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5월호 - 그래픽 세상

예술로 승화된 컴퓨터 그래픽





컴퓨터를 창조의 도구로 인정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고자 할 때,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우리에게 친숙해진 인상파는 처음 시도되었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조롱을 당했다. 후기 인상파인 빈센트 반고흐의 경우 그가 생존해 있었을 당시, 그의 작품은 전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가 죽은지 1년쯤 지난 시기에 아이리스(Irises)라는 그림은 4천 9백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또한 사진 기법이 순수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약 150년의 시간이 걸렸고, 비디오는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새로운 장르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지 이제 10년이 채 되지 못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컴퓨터가 만들어 내는 여러가지 영상과 내용들을 신비스럽게 관람해 왔다. 하지만 컴퓨터 예술은 순수 예술 분야에서는 아직 완전하게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컴퓨터에 의존하여 만들어진 작품을 예술품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디지털 장비를 새로운 창작 도구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컴퓨터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면서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컴퓨터를 하나의 도구로

오늘날 자신들의 창작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컴퓨터 기술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

다.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나 장비만으로는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스템과 패 키지들을 구성하여 사용하고 있다. 


어떤 예술가들은 프로그래밍에 관한 공부를 하며 특수한 기능의 장비를 갖추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해롤드 코엔 (Harold Cihen)이라는 예술가는 어떤 변수상에서 페인팅을 자동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했다. 



조각가인 스튜어트 딕슨 (Stewart Dickson)은 수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조각품을 표현하는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에 맞게 수정을 거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울프램 리서치의 매스매

티카 패키지(Mathmatica package), 웨이브프론트 테크놀로지 소프트웨어 (Wavefront Technologies), 입체 석판 그래픽 툴(stereolithogr aphictools) 등을 함께 이용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디지털 페인터인 데이비드 엠(David Em)은 DEC VAX 750 워크스테이션에서 드로잉과 페인팅 툴 킷을 사용했었는데, 요즘은 여러가지 지원 도구와 매킨토시 쿼드라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장비들은 오히려 작업에 방해가 된다면서, PC차원에서 그들의 예술적 목표를 추구해 나가는 사람들과 계속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한다.  


역시 컴퓨터 예술가인 로렌스 페인(Lawrence Payne) 씨는 색상을 좀 더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아미 가 2500을 사용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앤 파렐(Anne Farrell) 씨는 Mac IIfx 시스템에서 이미지 캡처를 할 때 아도베의 포토샵을 이용하는데, 그녀는 자연물과 자연물에 대한 사고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그것을 잘 반영해 준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많은 컴퓨터 예술가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추어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컴퓨터라는 기계장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영상은 진정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론에 대해 로렌스 가텔(Laurence Gartel)이라는 예술가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의 특정한 장비가 예술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작품 속에 자신의 정신을 집어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 예술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컴퓨터 작품들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로 만들어진 많은 영상들을 보면서 그것이 예술 작품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뉴욕의 컴퓨터 예술 작품 수집가인 로버트 헨델 (Robert Hendel) 씨는 말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예술품들을 찾게 될 것이 라고 덧붙였다. 컴퓨터 응용 작품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갤러리와 박물관에서는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단순한 볼거리로 전시하곤 했었다. 


예술 갤러리와 박물관에서는 아직까지 다소 순수 예술과 구별하여 전시회를 개최하지만, 과거보다 한층 디지털 수단을 인정하는 갤러리와 박물관이 늘어났다. 더구나 관람객들이 이들 예술품을 감상하고자 할 때, 지금까지 작품을 관람하던 관습에서 벗어난 작품 전시가 흥미를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하고있다. 


기존의 예술품이 그랬듯이 전형적인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틀에 박힌 형태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실험적이며 시청각이 복합되거나 시각도 훨씬 복잡해진 영상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컴퓨터 예술은 주로 디지털 수단을 전문적으로 이용한다기 보다는, 컴퓨터와 다른 수단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추세이다. 즉 비디오와 컴퓨터를 복합한다거나 페인팅과 컴퓨터를 접목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갑자기 새로운 분야를 선보이는 것보다 관람객들에게 거부감을 적게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컴퓨터 예술이 기존 예술 작품 경향과 다르기 때문에 많은 갤러리에서는 다소 꺼리는 경향도 있 다. 도체(導體) 예술 작품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어도 판매가 쉽지않기 때문인데, 점차 예술성을 인정받아 고가로 판매되는 작품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빅토 에이스베도(Vitor Acevedo)씨는 주로 3차원 모델링 작업과 디지털 페인팅, 사진학적 소재와의 결합 등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예술가이다. 그는 아직까지 완전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컴퓨터 예술 분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실제 눈에 보이는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이 분야에 뛰어들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가지 모험 요소들이 많이 감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리매김을 위한 노력들 

에이스베도씨는 서부 헐리우드에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갤러리와 함께 새로운 주류의 예술 단체 를 결성했는데, 사이버스페이스는 독점적으로 컴퓨터 응용 예술을 소개하는 아주 드문 갤러리이다. 


이 갤러리의 설립에 대해 대부분의 예술 갤러리들이 반대를 했지만, 사이버스페이스 갤러리가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그런 반대들을 한층 완화시켰다. 


이 단체는 EZTV라는 미디어 센터가 후원을 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락클럽 (Rock Club)과 박물관 사이의 다리같은 것"이라고 사이버스페이스의 부책임자인 마이클 마수시 (Michael Masucci) 씨는 말한다. 



