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7월호 - 이달의 포커스 

 

 

삐걱거리는 한국 게임개발자 협의회(가칭)

우리나라 PC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모임인 '한국 게임 개발자 협의회(가칭)'가 발족되었다. 미리내 소프트웨어, 막고야, 만트라 등 PC 게임 개발팀들은 지난 6월 5일, 한국통신 소프트웨어 프라자에서 정식으로 한국 게임 개발자 협의회(가칭) 발족식을 가졌다.

 

대외적으로 국내의 모든 게임 개발사와 개발자들을 대표하는 관련 업계 공동 협의체 성격을 띈 이 개발자 협의회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국내 IBM PC 게임 개발 업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외국산 게임의 무분별한 침투를 방지함으로써 국산 게임의 자립 및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의 개발 의욕 고취를 통한 우수한 게임 자원의 발굴 등을 위해 결성되었다.

 

이날 발족식에서 막고야팀의 프로그래머인 홍동희씨는 "현행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게임 산업을 제조업으로 바꾸어 줄 것과 세제 혜택 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 이라면서 이 밖에도 게임 세미나 개최, 게임 수출의 공동 대처, 게임 공모전 및 합동 발표회 등을 가질 생각이라고 당찬 의욕을 밝혔다.

 

PC 보급 대수는 해마다 늘고 있어 게임 시장도 그 만큼 커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 전자공업 진흥회가 조사 발표한 '92년 국내 컴퓨터 보급 현황'에 따르면 92년까지 국내에 보급된 PC는 모두 3백 11만4천대이며, 작년에만 91만 1천4백대의 PC가 보급되어 전년 대비 41.4 %의 증가를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1백명 당 7.1 대로 91년의 5.1 대에 비해 1.4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개인 및 가정용으로는 35만 9천대가, 기업용으로는 19만 6천 5백대가 보급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보급된 PC를 기종별로 살펴보면 16비트가 전체의 44. 19%인 40만9천4백82대, 32비트 이상이 50.7%인 46만2천4백 43대인 것으로 조사돼 작년의 경우 386 이상의 고급 기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보급 대수가 꾸준히 늘어가고 기종이 고급화 되어가는 때에 게임 개발자 협의회의 발족은 시의 적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날의 발족식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발기인 명단에는 단비 시스템, 막고야, 만트라, 미리내 소프트웨어, 소프트 액션, 에이 플러스, 패밀리 프로덕션 이렇게 7개 개발팀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소프트 액션과 에이 플러스는 가입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발족식이 열리기 며칠 전 전화로 연락을 받았지만, 분명히 가입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실현성 문제와 공익성 문제, 발기인 선정시 사전 의사 미확인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 협의회의 약관을 살펴보면 정회원의 자격 요건으로 '상업화된 게임을 1개 이상 발표한 게임 개발사 또는 개발팀이 협의회에 가입 요청시 기존 정회원들의 과반수 이상 찬성이면 가입이 확정된다'를 들고 있다.

 

하지만 발기인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만트라와 단비 시스템은 아직 상용화된 게임을 자체적으로 만든 적이 없는 팀이다. 물론 만트라의 경우 상용화된 ‘프린세스 메이커' 라는 게임을 개발(?)했지만, 이 제품은 일본 게임을 한글화한 것에 지나지 않아, 순수한 자체 개발을 요구하는 정회원의 자격 요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홍동희씨는 "정회원 자격 요건에서 상업화된 게임이란 원래 순수한 자체 개발을 뜻한다. 하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 만트라를 발기인 명단에 올렸으며, 정회원 모집에 급한 나머지 일부 개발팀으로부터 미처 확답을 얻지 못했다"고 해 문제점이 있음을 시인했다.


요즈음의 PC 게임 개발팀을 살펴보면 반목(反目)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팀에서 나와 다른 팀으로 가거나, 심지어는 자신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있는 도중에 팀을 그만두어 해당팀에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러한 반목을 극복하고, 또 개발팀들간의 서로의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한국 게임개발자 협의회이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장애'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태어나 원래의 취지를 얼마나 달성할지 두고 볼 일이다. 좀 더 넓은 안목으로 모든 게임 개발팀들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단체로 탈바꿈 해야 할 것이다. 김태인 기자

 




'PC', 과연 사라질 것인가?

