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1월호 - 사람과 사람들, 거북이와 함게 춤을
베이직이 컴퓨터의 정규코스인가
지금 컴퓨터를 하는 학생들 가운데 자신이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무엇부터 공부를 했는지 생각해 보자. 도스라는 책을 보고 포맷과 내부/외부 명령어 외우기에 열중하였을 것이며 재미있는 오락이나 게임 프로그램을 구해서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놀았고 부모님에게 적당히 야단도 맞았을 것이다.
그것도 싫증나면 친구따라 강남가 학원에 몰려가서 강사의 지시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 단어를 꿰어 맞추듯 베이직 명령어를 하나씩 입력하면서 프린트를 해보거나 1에서 100까지 더하는 프로그램을 짜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컴퓨터를 시작하면 무조건 베이직부터 배우게 된다. 베이직이라는 단어 뜻이 그러해서 그런지 베이직은 무조건 처음 배우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당연시 하고 있다.
하긴 베이직은 화면상에서 규칙에 의해 보이는 대로 입력하면 바로 결과가 화면에 나타나 매우 편리한 언어인 점이 컴퓨터 초보자라면 누구나 배워야 하는 정규코스(?)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베이직밖에 없을까? 모든 교육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한번 정해진 교과과정은 세월이 변해도 아무런 가감없이 그대로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주입시키고 있다. 그러한 흐름에 조용한 물결이 일고 있다.
로고를 아십니까?
우리 학생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로고(LOGO)'라는 언어가 있다. 로고는 개발된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1960년대 미국 MIT의 시무어 페퍼트(Seymour Papert)에 의해 개발된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로고의 특성을 보면 쉽고 간단한 명령어로 되어 있어 누구나 사용하기가 용이하며 구조적이어서 단계적인 실행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입력시킨 내용이 즉시 화면에 나타나 잘못된 점을 수정하는데 편리하다. 이러한 로고의 특성에 워드프로세서 기능을 첨가한 것으로 로고라이터(LOGO Write)가 있다.
로고라이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88년경으로 이 언어는 화면에 나타나는 거북이 모양을 이용하여 간단한 명령어로 거북이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그림을 그려간다. 그리고 필요한 내용을 작성할 수 있다.
로고라이터는 학습자가 자신의 생각을 화면에 이미지화 시키며 탐구해 나가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학습자가 스스로 어떤 문제에 부딪쳐 보고 특히, 기하학적 개념을 파악하는데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
로고는 그 특성상 교육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이 로고라이터는 한국교육컨설팅연구소에서 제품화하여 판매하고 있는데 이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으로 있는 조미옥 박사는 로고라이터의 국내 보급에 가장 앞장서 있다.
국민학교 1학년 딸아이를 둔 주부 연구원, 조미옥 박사는 로고를 통한 논문(제목 : Guided instruction with Logo programming and the development of cognitive monitoring strategies college students)으로 1991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논문에서 인지적 모니터링이라는 용어는 심리학계에서 쓰이는 것으로 학습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자신의 인지적 과정을 의식적으로 관찰, 통제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지능과 사고력의 개인적 차이를 결정하는 요인중의 하나로 학생들의 창의적이며 능동적인 사고의 발달을 요구하는 교육 여건에서 인지적 모니터링의 개념이 효율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면 교육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숙명여대에서 교육학을, 대학원에서 사회교육을 전공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앞서 말한 논문으로 박사학위(Ph.D)를 취득하면서 대학에서 연구조교 및 강의를 3년여 하고 지난해 8월, 귀국하였다. 귀국후, 한국 교육개발원에서 근무하던중 자기 발전과 창의적인 연구에 좀 더 전력하고자 금년 2월 현재의 직장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점은 학습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주입식 교육처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볼 때 로고 만큼 효과적인 언어는 없다고 봅니다." 로고의 대한 그의 생각은 현재 여러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로고라이터를 가르치는 전문학원이 생겨났고, 이대부속 국민학교에서도 실습용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국민학교 과정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어, 히브리어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되어 자국내에서 활용될 정도로 로고의 유익성은 점차 보급이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로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어느나라든지 아동의 초기 교육을 중요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기에 알맞는 언어로 로고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딸아이에게 정직함과 책임감을 가장 강조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변할 수 없는 사회 규범은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책임을 완수하지 못했을 때는 그것에 대한 잘못된 점을 아이가 스스로 깨닫게 하고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한다.
그리고 어른의 생각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이는 어지르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집안을 어지르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에 참지를 못하고 아이를 나무랍니다.
아이는 자기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보다. 어른들은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여기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시킨 공부 잘하고 말 잘듣는 순화된 사람으로는 제대로 커왔다고 봅니다." 덧붙여서 이러한 교육법의 문제는 아이의 창의성을 살려주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다.
각자 개성이 다른 아이들을 올바르게 또, 창의성을 가지고 자라도록 가르친다는 것은 사실 매우 힘든 노릇이다.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이론을 토대로 해서 우리는 최대 공약수를 쫓아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은 비어 있는 백지와 같다. 그곳에 어른이 그림을 그리느냐 아이 스스로가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 모양새는 천지차이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볼 때 로고라이터를 이용한 창의성과 탐구학습은 우리가 정해 놓은 교육방법의 또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1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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