 연구 외에 '93대전 엑스포 지원 사업 수행 등을 담당한다. 

 

우주발사체 연구실은 한반도 주변의 오존층, 전리층 탐사를 위해 한국형 과학 관측 로켓 개발과 발사를 행한다. 1993년에는 탑재중량 150Kg, 비행고도 70~75Km, 길이 6~7M, 중량 1.3톤인 1단형 과학 관측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는 공력 설계와 시험 탑재 장비 및 발사 안정성 분석, 구조 설계와 시험 탑재 장비와 과학 탑재물 설계제작 등을 연구한다. 과학관측 로켓이 다 만들어지면 오존층 탐사에 우선 활용, 국제적 환경보호 운동에 공동 대처할 수 있게 된다.

 

'93 대전 엑스포 기간 중에는 실물 모델을 전시한다. 또한 95년 발사예정인 무궁화 위성 발사용 델타 II 로켓의 기술 감리 수행도 이 연구실의 임무이다. 

 

과학관측 로켓에 사용될 추력 10톤급의 고체 추진 로켓 모터 개발 연구를 맡은 우주추진기관 연구실은 인공위성의 자세, 궤도 제어용 추력기를 비롯해 방송통신 위성의 궤도 진입용 고체와 액체 추진기관 개발도 담당하고 있다.


위성본체 연구실은 통신위성, 과학 위성, 관측위성 등의 구조계와 자세 제어계에 대한 해석, 설계, 핵심부품 개발과 시험 등을 행한다. 우주시험 연구실은 우주비행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우주 환경시험과 조립, 검사를 행한다.

 

우주 비행체 부품과 조립체가 아무 문제없이 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초청정, 고정밀, 특수조립 기술과 발사, 우주환경모사 시험을 위한 진동, EMI/EMC, 열, 진공 테스트에 관한 기술을 연구한다.

 

앞으로는 조립시험센터를 설립, 국내 각 연구기관에서 사용해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품질인증부

우주비행체 및 발사체는 극한 조건의 우주공간에서 사용되며 운용상 수리 개조가 곤란하기 때문에 고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가진 항공기, 우주비행체, 발사체의 설계와 생산, 조립, 시험 과정이 제대로 행해지는지에 대한 철저한 품질인증 활동은 필 수적이다.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규정에 근거, 전문검사 기관인 항공우주연구소는 항공기, 우주비행체, 관련 부속 기기류나 소재류에 대한 성능과 품질을 검사한다.


국내기술로 설계 제작한 다목적 소형 항공기 창공-91의 생산검사를 비롯, 복합재, 알미늄, 압출재 등의 소재 인증, 미 우주비행체 KITSAT의 제작검사도 수행한다. 앞으로 개발이 예상되는 중급항공기, 회전익 항공기, 그리고 발사체 우주분야 생산품 검사 업무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위성연구사업단

인공위성 개발을 위해 수요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위성체 시스템 설계, 즉 개념 설계와 임무 해석을 수행하며 각 서브 시스템의 성능 도출 및 기본 설계를 수행한다.

 

전체 시스템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며, 위성의 전력공급이나 원격 측정 명령 시스템, 위성의 지상 관제 시스템의 설치와 보유 위성을 관제 운용 등 각 서브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기술 문제도 모두 종합 관리하는 기능을 갖는다.

 

 

 

 


연구지원정보부

정책연구실, 기술정보실, 기술지원실, 전산실로 구성된 연구지원정보부는 연구개발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술조사 분석, 기술정보 보급을 위한 기술정보 업무를 맡고 있다.

 

전산시스템의 편리한 이용환경 구축 및 운용, 프로그램 개발 지원, 경영정보 처리 시스템 개발 등의 전산업무가 주로 이루어지는 부서이다.

 




세계 각국의 우주 연구소와 하나로

항공우주 기술 연구는 연구 개발비의 규모나 기술 개발의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행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국가간의 협력 체제 구축은 필수적이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소는 1992년 8월 31일 국제 우주기구(IAF)에 가입하였고, 현재는 미국의 맥도널 더글라스, 제너럴 다이내믹 사, 러시아 중앙우주연구소와 중앙엔진연구소, 우주기술협력기관, 프랑스의 국립우주연구소와 아리안 스페이스사,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 스페이스사, 일본의 우주과학연구소, 이스라엘의 항공산업체, 중국의 남경항공학원 등 항공 우주 연구의 7개 선진국 11개 연구기관과 협정각서(MOU)를 체결, 국제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후에는 브라질 등 중진급 나라와도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전한다.

 

 

 

 

한국의 고다드를 기다리는 항공우주 연구소

어린 시절, 영국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즈(1866~1946)가 쓴 ‘우주 전쟁'이라는 과학 소설을 읽고 로켓에 푹 빠져 든 미국의 고다드라는 물리학자는, 자라면서 내내 로켓 발사의 꿈을 키웠다.

 

밤낮없이 로켓을 끼고 뒹굴며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를 두고 뉴욕타임즈는 '고등학교 정도의 상식도 없는 사람'이란 혹평 기사를 썼고,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 는 따가운 시선을 모아 보냈다.

 

연이은 실패에 불까지 내 한바탕 소동을 벌인 고다드는 마을에서 로켓 실험 자체를 금지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이사를 하면서까지 로켓 연구에 정진, 드디어 로켓 발사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의지의 물리학자 고다드의 로켓은 몇 년후에 국가적인 지원아래 수천 명의 독일 과학자가 달려들여 완성, 쏘아올린 V2라는 로켓과 다를 것 없는 최고 수준의 로켓이었다고 후세인들은 평가한다.

 

현대 로켓의 기틀은 이렇게 고다드와 그의 아내에 도와준 기계공 5명, 모두 7명이 다져놓은 것이다. 열정적으로 꿈꾸는 '한 사람의 힘(Power of One)'은 때때로 수천의 힘에 필적한다.

 

진보는 언제나 꿈꾸는 자들의 몫이다. 이제 한바탕 기지개를 펴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연구원들은 우주로 향한 사람들의 꿈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도 대덕 연구단지에 밤을 밝히며 우주 개발의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바로 여러분 중에서 우리 나라 '하늘 연구'를 짊어질 열정의 고다드를 기다린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6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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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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