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5월호 - 컴퓨터 세상살이

길을 안내해주는 전문 길잡이꾼 카다





몇 번의 낙방 끝에 겨우 운전 면허 시험에 합격하여 아직도 따끈 따끈한 면허증을 시간날 때마다 들여다 보고 흐뭇해 하는 김 과장. 내친 김에 자동차까지 새로 보란듯이 뽑았다. 비록 월부이지만... 


내일 월요일은 처음으로 차를 몰 고 회사까지 출근하리라는 생각에 잠자리까지 설치기도 했다. 김 과장이 사는 곳은 천호동이고, 직장은 합정동에 있다. 


부인이 걱정스러운지 인근 지하철 역까지만 타고 가라는 잔소리를 뒤로하고 오너드라이브의 기분도 낼 겸 회사까지 차를 몰고 가기로 맘먹었다. 물론 지하철을 이용하는것 보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새로 구입한 차를 보면 기분이 그게 아니었다. 


조금은 떨렸지만 자신만만한 태도로 김 과장은 집을 나섰다. 보통 때라면 올림픽도로나 강변도로를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지만 오늘은 월요일이라 이 도로들도 교통 체증으로 홍역을 치루기는 마찬가지임을 진작금에 알고 있는 터였다. 


잠시 생각 끝에 김 과장은 천호대교와 능동 사거리를 지나 3.1 고가도로를 통과하는 시내 관통법으로 돌파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 듯, 평소 택시를 이용해 수 백번도 더 오갔던 길이어서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차를 몰고 나오자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느 쪽 길로 가야하는지 통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창문을 열고 일일이 길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뒤 창에 턱 써붙인 '완전초보운전'이 동네북인양 주변에서 끼어들고, 바쁜 시간에 초보가 나와서 꾸물댄다고 경적을 울려대며 겁주기 일쑤이다. 


그러나 '너희들도 초보였다' 라는 말로 위안을 삼으며 이른 봄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흥건히 고인끝에 회사에 닿았다. 그의 출근시간은 오전 10시였다.



가장 짧은 노선 알려줘

자동차를 처음으로 운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 과장과 같은 경험을 겪었을 것이다. 그 때의 그 당황함이란...  그러나 이제 김 과장과 같은 경험은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카다-I (KADA-I : Korea University Auto Drive AAdvisor-l)이라는 주행 자동 안내 시스템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팀이 개발한 이 주행 자동 안내 시스템은 사람 목소리나 키보드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컴퓨터 모니터에 지도가 나타나고, 자신이 탄 자동차는 컴퓨터가 알려준 가장 짧은 거리를 따라 달리게 된다. 


자신이 탄 자동차는 빨간 십자 모양으로 나타나며, 가장 짧은 거리는 파란 색으로 표시된다. 또 해당 지점을 지나갈 때마다 그 지점을 음 성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종로 3가를 지났 습니다"라는 식으로, 주행 자동 안내 시스템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연료가 떨 어질 때쯤 되면 "연료가 5리터 남았습니다. 화면의 주유소로 가십시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 기도 한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목적지 ~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일러준다. 모니터에 나타난 지도에 주유소를 비롯한 병원, 호텔, 백화점, 경찰서, 정비공장 등의 주요 건물과 동이름, 도로 이름 등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됨은 물론이다. 




인공위성으로부터 전파 받아 

미국이 지상 약 2만킬로미터 상공에 쏘아올린 군사용 GPS(Global Positioning Systems) 인공위성에서 발사하는 전파를 자동차에 장착된 수신 장치를 통해 받아들임으로써 자동차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이 시스템은 안테나, 수신기, 위도 경도 등의 좌표를 계산해 주는 1백 50만원 상당의 GPS 네비게이터 (Navigator)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미국이 쏘아올린 군사용 인공위성은 모두 24개로, 이 가운데 3개는 예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포격이나 유도탄 발사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 자동 안내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적어도 3개의 위성으로부터 전파를 받아들여야 한다. 


즉 3개의 인공위성으로부터 받아들인 전과를 삼각법에 기초해 좌표를 계산함으로써 현재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4개의 위성으로부터 전과를 받아들이면 고도까지 위치 측정이 가능하다. 


