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10월호 - 신기술 시리즈
녹색 옷입는 에너지 절약형 컴퓨터
미국 환경청(EPA : Energy Protection Agency)의 새로운 컴퓨터 산업 정책에 따라 작년 후반기부터 미국에서는 소위 그린 PC라는 새로운 장르의 컴퓨터가 등장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컴퓨터 시장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그린 PC가 큰 쟁점 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지구 보호를 생각할 때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는 그린 PC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환경청의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
미국 환경청은 지구의 온난화와 공해 문제를 고려하여 컴퓨터 분야에서도 환경 보호에 함께 동참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환경청은 에너지 스타 로고를 제정하고 자신들의 기준을 설정한 후, 그 기준을 통과하면 에너지 스타 로고를 붙일 수 있도록 했으며 국가에서도 기준 통과 시스템만을 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컴퓨터 업계는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의 기준에 맞추어 컴퓨터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 컴퓨터가 에너지
절약형 컴퓨터가 되는 것이다. 미국 환경청에서 제시한 기준, 즉 에너지 절약형 컴퓨터가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컴퓨터나 모니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나 사용자가 미리 예약해 놓은 시간에 컴퓨터와 모니터의 파워를 낮은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모델을 하나 이상 발표해야 한다.
둘째, 개인용 컴퓨터에서 저전력 작동 상태는 지원 소프트웨어처럼 임의로 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개인용 컴퓨터나 모니터에서 저전력 상태는 30와트 이하를 의미한다.
넷째, 모니터의 전력 공급이 컴퓨터를 통한 경우, 그 시스템의 저전력 상태는 60와트 이하를 뜻한다.
다섯째, 전력 소비는 제품의 전력 소켓에서만 측정한다.
여섯째, 모든 명시된 조건은 제조 회사에서 출하된 상태의 제품에 한정되며, 사용자의 임의 변경에 의한 전력 소모 변화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러한 조건들은 미국 환경청이 제시하는 개인용 컴퓨터와 모니터에 관한 사항들이다.
그린 PC 5대 조건
일반적으로 그린 PC를 이룰 수 있는 대표적인 조건은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물론 위에 설명한 조건들은 미국 환경청이 요구하는 최소의 조건들이지만, 컴퓨터를 만드는 각 제조 회사들은 그 기본 개념을 흡수하면서 더 뛰어난 그린 PC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저전력 소모
마이크로프로세서 : 386SLC, 486SLC2(IBM 자체 제작 CPU), 486SL(인텔 칩) 등 전력 관리 기능이 포함된 마이크로프로세서
마더 보드 : 다른 주변장치의 인터페이스에 맞게 다시 도안된 보드
I/O 카드 : PCMCIA 기준 채택으로 작은 신용 카드 크기로 입출력 장비들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자동 절전 기능 : 슬립 모드 지원
2. 저발영량
3. 저소음
4.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
정전자기파 방사
깜박임을 줄인 모니터 장치
인체 공학에 맞는 디자인
5. 자원 재활용
시스템 본체의 재활용품 사용
각종 부수기재의 재활용품 사용
에너지 PC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구성 요소
1. 마이크로프로세서
에너지 절약형 PC에 맞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이 개발되었다. CPU에 이용된 SL 기술은 전력 관리 기능에 의해 가능해 지는데, SL 프로세서에 사용된 시스템 관리 모드(SMMSYSTEM MANAGEMENT MODE)는 전력 관리 기능이 있어서 시스템의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를 줄여 준다.
무엇보다 시스템 관리 모드는 하드웨어적으로 전력 관리 기능을 구현해주기 때문에, 운영 체계나 애플리케이션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유지해 준다. 특히 전력 소비가 큰 주변 기기들이 필요할 때만 전력이 소비되도록 함으로써 효율적인 전력 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SL 기술이 추가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클럭 0MHz의 슬립 모드(sleep mode)로까지 떨어질 수 있는 완전한 CPU 코어(0MHz 상태에서도 CPU의 모든 기록 내용이 보전되는 CPU 코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CPU 슬립 모드는 CPU의 정지 클 럭(stop clock) 또는 자동 멈춤(auto halt) 기능을 이용하여 가능해 지는데, CPU의 에너지 소비를 0.2 mA까지 줄여줌으로써 기존의 표준 CPU보다 3와트를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SL이 지원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CPU가 메모리 사이클이나 I/O 읽기 또는 쓰기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때 클럭 주파수를 줄여주는 자동 휴지(auto idle) 기능을 갖추고 있다.
2. 모니터
일반 모니터에 비해 부피와 두께는 작으면서도 해상도가 뛰어난 디스플레이가 바로 LCD 모니터이다. 무엇보다 전력 소비량이 적어 에너지 절약형 시스템에 알맞는 모니터 방식 이다. 그러나 아직 LCD 모니터는 값이 비싸 노트북 정도에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LCD 모니터 중에서 TFT(Thin Film Transistor) LCD 모니터는 일종의 액티브 매트릭스 방식으로 각각의 픽셀에 배정된 하나의 트랜지스터를 갖고 있다. 컬러 TFT 모니터에서 하나의 픽셀은 빨간색(R), 푸른색(B), 녹색(G)과 같은 서브 픽셀로 나누어 진다. 그리고 콘트라스트를 증가시키기 위해 각각의 색 주의에 블랙 매트릭스를 둔다.
