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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6.14 고사성어 - 여호모피, 사지, 함사사영, 병불염사, 엄이도령




여호모피 (與虎謀皮)

與(더불 여) 虎(범 호) 謀(꾀할 모) 皮(가죽 피)

호랑이에게 가죽을 요구하다라는 말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비유한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08에는 마치 이솝 우화(寓話)와도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주(周)나라 때, 어떤 사나이가 천금(千金)의 가치가 있는 따뜻한 가죽 이불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는 여우 가죽으로 이불을 만들면 가볍고 따뜻하다는 말을 듣고, 곧장 들판으로 나가 여우들과 이 가죽 문제를 상의하였다(與狐謀其皮).  자신들의 가죽을 빌려달라는 말을 듣자마자 여우들은 깜짝 놀라서 모두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얼마 후, 그는 맛좋은 제물(祭物)을 만들어 귀신의 보살핌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에 그는 곧 양들을 찾아가 이 문제를 상의하며, 그들에게 고기를 요구 하였다.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양들은 모두 숲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與狐謀皮 라는 말은 후에 與虎謀皮 로 바뀌었으며, 與虎謀皮 는 호랑이에게 가죽을 요구하다 라는 뜻이다. 여우나 호랑이에게 가죽을 벗어 내라하고, 양에게 고기를 썰어 내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與虎謀皮 란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 을 비유한 말이다.

  

  


  

사지 (四知)

四(넉 사) 知(알 지)

세상에는 비밀이 있을 수 없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의 양진전(楊震傳)에는 후한(後漢) 때의 관리인 양진의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평소 학문을 좋아하여 유학(儒學)에 정통했던 양진은 한 고을의 군수(郡守)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군의 하급 관청인 현(縣)의 현령(縣令)이 몰래 많은 금품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양진에게 건네 주려고 하며 지금은 밤이 깊으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라고 하였다. 


이에 양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고 있는데(天知地知子知我知),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오? 현령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그대로 물러갔다. 훗날 양진은 삼공(三公)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지만, 환관과 황제의 유모인 왕성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모함을 받게 되자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였다.


四知 란 天知地知子知我知 를 가리키는 말이며, 세상에는 비밀이 있을 수 없음 을 뜻한다.  

四知 와 비슷한 서양식 표현으로는 영어의 Walls have ears. 라는 속담을 들 수 있다.

  


  

함사사영 (含沙射影)

含(머금을 함) 沙(모래 사) 射(활 쏠 사) 影(그림자 영)

암암리에 사람을 해치는 것 을 비유한 말

  

동한(東漢)시대 서기 100년경에 허신(許愼)이 편찬한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훼부( 部)에는 전설 중의 괴물을 뜻하는 역() 이라는 글자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해설에 따르면, 역 이라는 괴물은 자라의 모습인데 다리는 셋 뿐이고, 입김을 쏘아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청대(淸代)의 왕균(王筠)이라는 학자는 이 或자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일명 사공(射工), 사영(射影), 축영(祝影)이라 한다. 등은 딱딱한 껍질로 되어 있고 머리에는 뿔이 있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다. 눈은 없으나 귀는 매우 밝다. 입안에는 활과 같은 것이 가로로 걸쳐 있는데,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 숨기운을 화살처럼 뿜는다. 물이나 모래를 머금어 사람에게 쏘는데(含沙射人), 이것을 맞으면 곧 종기가 나게 되며(中卽發瘡), 그림자에 맞은 사람도 병이 나게 된다(中影者亦病). 


含沙射影(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쏘다) 이란 암암리에 사람을 해치는 것 을 비유한 말이다. 이는 떳떳치 못한 수단으로 남을 해치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병불염사 (兵不厭詐)

兵(군사 병) 不(아닐 불) 厭(싫을 염) 詐(속일 사)

전쟁에서는 모든 방법으로 적군을 속여야 한다.

  

한비자(韓非子) 난일(難一)에는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초(楚)나라와 전쟁을 하고자 구범(舅犯)에게 견해를 묻는 대목이 기록되어 있다.


초나라는 수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이 일을 성취하려면 어찌해야 되겠는가? 라는 진 문공의 물음에 구범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제가 듣건대, 번다한 예의를 지키는 군자는 충성과 신의를 꺼리지 않지만, 전쟁에 임해서는 속임수를 꺼리지 않는다고 합니다(戰陣之間, 不厭詐僞). 그러니 적을 속이는 술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진 문공은 구범의 계책에 따라, 초나라의 가장 약한 우익(右翼)을 선택하였다. 우세한 병력을 집중하여 신속하게 그곳을 공격함과 동시에 주력부대는 후퇴하는 것으로 위장하여 초나라 군대의 좌익(左翼)을 유인해냈다. 진 문공은 곧 좌우에서 협공하여 초나라 군대를 쳐부술 수 있었다.


조조(曹操)도 삼국연의(三國演義) 23회에서 兵不厭詐 라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兵不厭詐 는  군불염사(軍不厭詐) 라고도 하는데, 이는 전쟁에서는 모든 방법으로 적군을 속여야 함 을 말한다. 

  

  

  

  

엄이도령 (掩耳盜鈴)

掩(가릴 엄) 耳(귀 이) 盜(훔칠 도) 鈴(방울 령)

어리석은 자가 자신의 양심을 속임을 비유.

  

여씨춘추(呂氏春秋) 자지(自知)편에는 귀를 막고 종을 훔치던 한 사나이의 비유가 실려 있다. 


춘추시대 말엽, 진(晉)나라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귀족들의 격렬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마침내 대표적인 신흥 세력이었던 조간자(趙簡子)가 구세력의 핵심인 범길사(范吉射)의 가족을 멸하였는데, 그의 가족중 살아 남은 자들은 모두 진나라를 탈출하였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이미 몰락해 버린 범길사의 집에 들어와서는 대문에 걸려있는 큰 종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 종을 훔쳐가려고 생각했으나 혼자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종을 조각내어 가져가려고 망치로 종을 내리친 순간,  꽝 하는 큰 소리가 났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소리를 들을까 무서워 얼른 자기의 귀를 틀어 막았다. 


그는 자기의 귀를 막으면 자기에게도 안들리고 다른 사람들도 듣지 못하리라 여겼던 것이다.


掩耳盜鈴(귀 막고 방울 도둑질 하기) 은  掩耳偸鈴(엄이투령) 掩耳盜鐘(엄이도종) 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어리석은 자가 자신의 양심을 속임 을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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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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