정확도는 군사용이 오차 2~5미터인데 반 해, 이 시스템은 평균 25미터 정도로 군사용에 비해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한 교수의 말에 따르면 무선으로 디지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중간 중간에 중계소를 설치할 경우, 위치의 측정 편차를 제공함으로써 위치를 보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중계소를 설치할 경우, 시내 주행시 발생하는 전과 방해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교통체중 줄일 수 있어 

무인 자동차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는 한민홍 교수가 교통 체증을 줄이고, 안락한 주행을 위해, 그리고 미래 자동차를 구현할 목적으로 주행 자동 안내 시스템의 개념을 정립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GPS 수신기의 보급에 힘입어 6개월 전부터 필요 경비를 직접 충당하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한민홍 교수 외에 대학원생 3명이 함께 참여한 이 시스템은 어느 특정 사람의 목소리만 인식하는 종속 형태로 되어 있지만, 불특정인의 목소리도 인식할 수 있는 독립 형태도 가능하 다고 음성 인터페이스를 담당한 최관선씨 (산업 공학대학원 3기, 로보트 지능연구실)는 말한다.


입력된 자료는 현재 서소문에서 동대문, 경복궁, 서울역까지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료만 입력한다면 전국 어느 곳의 도로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소프트 웨어를 담당했던 장택준, 김태진씨 (석사 1기) 의 설명이다.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교통 체중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주행 자동 안내 시스템의 활용 범위는 매우 넓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무인 비행으로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찾아가게 할 수 있는 군사용, 통신망, 상하수도 관리, 항해용 등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과거처럼 콤파스나 자, 나침반, 지도를 사용해 좌표를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1~2년 안에 실용화 된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통 체중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문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입니다." 


덧붙여서 위험물을 색깔로 표시해 피해갈 수 있으며, 대전 역스포 행사 기간에는 사람없이 움직이는 무인 자동차에 교통 상황정보가 들어있는 한 단계 앞선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선진국에선 이미 실용화

한편, 자동 주행 안내 시스템은 미국이나 이웃 일본에서는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기능은 단순하지만 약 3백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이면 자동 주행 안내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실례로 일본 미쯔비시 전기가 개발한 카 네비게이션 시스템즈(Car Marigation Systems : 자동차 항법 시스템) 의 경우 교차점을 입력하면 1킬로미터 지점 앞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250미터 앞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로 유도 안내가 흘러나오는 것이 특이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 현대전자에서도 지난 2월, 카 네비게이션 시스템즈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교수님이 개발한 자동 주행 안내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실용화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자동차에 장착한 하드웨어의 크기를 줄여야 하며, 보다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디퍼런시 시스템 (Differential System) 설치가 필요하다. 또 교통 혼잡에 관한 교통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한다.


주행 경로를 계획함에 있어 현재는 목적지까지의 가장 짧은 거리 산출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것이 반드시 최소 시간 거리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교통 혼잡에 관한 교통 정보를 자동차에 장착된 컴퓨터에 자동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무선 중계 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주행 경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심이 해결과 자동 주행 안내 시스템이 자동차에 장착된다면 교통의 고른 분산으로 인해 짜증나는 교통 체증이 줄어들 것이며, 운전자들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함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이 차장, 김포공항에서 중국의 주요 없체 대표인 Mr.장을 차에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목적지는 시청 앞에 있는 플라자 호텔. 토요일 오후라 교통체증은 이미 각오한 바이다. 그러나 걱정이 없다. 


도중에 자동 주정 안내 시스템을 작동시켜 본다. 스피커를 통해 '무슨 안내를 해드릴까요. 목적지를

말씀해 주십시요'라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 차장은 "시청 앞 플라자 호텔"이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자동차에 장착된 자그마한 모니터에는 서울 시내 지도가 나타나고, 자신이 탄 차는 빨간 십자 모양으로 감박거린다.  잠시 후, 모니터에 나타난지도 목적지까지의 가장 짧은 거리와 차가 덜 막히는 길이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모든 일에 있어 시간은 곧 돈이다. 특히 무역업을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하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길을 달린다. 신통한 자동 주행 안내 시스념을 쓰다듬으면서...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5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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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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