사이버스페이스 갤러리는 격납고의 인테리어처럼 둥그런 지붕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992년 9월 개관 이래 두 번의 전시회를 갖었는데, 첫번째 전시회는 '침묵의 동반자 (Silent Partners)'로 24개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 가운데 50% 정도가 동역학적(사람의 움직임을 포함하여 조각된)으로 설치된 것이었고, 나머지 작품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벽에 색을 칠한 그런 작품들이었다. 마수시씨어 따르면, 청중들은 벽에 그려진 그림 보다는 동적인 예술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것은 다른 갤러리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는 것과 좀 더 실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전시회 참가자 중 한사람인 로라 아메스 릴리(Laura Ames Riley) 씨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달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였다고 했다. 이 장면을 표현해준 모니터에서는 가끔 모양이나 색이 다른 달걀에 손을 뻗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관람객들이 페인팅된 작품보다 컴퓨터가 설치된 작품들을 더욱 쉽게 기억해 내는데 대해 마수시씨는 그 이유를 "우리가 양쪽의 (기존의 예술과 컴퓨터 예술) 표현 방법을 모두 섭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시에도 불구하고 사이버스페이스 갤러리는 거의 이득을 보지 못했다. 원래부터 비영리 목적의 갤 러리였지만, 작품들의 판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로 여러 다른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로스엔젤레스 타임지의 표지로 선보이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다른 갤러리에서 그렇게 소개된 적이 없었다”고 마수시씨는 설명한다.


사이버스페이스를 반대하면서도 디지털 아티스트의 작품을 발굴하여 판매하려는 일반 갤러리들이 등장하게 되었지만, 대부분 전통적인 예술품과 컴퓨터 응용 작품을 함께 수용하고 있다. 


이렇게 양쪽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는 것은 갤러리 소유자들이 지나친 모험은 피하면서도 컴퓨터 작품 을 선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인데, 디지털 작품들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반영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갤러리들 중에서 디지털 작품들에 대해 많은 열의와 관심을 보여 주는 갤러리가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저지주에 위치한 윌리암스 갤러리 (Williams Gallery)는 1200 평방 미터에 2층 건물의 갤러리로, 그 갤러리 소장인 매리 로우 벅 (Mary Lou Bock)의 경우 디지털 예술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강해서, 예술 세계에서 디지털 작품들을 특수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녀가 전시장을 개장한 것은 1985년이며, 컴퓨터 응용 작품들을 전시하기 시작한 것은 1988년부터였다. 


윌리암스 갤러리에서 처음 전시한 작품은 릴리안 슈와츠(Lilian Schwartz)의 작품이었다. 그녀는 AT & T 벨 연구소의 컴퓨터 그래픽 컨설턴트로서 컴퓨터 예술의 어머니로 불리고 있다.


단 몇년 동안, 벅은 슈와츠의 작품 뿐만 아니라 바바라 네심, 비베크 소렌센, 롭 피셔 등의 다른 인정받는 예술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했었다. 


"사람들은 3, 4년 전만해도 컴퓨터를 마치 요술 상자처럼 바라보고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더욱 종합적인 컴퓨터 예술쇼를 보고자하는 관람객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어요." 라고 벅은 말한다.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다  

93년 초, 뉴욕에 있는 마이스너 소호 갤러리에서는 컴퓨터 예술가인 로즈 디몬의 18개 디지털 페인팅 작 품을 전시했다. 그는 종종 비디오 이미지와 페인팅 스타일을 접목시키곤 했다. 


메트로폴리탄 주립 대학과 연관되어 있는 비영리 갤러리인 '비주얼 아트를 위한 센터'에서는 92년 11월 처음으로 디지털쇼를 개최했는 데, 제목은 Techno Artist'였다. 


또한 기타 여러 곳의 갤러리에서도 이와 같은 디지털 아트의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컴퓨터가 예술의 도구로 점차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다리아 바클레이는 2차원과 3차원 페인팅을 만드는 예술가로, 그녀 역시 디지털 예술계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사람이다. 부분적으로는 컴퓨터 예술 전문 갤러리인 아바시 갤러리를 운영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녀의 작품은 수 백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녀는 수 년전에 그 메인 갤러리의 문을 닫았는데, 그것은 작품 활동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이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드 엠의 작품은 예술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여러 곳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할 수 있을만큼 작품이 많이 팔리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차츰 다른 예술 분야에도 이름이 알려지고 있으며, 여러 갤러리 담당자들에게도 유명해 졌다.  


예술계에서 갤러리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갤러리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처음 갤러리에서 주목을 받음으로써 그 예술가에게 더 많은 전시의 기회가 주어지고 전세계 적인 예술 박물관의 문이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서 디지털 예술에 관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컴퓨터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일 것이다.



두 배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분야 

도로시 골든(Dorothy Goldeen) 갤러리의 도로시 골든씨는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백남준 같은 실험적 예술가들의 작품을 많이 전시해 왔다. 골든씨의 말에 의하면, "컴 퓨터 예술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깨끗한 색상을 사용하여 도안되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 특히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컴퓨터 그래픽 도안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언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평을 하고 있다. 수집가인 헨델씨는 "상당히 많은 훌륭한 작 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작품들이 훌륭한 예술품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 갤러리의 마수시씨는 갤러리에 소개되는 작품들이 훌륭한 예술품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일단 수긍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내가 읽는 대부분의 작품들이나 내가 관람하는 대부분의 연극, 영화들이 모두 훌륭한 작품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수한 작품 속에서 가끔씩은 훌륭한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예술가 역시 어떤 형태로든 드물게 마련이니까."  


마수시씨의 말대로 모든 예술 분야에서 걸작품이라는 것은 드물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부분에 대해 사람들은 언제나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마련이며, 무 엇 하나가 잘못되면 그 잘못을 전체인양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수시씨는 "컴퓨터 예술이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은 완전한 자리매김을 할 때까지 기존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보다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 라며 말을 맺는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5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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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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