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100장면 - 67. 인류평화를 위한 축제
-제1회 국제 올림픽 개최(1896년)
*그때 우리 나라에서는
1895년/을미사변으로 민비 피살, 단발령, 유길준 '서유견문' 간행
1896년/전국에서 의병 일어남. 고종,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 독립협회 창립, '독립신문' 발간
올림픽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올라간다. 고대 그리스는 수많은 폴리스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의 폴리스는 독립국가였고 폴리스끼리 전쟁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지만, 폴리스 인들은 언어와 종교, 문화에서 공통점을 지닌 동족이었다.
그리스 인의 종교는 다신교이다. 신성한 산 올리포스에 사는 제우스를 비롯한 12신이 세상만물을 주관하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폴리스들은 제각기 신전을 짓고 자기 폴리스를 수호하는 신은 모셨다. 신에게 드리는 제사는 폴리스 최대의 행사요 화려한 축제마당이었다.
그중 주신 제우스에게 드리는 제사가 4년에 한 번씩 올림피아에서 열렸는데, 이때는 전 그리스의 폴리스들이 모두 모였다. 올림피아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서쪽 엘리스 지방에 있는 제우스의 성역이다.
기원전 776년, 제전 기념행사의 하나로 체육경기대회가 처음 시작되었다. 이 올림피아 제전경기가 바로 올림픽의 기원이다.
경기에는 각 폴리스 대표들이 모여 자기 폴리스의 명예를 걸고 승부를 겨루었다. 최후의 승리자에게는 젊음과 생명의 신 아폴로의 나무 월계수로 만든 관이 주어졌으며, 그는 전 그리스의 영웅이 되었다.
올림피아 외에도 이스트미아, 네메아, 파티아 등지에서 제전경기가 열렸지만, 가장 오래 되고 규모가 큰 것이 올림피아 제전경기였다. 하지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노예, 여자, 외국인은 철저히 배제되고 오직 '순수한 그리스 인'만이 참가할 수 있었다.
경기종목은 단거리 경주를 비롯하여 5종경기, 레슬링, 권투, 전차경주, 경마, 판크라티온(레슬링과 권투를 합친 듯한 격렬한 격투기) 등이었다.
올림피아 제전경기는 서기 393년까지 무려 1100여 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열렸다. 그러나 그리스가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간 후부터 점차 퇴락하기 시작했고,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함에 따라 이교도의 제전이라 하여 393년 293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1500여 년 후인 1896년, 제1회 국제 올림픽이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개회되었다. 고대 올림피아 제전경기의 이름을 따서 올림픽이라 명명한 이 국제대회를 탄생시킨 사람은 프랑스의 쿠베르탱이다.
그는 1863년 프랑스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났다. 군인이 되려고 생시르 육군유년학교에 들어갔다가 16살에 중퇴, 교육학을 공부했다. 영국유학 중 '워털루의 승리는 이튼 학교 교정에서 꽃피운 스포츠때문'이라고 공감하고, 청소년 교육의 중심은 스포츠여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는 특히 고대 그리스 인들의 체육활동에 매료되었으며, 1892년 마침내 올림픽 부흥운동을 시작했다.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를 조직하는 데 성공한 그는 참가국들을 설득하여 정기적인 올림픽을 열기로 합의를 보았다.
2년 뒤인 1896년 4월 6일, 13개국 311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제1회 올림픽이 역사적인 막을 올렸다. 육상, 체조, 펜싱, 사격, 테니스 등 10개 종목의 경기가 진행되었고, 메달 수에 따라 순위를 결정, 1위는 그리스, 2위는 미국, 3위는 독일이 차지했다.
그후 올림픽은 1,2차 세계대전으로 세 번 중단된 것 외에는 4년에 한번씩 열리고 있다. 다섯 개의 동그라미가 그려진 올림픽 마크는 쿠베르탱이 직접 고안하여 1914년 IOC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1920년 제7회 앤트워프 대회에서 최초로 나부꼈다.
성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대회였다. 경기장의 탑 위에 커다란 돌로 만든 접시를 얹고 불을 피워 대회기간 중 계속 타오르게 했던 것이다. 그후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때부터는 그리스의 올림피아에서 성화를 점화하여 개회식장까지 가져오는 성화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한편 1964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8회 올림픽은 백인종 국가가 아닌곳에서 개회된 최초의 대회였고, 1980년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2회 올림픽은 공산주의 국가가 개최한 최초의 대회였다. 동계 올림픽이 시작된 것은 1924년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 겨울철 경기를 독립시켜 프랑스 남부 샤모니에서 열렸다.
우리 나라가 올림픽에 처음 나간 것은 1932년 제10회 로스앤젤레스 대회였다. 당시 일제의 식민지였던 우리 나라는 김은배, 권태하, 황을수 세 사람이 가슴에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일본선수단의 일원으로 참가, 김은배와 권태하가 마라톤에서 각각 6위, 9위를 차지했다.
이어 36년 베를린 대회에서 손기정이 마라톤 우승자가 되자 유명한 '일장기 말살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동계 올림픽에 첫 출전한 것은 1948년 스위스 생 모리츠에서 열린 제5회 대회였다. 1988년, 제24
회 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쿠베르탱의 염원은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통한 세계평화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상처럼 올림픽이 진정으로 '이념과 인종, 정치적 차이를 뛰어넘어'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1904년 제3회 세인트루이스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흑인이나 기타 유색인종은 참가가 금지되어 있었다. 그후 1921년 제정된 올림픽 헌장은 '...모든 나라의 아마추어를 공정평등하게 참가시킨다. 어느
국가나 개인도 인종, 종교, 정치상의 이유로 차별대우해선 안된다.'고 천명했다.
쿠베르탱은 올림픽 정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성공 여부는 그가 승리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 노력했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 올림픽은 자국의 이념을 선전하고 경제적 우월성을 자랑하는 또하나의 국제정치 무대가 된 감이 없지 않으며, 선진국의 독점화 현상이 두드러져 '스포츠는 곧 국력'이란 말을 실감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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