鼓腹擊壤 (고복격양)

배 두드리며 골프는 치지만

鼓(두드릴 고) 腹(배 복) 擊(부딪칠 격) 壤(흙 양)

  

십팔사략十八史略 에는 요(堯)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민심을 파악하고자 천한 옷을 입고 시내를 돌았을 때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요임금은 거리에서 아이들이 임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조금 후에는, 한 노인이 무언가를 먹으면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鼓腹), 격양 놀이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노인은  해가 뜨면 들에 밭을 갈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네. 샘을 파서 물을 마시고 농사지어 먹고 사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리오. 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치가 잘 되어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요 임금은 흐뭇한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 왔다.


鼓腹은  부른 배를 두드리다 라는 뜻이다. 壤은 본시 나무로 만든 신발모양의 놀이 도구이며, 30-40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것을 서로 맞치는 놀이를 격양(擊壤) 이라 했다. 


따라서 鼓腹擊壤 은 부른 배 두드리며 양치기 놀이를 하는 것 인데, 이는 곧 太平聖代(태평성대) 를 상징한다. 하지만 그저 잘 먹고 골프 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태평성대일 수는 없다. 

鼓腹擊壤 은 진정 마음까지 편안한 시대에라야 어울리는 말이다.

  


  

서시빈목 (西施顰目)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

西(서녘 서) 施(베풀 시) (찡그릴 빈) 目(눈 목)

  

莊子 <천운편天運篇>에는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미인인 서시(西施)의 이야기가 나온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서시가 가슴을 앓아 눈을 찡그리고 있으니, 그 마을의 다른 추녀(醜女)가 이를 보고 아름답다고 여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역시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찡그렸다(西施病心而 , 其里之醜人, 見而美之, 歸亦捧心而) 그 결과 어떤 이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아예 그 마을을 떠나버렸다. 


이 이야기는 공자의 제자인 안연과 악관(樂官)인 金 이라는 사람이 나누는 대화중에 나온다. 장자는 당시 주(周)왕조에서 이상정치를 재현하려는 것을 서시의 찌푸림을 본받는 추녀의 행동같은 것으로서 사람들의 놀림받는 쓸데 없는 짓이라 여겼던 것이다.


西施 目(서시가 눈을 찡그리다) 이란 아무런 비판 없이 남을 흉내 내는 것을 비유한 것이며, 효빈(效 :눈쌀 찌푸림을 흉내내다) 이라고도 한다. 


맹신(盲信)과 맹목적 추종은 그 추녀다운 사고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유행에 민감해지는 것이 아니라 타당한 주관(主觀)과 합리적 비판에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가정맹어호 (苛政猛於虎)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苛(매울 가) 政(정사 정) 猛(사나울 맹) 於(어조사 어) 虎(범 호)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덥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그 부인은 대답하길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하였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게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 라고 하였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無苛政). 라고 짧게 대답하였다. 자로의 말을 듣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 라고 하였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苛政 이란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 를 뜻한다. 政을  徵(징)의 차용으로 보아 번거롭고 무서운 세금과 노역 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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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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