이렇게 함으로써 콘트라스트는 빛 강도의 다양한 레벨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컬러 LCD는 기본적인 세가지 방식을 이용하여 512가지의 색을 만들 수 있다. 액티브 매트릭스 방식은 가격면에서는 트랜지스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것에 비해 비싸고 만들기가 더욱 까다롭다.
그러나 이 방식은 높은 콘트라스트와 빠른 응답 비율, 그리고 폭넓은 시각 등과 같은 장점을 갖고 있어 점차적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3. 하드디스크 및 주변 기기 (I/O 인터페이스)
시스템 본체에서 가장 많은 열이 발생하고 소음이 큰 부분이 하드디스크이다. 노트북에 사용되던 얇고 가벼운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면 기존 데스크톱 컴퓨터에 비해 부피가 작아지며 발생하는 열도 줄어들게 된다. 하드디스크의 경우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손을 대지 않으면 자동으로 슬립 모드로 전환되는 하드디스크가 개발되었다.
PCMCIA 방식을 채택하였을 경우, 시스템의 무게와 부피는 훨씬 적어질 수 있는데, PCMCIA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는 드라이브나 저장 장치는 이동이 간편하고 전기 소모량이 적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데스크톱 컴퓨터에서는 아직 PCMCIA가 지원되지 않는 방식이어서 데이터 이동시, 통신을 통하여 데스크 톱에 전송시키거나 아니면 시스템과 PCMCIA 채택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여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4. 팬(FAN)
컴퓨터에서 소음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부분은 팬이다. 이 팬은 시스템의 내부에서 하드디스크나 기타 다른 주변 장치들이 작동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혀 주는 역할을 한다. 즉 한여름의 에어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소음이 아무리 크다해도 시스템의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해 팬은 없어서는 안된다.
그린 PC의 한 요소로 저소음을 들 수 있는데, 국내에서 소개된 컴퓨터의 경우 팬의 회전 수를 줄이거나 시스템의 열 발생율을 줄여 팬의 가동을 줄여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방법을 채택할 경우 완벽한 소음 방지는 어렵다. IBM 에너지 세이빙 컴퓨터의 경우에는 팬을 완전히 없었다. 그것은 PCMCIA 소켓의 채택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즉 PCMCIA의 경우 모든 주변기기가 카드화되어 있어 부피를 적게 차지하며, 열 발생량이 적기 때문에 굳이 팬이 없어도 적정한 온도의 시스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 는 것이다.
가격과 편리성의 문제점은 아직 미지수
지금까지 에너지 절약형 컴퓨터에 대해 알아보았다. 물론 기능도 뛰어나고 인체에 미치는 전자파를 줄였으며, 환경 보호에도 효과적이라면 다들 한번쯤 시스템 교환을 고려해 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에너지 절약형 컴퓨터를 사용하기에는 몇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의 가격이다. 아직까지 TFT 모니터를 사용할 경우 그 가격이 현재 가격의 3배 이상이 되므로 쉽게 보편화 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I/O 인터페이스를 PCMCIA로 채택하고 있어 다른 컴퓨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 하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방법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파일 이동이 어렵고 번거로운 작업 단계를 거쳐야 하 는 불편이 있다. 더구나 PCMCIA 소켓의 경우 완벽한 호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채택하고 있는 컴퓨터도 거의 없어 아직은 시기상조인 느낌도 든다.
또 일반 사용자보다는 인체의 피해를 가장 많어 생각해야 하는 병원 신생아실이나, 컴퓨터 이용료의 규모가 아주 큰 기업 등에서는 어느 정도 효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아직 일반 사용자들이 채택하기에는 포기해야 할 것의 비중이 너무 크다.
그러나 LCD 모니터를 사용하지 않고, PCMCIA 인터페이스를 채용하지 않은 채로 각 부분의 열 소모량과 소음을 줄일 수도 있다. 사실 국내의 그린 컴퓨터들은 대폭적인 변화를 거치지 않고 작은 부분부터 서서히 그린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모색하 고 있다.
이들 컴퓨터에 대해 일부에서는 진정한 그린 컴퓨터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환경청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단지 모니터와 시스템에 관해서만 언급했으므로, 모양이야 어떻든 두 기준을 준수한 컴퓨터는 모두 그린 PC가 될 수 있다.
물론 IBM의 PS/2 E와 국내의 그린 컴퓨터는 그 모양에서부터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하나를 그린 PC가 아니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컴퓨터 모두 에너지를 절약하고 조금이나마 환경에 덜 해를 입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린 PC의 진정한 의미는 모양과 기능이 어떠하든지 이제는 지구와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정보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과 환경에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전자파 중후군이나 발광성 질환 등의 새로운 병은 다시 생겨 나지 않을 것이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10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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