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 (狡兔三窟)
간교할 교 · 토끼 토 · 석 삼 · 굴 굴
슬기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
교는 간교하다,슬기롭다를 토는 토끼를 삼은 셋을 굴은 토끼의 굴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슬기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라는 뜻이 되는데 이것은 위험이 닥칠 것에 미리 대비하여 준비를 해 놓는다는 의미지요.
옛날 중국에는 춘추 시대.전국 시대라고 해서 많은 나라로 갈라져 서로 싸움을 일삼던 어지러운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전국 시대 말기의 제나라에 맹상군이라는 정승이 있었습니다.
맹상군은 인재를 좋아해서 많은 식객을 집에 두고 있었던 사람으로도 유명하거니와 그 식객들의 도움으로 정치,외교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뿐만 아니라,맹상군에게는 일화가 참으로 많습니다.
이 교토삼굴의 이야기도 맹상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맹상군의 집에는 언제난 식객이 많았다고 이야기했지요? 그 식객들 중에 풍훤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맹상군은 풍훤이라는 남자를 불러서 말했습니다.
"여보게, 나의 영지인 설에 가서 내가 사람들에게 꾸워 주었던 돈을 좀 받아다 주지 않겠나?"
"예, 알겠습니다."
풍훤은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고는, 맹상군이 주는 빚 문서를 받아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맹상군의 영지인 설에 도착한 풍훤은 맹상군에게 빚을 진 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어디 빚문서를 이리 주어 보십시오."
풍훤이 맹상군에게서 받아온 빚문서와 대조해 보니 모두 맞았습니다.
"흠, 모두 맞는군. 그럼......"
모두들 풍훤이 빚을 받으러 왔으리라 생각하고 기가 죽어 있던 사람들 앞에서 풍훤은 정말 뜻밖의 행동을 했습니다.
애써 모은 빚문서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불에 태워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빚문서를 태워 버린 풍훤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어지신 맹상군께서는 여러분이 고생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를 내려보내 여러분의 빚을 탕감해 주고 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풍훤의 말에 그만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오, 고마우신 맹상군님! 우리 백성들의 사정을 이렇게 잘 알아 주시는 정승이 계시다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백성들인가!" 하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빚을 받아 오라고 내려보낸 풍훤이 빚을 한푼도 받아오지 않은 것을 알고 맹상군은 떫은 얼굴을 했지만, 풍훤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습니다.
"부와 귀를 모두 다 가지고 계신 정승님께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은의(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입니다. 빚문서를 태워 벅리고, 저는 대신 정승님을 위해 은의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일 년 후,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의 역정을 사, 그만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맹산군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기운 없이 영지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재상 자리에서 쫓겨난 맹상군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 맹상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까지 마중을 나와 환영을 해주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맹상군을 위로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어지신 맹산군님께서 정승이 되지 않으시면 누가 정승을 하겠습니까. 부디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임금님께서 다시 부르시는 날을 기다리세요."
이것이 바로, 풍훤이 맹상군을 위해 준비해 놓은 첫 번째 굴입니다. 다음에 풍훤은, 맹상군을 위해 두 번째 굴을 준비하기 위해 위나라로 가서 혜왕에게 말했습니다.
"제나라의 민왕은 사소한 일로 맹상군을 정승 자리에서 해임시켰습니다. 지금이 맹상군을 불러들이실 좋은 기회입니다. 맹상군이 위나라의 정승이 된다면, 위나라는 강대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맹상군의 명성을 들어오던 위나라의 혜왕은 크게 기뻐하며 풍훤에게 상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자에게 황금 천 근과 마차 백 량(지금으로 말하면 값비싼 자가용 백 대)을 주어 뱅상군에게 전하도록 한 다음, 정중히 위나라의 재상으로 모셔오라는 분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맹상군은 정중히 거절을 했습니다.
사실은 이것도 풍훤의 지혜로, 위나라 쪽의 움직임이 제나라 민왕의 귀에 들어갈 것을 계산하여 취한 행동이었습니다.
한편 위나라에서 맹상군을 재상으로 앉히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제나라 민왕은 만약 그렇게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사자를 맹상군엑게로 보내 자신의 처사를 사과하고, 다시 맹상군을 재상으로 불러들었습니다.
이것이 풍훤이 맹상군을 위해 마련한 두 번째 굴이랍니다.
세 번째 굴로서, 풍훤은 제나라 왕실의 종묘(사당)를 맹상군의 영지인 설에 세우도록 했습니다. 왕실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맹상군이 미워지더라도, 민왕은 맹상군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국사무쌍 (國士無雙)
나라 국, 선비 사, 없을 무, 두/쌍 쌍
한 나라에 둘도 없는 뛰어난 인물
국사란 나라를 짊어지고 나가는 인물을 뜻하고, 무쌍이란 두 사람도 없다는 뜻입니다. 즉 국사무쌍이란 한 나라에 둘도 없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의미이지요.
옛날, 초의 항우와 한의 유방이 패권을 겨루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한의 군대에 한신이라는 무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본디 항우의 부하였는데, 한신의 생각이 번번이 항우에게 채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방에게로 온 것이었습니다.
승상 소하는 한신의 뛰어난 재능을 꿰뚫어보고 몇번이나 유방에게 한신을 천거했지만, 유방도 그를 등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진이 멸망한 후, 유방은 한중왕으로 봉해져 도성인 남정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한중왕이라고 하니 듣기에는 굉장한 것 같지만, 유방에게 주어진 영지는 깊은 산과 계곡을 몇 개나 넘어가야 하는 벽지였습니다.
중국의 산은 우리 나라의 산과는 다릅니다. 그 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첩첩 산중을 군사들은 기진 맥진 넘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니 도망가는 병사들이 나올 수밖에요. 병사들은 자꾸 수가 줄어 갔습니다.
한신도 더 이상 유방 곁에 있어 보았자 별 뾰족한 수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병사들과 함께 도망을 쳤습니다.
한신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고, 소하는 한왕인 유방에게 이야기할 틈도 없이 도망치는 한신을 뒤쫓아갔습니다.
그런데 어떤 자가 잘못 알고는 유방에게 "승상 소하가 도망쳤습니다." 하고 보고를 했습니다.
유방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승상이 도망을 쳤다니! 유방의 양팔이 잘려져 나간 것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에 소하가 돌아왔습니다. 유방은 화가 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소하에게 소리쳤습니다.
"승상까지 도망을 치다니!"
"아니, 저는 도망을 친 것이 아닙니다. 도망친 자를 쫓아갔었을 뿐입니다. 한신이라는 남자를......."
"도망친 자가 수십 명에 이르렀지만 승상은 아무도 쫓아가지를 않았다. 그런데 한신이라는 자를 쫓아가다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다른 자들은 얼마든지 도망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신은 다릅니다. 한신이야말로 우리 나라에 둘도 없는 인물입니다. 벽촌의 한왕에 머무를 생각이시라면 또 몰라도, 천하를 다툴 생각이시라면, 그 남자 외에는 달리 큰일을 함께 도모할 인물이 없습니다."
승상의 말을 듣고 있던 유방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승상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럼 한신이라는 자를 장군으로 삼도록 하지."
"장군 정도로는......"
"그럼 대장군은 어떤가?"
그제서야 승상 소하는 큰절을 하고 유방 앞을 물러나왔습니다.
소하의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장군으로서 전권을 쥐게 된 한신은, 그 후 차례 차례 훌륭한 전략을 전개하여, 마침내 유방을 천하의 패자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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