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100장면 - 4. 하왕조는 실재했는가




현재까지 밝혀진 학문적 성과로는 중국 최초의 국가는 은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세기 초까지도 은의 실재를 의심하고 있었으나, 은나라는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나라일 뿐이었다. 


그러나 갑골문자는 은 후기의 도읍지인 은허를 우리의 코앞에 들이대면서 지구상에 이렇게 훌륭한 청동문물을 본적이 있느냐고 외쳐댔다. 놀랍게도 (사기)에 기록된 은 왕실의 세계표는 거의 오차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은의 갑골문자, 주의 청동기에 새겨진 금문 등의 문자기록을 통해 우리는 보다 풍부하게 과거의 사실들을 만날 수 있다. 


문자는 분명 인류가 오랜 원시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이 문명의 새벽을 준비하는 중요한 발명품이다. 인류는 문자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후세에 전달하게 되고, 이제 인류의 역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구석기 이래 인류는 공동노동의 과정에서 언어를 사용하여 서로 의사를 소통하고 있었으며, 언어에 의한 문화계승을 지속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다시 그 아들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오랜 전승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쩌면 더욱 귀중한 역사의 파편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독일인 슐리만이 어린 시절 읽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오디세이)의 감동을 잊지 못해, 마침내 트로이의 발굴에 나서고 또 성공했던 것처럼.



중국의 전설에 의하면, 천지의 창조주는 반고이다. 태초에 우주에 가득 찼던 기운이 점차 거대한 바위로 변했다. 반고는 그 바위 사이에서 생겨났는데, 그가 점차 자라남에 따라 바위는 두 쪽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 한 조각은 하늘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땅이 되었다. 반고가 이 일을 마치고 숨을 거두자, 그의 눈은 태양과 달이, 그가 내쉰 숨은 공기가, 그의 뼈는 산이, 그의 육체는 흙이, 그리고 그의 피는 강과 바다가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 미개한 사회가 개화되었는데, 그 위업은 뛰어난 성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문화적 영웅들이 바로 삼황오제이다. 삼황오제의 전설은 국가 출현 이전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삼황오제는 기록에 따라 약간 다르게 나타나지만, 삼황은 상서의 수인씨, 복희씨, 신농씨를, 오제는 사기의 황제, 전욱, 곡, 요, 순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인은 불을 발명함으로써 화식하는 법을 알게 했으며, 인류를 추위로부터 보호했다. 혹희는 사냥의 기술을 창안했고, 신농은 쟁기와 괭이를 발명, 농경시대를 열었다. 이들이 삼황이다. 삼황은 다소 괴기한 모습을 한 초인적 영웅이다. 복희는 머리는 사람이지만 몸은 뱀이며, 신농은 머리는 소지만, 몸은 사람이다. 


반면, 오제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사마천은 이때부터를 역사시대로 파악, (시기)의 저술을 오제로부터 시작했다. 


황제는 무력으로 중국을 처음 통일했으며, 문자, 역법, 궁실, 의상, 화폐, 수례 등 중국문물의 기초를 마련한 중국 문명의 창시자요, 중국민족의 공동조상이다. 다음의 전욱과 곡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록이 없다. 



다음의 요와 순은 매우 높은 덕망에 의해 중국을 통치했으며, 자기 자식을 제쳐두고 현자를 지명하여 후계로 삼았다. 이것이 유명한 선양의 시작이다. 요는 효자로 이름난 가난한 농부 출신의 순을 찾아내 그의 덕망과 능력을 여러 차례 시험한 다음, 그를 사위로 삼고 위를 물려주었다.


순의 선정으로 백성들이 편안했는데, 대홍수가 일어나 사람들을 괴롭혔다. 이때 관리 우가 13년간의 노고로 훌륭히 치수의 사업을 이루었다. 순은 역시 자기의 아들을 제치고 우에게 제위를 넘겼다. 


우도 훌륭한 선정을 폈다. 그가 죽자 백성들은 그가 지명한 후계자를 제치고 우의 아들을 후계로 삼았다. 이때부터 세습적인 왕조가 출현했으니, 이것이 중국 최초의 왕조 하나라다.


이 전설을 통해서 우리는 인류역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던 불의 발명, 사냥의 발명, 농경의 시작, 국가의 발생 등의 대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요와 순이 현자에게 선양을 한 것은 원시 씨족 공동체 사회에서 추대에 의해 지도자를 뽑았던 역사적 사실은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신석기 말에 씨족 공동체 사회가 깨지고 세습왕조가 출현하는 모습이 하왕조의 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하족으로 부르듯이, 전설상의 최초의 국가 하는 과연 실재했을까? (죽서기년)과(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하는 18대 472년간 존속했다. 


각 왕들의 통치기간이 백년을 넘는 등의 허무맹랑함이 없어 매우 사실성이 있어 보인다. 서주 시대의 청동기 명문에서도 하왕조와 우의 명칭이 확인되었다. 


최근 중국 최초의 청동기 유적인 하남성 언사현 이리두 유적이 하의 유적이 아닐까 추론되고 있으나, 하나라의 실체는 아직도 안개에 싸여있다. 초기청동기나, 왕의 출현을 알리는 궁전, 대묘, 거대한 성벽등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은의 초기유적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과거에 투영하여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도가에서는 황하문명의 창시장인 황제를, 묵가에서는 절검과 노동을 중시하는 우를, 유가에서는 인애를 근본으로 선정을 펼친 요와 순을 강조했다. 


전통적 유교에서는 요, 순, 우를 삼성으로 받들고, 하, 은, 주로 이어지는 삼대를 왕조의 모범으로 설정, 삼대의 이상적 도덕정치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곤 했다. 어찌됐든, 전설은 중국인의 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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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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