지난 수년간 우리들에게 한편으로는 혼란을, 다른 한편으로는 편리함을 제공하였던 PC, 과연 'PC'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 있을까?

 

만약, PC라는 개념이 사용자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거나 또는 다른 어떤 형태로 바뀐다면 과연 PC라는 분류 자체는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일 까? 최근들어 새로운 컴퓨터와 새로운 운영환경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이러한 의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든다면, 펜티엄을 장착한 컴퓨터나 자사의 RISC 칩을 사용한 컴퓨터, IBM사의 파워PC 등 여러가지 컴퓨터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을 통합적으로 지적할 용어가 마땅치 않다는데 고민이 있다. PC와 워크스테이션의 한계가 애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PC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고, 워크스테이션과는 더욱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러한 의문은 커진다.

 

과거 인텔의 8088을 장착한 IBM사의 오리지널 컴퓨터만을 'IBM PC' 혹은 줄여서 'PC'라 불렀을때 호환기종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IBM사의 전용 제품 이름이었다.

 

그후, IBM PC 호환기종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컴팩과 같은 업체는 이때 IBM PC에서만 실행되던 소프트웨어와 확장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호환기종을 만들어 크게 성공하였다. 이때부터 본래의 IBM사의 PC와 호환기종을 함께 ‘PC'라고 불렀다.

 

1984년, IBM사에서 AT 제품을 발표하자 컴팩사와 ALR사는 성능이 뛰어난 32비트 컴퓨터인 386 호환기종을 개발하였다. 자연히 다른 호환기종 업체도 이에 발맞추게 되었고 비디오 카드, 디스크드라이브, 주변장치 등의 표준사양도 IBM사와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발표 하였다.


1987년, IBM사는 호환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마이크로 채널 아키텍처(MCA)를 채택한 PS/2 계열의 컴퓨터를 선보였고, IBM의 독점적인 행태에 맞섰던 호환기업체들은 MCA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버스를 개발하였다.


기존 PC에서 채택되어 있는 ISA(International Standard Architecture) 버스보다 기술적으로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  EISA(Enhanced International Standard Architecture)를 개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PC의 의미는 갑자기 본래의 IBM 컴퓨터와는 무관하게 PC 호환기업체의 표준을 따른 컴퓨터를 의미하게 되었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에 이르렀을 때에는 여러가지 분야에서 표준화작업이 이루어졌다. 486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표, 수퍼 VGA,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IDE 표준화 등이 그것이다. 

 

이때 PC의 정의는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장착된 컴퓨터 중 MS-DOS상에서 실행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AMD나 사이릭스사에서 인텔의 칩 시장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기존의 인텔 칩과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성능은 더욱 높아진 제품을 발표하였다.

 

즉, 네트워크 상에 연결되어 개인이 혼자서 사용하는 컴퓨터의 기능뿐만 아니라 서버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고기능을 가진 제품이 수두룩해 진 것이다. 이때부터 인텔 또는 호환 CPU를 장착하고 도스 또는 그것과 호환되는 운영체제가 실행된다면 PC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재, PC가 가진 의미는 계속 넓어지고 있고, 사용 환경도 이젠 MS-DOS가 감당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앞으로 인텔 칩이나 호환 칩을 장착한 컴퓨터에서 운영체제를 도스가 아닌 윈도우 NT나 OS/2, 유닉스 등을 실행시키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또 윈도우 NT와 OS/2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인텔 CPU가 아닌 RISC 칩을 채용한 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인텔도 CPU의 RISC화에 발맞추기 위해 펜티엄에는 RISC 칩에서만 사용되던 기술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PC가 출현할 것이다. RISC에 영향을 받은 초강력 수퍼 스칼라 CPU를 채용하고, 모든 부분에서 32비트 처리, 완벽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제품만을 PC로 분류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PC라는 단어는 골동품에만 해당되는 사라진 단어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용대 기자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7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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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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