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100장면 - 45. 자유의 땅을 찾아서

-메이플라워 호, 북아메리카에 도착(1620년)


  

*그때 우리 나라에서는

1607년/허균, '홍길동전' 지음

1613년/허준, '동의보감' 간행

1614년/이수광 '지봉유설' 간행

1627년/정묘호란 발발

  



1620년 9월 6일 영국의 플리머스 항에서 한 척의 배가 닻을 올렸다. 배의 이름은 메이플라워, 102명의 승객을 태우고 신대륙 아메리카로 가는 배였다. 


장장 9주일에 걸친 항해 끝에 마침내 배는 북아메리카 동해안에 다다랐다. 새 땅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그곳을 자신들이 떠나온 항구의 이름을 따서 플리머스라 부르기로  했다. 바다 건너에 있는 고국을 생각하면서 붙인 이름이었다. 


이들은 대부분이 퓨리턴, 즉 청교도였다. 청교도란 신교중에서도 칼뱅의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서, 엄격한 교리와 금욕, 절제를 강조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뒤를 이은 제임스 1세가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며 의회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중이었다. 제임스 1세는 영국 국교인  성공회를 지지하면서 신교를 억압하는 정책을 썼다. 


의회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던 신교도, 특히 퓨리턴들은 이에 강력한 반발을 보였다. 메이플라워의 아메리카 행은 제임스 1세하의 정치상황이 낳은 사건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청교도들의 사상이 어떠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청교도의 시조는 칼뱅이다. 그는 1509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법률공부를 하다가 1533년경 카톨릭을 버리고 신교로 개종했다. 카톨릭의 아성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로 간 칼뱅은 '기독교 요강'이란 책을 발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후에 프로테스탄트의 고전이 되었다. 그의 고민은 하나님의 '선택'과 '방관'에 대해서였다. 오랜 고민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이 바로 '예정설'이다. 즉 무수한 인간들 가운데서 하나님이 어떤 자를 구원하고 어떤 자를 그대로 둘지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구원의 대상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다만 구원받으리라는 자기확신을 갖고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자기확신을 갖는 방법은 절제와 금욕이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 근검절약하며 방종타락하지 않는 생활이야말로 유일한 자기확신의 길이다. 


'하나님이 왜 어떤 사람에게는 풍요한 삶을 주고 어떤 사람은 그대로 방관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하나님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신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목사가 설교를 통해 경건해지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함으로써 경건해진다. '


그는 이렇게 말했다. 칼뱅의 사상, 특히 자신의 직업을 신이 내린 '소명'이요 '천직'으로 알라는 직업관, 그리고 이윤추구를 정당한 것으로 보는 윤리 의식은 한창 부상중이던 신흥  상공업자들에게 복음처럼 생각되었다. 


자연히 신흥 상공업자, 신흥 지주들이 칼뱅 사상의 지지자가 되어갔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의회에 진출해 있었으며 또 법률가나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엄격한 교리, 절제된 생활, 부지런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태도 때문에 이들은 퓨리턴, 즉 청교도라고 불리어졌다.  


최초로 아메리카에 도착한 청교도들의 생활은 그리 평탄치 못했다. 그해 겨울 이주자들의 절반 정도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봄이 되자 길을 닦고 집을 짓는 등 건설에 힘을 기울였다. 함께 예배를 드릴 장소도 만들었다. 


이들은 이미 항해 도중 정부형태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을 '메이플라워 맹약'이라 한다. 맹약에 따라 개척지는 성인 남자가 참여하는 '민회'에 의해 통치되었다.


'메이플라워 맹약'은 훗날 헌법제도의 맹아가 되었다. 신앙과 생활의 자유를 위해 아메리카로 건너오는 사람들의 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최초의 이주자들에 의해 매사추세츠 주가 개척되고, 1732년이 되자 뉴 잉글랜드를 비롯, 13개 주의 식민지가 아메리카 동부 해안에 건설되었다. 


개척민들은 영국 본토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강했으며 투철한 직업관을 갖고 경제활동에 종사했다. 물론 그를 뒷받침해준 것은 청교도 신앙이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란 그의 대표작에서 근대 자본주의를 발달시킨 정신적 동력은 바로 프로테스탄트  윤리, 특히 칼뱅의 사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말에 동의를 하든 하지 않든 청교도 교리가 새로운 부유층인 상공업자, 신흥 지주의 이해관계와 잘 맞아떨어져서 그들의 정신적, 종교적 지주가 되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유를 찾아 미지의 세계로 온 102명의 메이플라워 호 사람들 - 이들을후세 사람들은 '필그림 파더스'라고 부른다. 이 '필그림 파더스'가 바로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선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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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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