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4월호 - 이달의 포커스
봄바람 부는 매킨토시 소트트웨어 시장
IBM PC 호환 기종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적어 국내에서는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던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외국 소프트웨어들의 대량 발표로 사용자들에게 한층 가까와 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매킨토시는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IBM과는 또다른 개념으로 인식되어 있다. 우선은 가격이 비싸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과 활용할 만한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아 사용에 문제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자출판 기능이 뛰어남에 따라 개인 사용자 보다는 출판 종사자나 그래픽 작업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92년 이후 저가형 매킨토시 제품이 소개되면서 가격으로 망설이던 사람들의 참여를 늘려왔고 개인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가게 되었다.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들의 관심이 없어서였지 이미 그 종류는 수천종에 이르고 있으며 CD-ROM으로 공급되는 셰어웨어들도 통신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 IBM PC와는 달리, 매킨토시 컴퓨터는 구입했을 때 기본으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막강한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에 내장되어 있는 프로그램은 클라리스 웍스(Claris Works)라는 유틸리티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그래픽, 워드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 스프레드시트, 통신의 5가지의 역할을 담당해 주는 복합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일반 사용자들에게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가 적다고 인식된 것은 회계 관리나 인명 관리 같은 활용 소프트웨어와 한글화된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킨토시 공급 업체인 엘렉스측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사실 이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은 90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실행 효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은 사용자들을 애플의 정식 회원으로 등록시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구입시 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클립 아트라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었을 뿐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엘렉스측은 올해 봄을 기점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예정으로 있다.
엘렉스 마케팅부의 김하동씨는 "앞으로는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개발 툴의 이용을 늘리고, 이들을 통해 개발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계속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아도베 시스템(Adove Systems)사와 매크로미디어 (Macro Media), 디바사(DiVA) 등 외국 기업체들도 국내 업체와 계약을 맺어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를 소개할 계획이어서 봄을 맞아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새로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단속, 그 이후 서비스가 제대로가 마련되어야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 2천여 컴퓨터 판매업체 및 1백30여개의 게임기 판매업체 종사자들은 3월 11일 오전 전자상가 관광터미널 광장에 모여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추방결의대회를 갖고 스스로 거두어 들인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들을 소각하였다.
'불법추방', '불법추방', '불법추방'
'복제추방', '복제추방', '복제추방'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 쥐고, 목놓아 불법추방 구호를 외쳐대는 사람들. 노동현장이나 학원의 모습이 아니다. 현재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풍경이었다.
이들이 소리높혀 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불법복사의 온상으로 지목받음으로써 한달여 동안 관계당국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는 현실 타개를 위한 생존용 자구책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을 끌어내 '선언'을 하게 한 데는 당국의 공(?)이 컸다. 당국은 지난달 16일부터 지적재산권 침해사범 합동수사반을 발족하여 용산상가와 청계천 상가, 컴퓨터 학원 등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20여명 구속, 18명을 불구속하고 불법복제 게임팩 등 21만점을 압수했으며, 컴퓨터 프로그램을 무단복제하여 학원 수강생들에게 판매해 온 학원장들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단속은 '진행중'이다. 1987년 프로그램 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처음으로 서릿발같은 단속의 칼날을 들이대는 당국의 고민(?) 뒤에는미국의 강한 압력이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등의 문제로 '지적 재산권보호 우선협상 대상국' 지정이라는 벼랑에 몰렸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은 통상법 수퍼 301조를 내세워 미국측의 지적재산권 보호문제를 최대 현안 문제로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강력한 단속은 "그간 저희 용산컴퓨터 및 게임기 전 상인들이 ~ 중략 ~ 사용도가 높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고가인 관계로 소비자들은 의례히 무상으로 복사해 받기를 원했으며 이에 응하지 않고는 컴퓨터 및 게임기 영업을 할 수 없는 현실이었음을 솔직히 자인합니다"라는 용산컴퓨터 총연합회와 가정용 게임기 상우회의 결의대회라는 눈에 보이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더구나 최근 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기업이나 학원 등의 단체 주문이 밀려 MS-DOS, 로터스 123, PC TOOLS, 노턴 유틸리티, 오토캐드, 아래한글 등은 품귀현상까지 빚는 등 벌써부터 단속의 약효가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단속을 시작한 다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속 그 이후 몇 가지를 부탁하고자 한다.
과연 정품 소프트웨어에 대한 홍보를 시작한 이래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는가 하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정품 구입하기 캠페인을 제대로 벌였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스티커 만들어 붙이고, 신문에 기사 몇번 난 것 외에는...
그런 추세에서 갑작스레 들이닥친 단속이 당혹스럽다. 불법 복제의 온상이라 불려온 용산상가의 불법성에 대한 시비가 아니다. 솔직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복사를 부탁하고 당연하게 사용해 온 것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수요와 공급에서 어느것이 먼저인지는 여기서 알길이 없지만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법복제는 없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단속이 아닌 사용자와 상인들의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대한 마인드 확산 작업이 더불어 행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짧은 국내의 컴퓨터 문화속에서 우리가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 모두가 제대로된 의식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업체에게는 정품 사용자에 대한 더욱 나은 서비스를 마련하기를 부탁한다. 소프트웨어는 일반 공산품과 달리 뜯어보기 전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제품인지 작동시켜 볼 수 있는 매장도 거의 없고, 그렇다고 제품 홍보를 위한 데모 버전이 활발하게 배포되고 있지도 않다.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겉만 보고 구입한 능력없는 소비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사후 서비스가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단속이라고 해도 그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스럽다. 확실한 이익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유혹의 손길에 지고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날 것이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4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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