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 1993년 5월호 - 21세기 첨단 연구소 4

컴퓨터와 통신의 '전문' 업체로 성장. 대우통신 연구소




"이번 시즌 핫 이슈가 되는 개인용 컴퓨터는 대우가 만든 리딩에지사의 모델 D이다. 가격은 IBM의 절반정 도에 불과하다." 


1985년 12월 23일자 비지니스 위크지는 한국의 도약에 관한 특집 기사를 통하여 자동차는 현대, 가전제품은 삼성과 금성, 그리고 컴퓨터는 대우를 거론하였다. 


그 외에도 모델 D와 관련한 기사들이 미국의 유명 언론사에서 쏟아져 나왔다. 


"IBM 호환기종 PC 분석결과 대우가 만든 모델 D를 최우수 상품으로 선정 (1985.10 컨슈머 리포트)"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컴퓨터, 대우 모델 D(뉴욕타임즈 1985.7.16)"  


"아시아 국가들 미국 PC 시장에 침투 성공. 한국산 모델 D 등이 굉장한 인기 끌어 (월 스트리트 저널 1986.1.10)"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상품 대우의 모델 D, 일본 에퀴티원과 아울러 저가격이지만, 주저하지 말고 사서 사용할 것을 권유(워싱톤 타임즈 1986.1.21)"  


"한국의 기술 침투 대우통신 모델 D가 이미 10만대 판매돌파 (1986.7.1)" 


1985년에서 1986년에 걸쳐 보도된 이 기사들은 한결같이 대우통신 '모델 D'에 호의적이다. 대체 어떤 제품이었기에 이런 기사들이 연거퍼 실릴 수 있었던 것일까? 대우통신이 탄생시킨 바로 그 모델 D에서부터 이번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보자.




미국에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던 '모델 D' 


모델 D는 대우통신이 16비트 컴 퓨터의 국산화를 목표로 시작한 프로 젝트의 산물이다. 회사를 만든지 불과 여섯달 정도 지난 84년 1월부터 개발에 착수한 제품이다. 


당시는 컴퓨터 기종이 8비트에서 16비트로 PC의 주력 기종이 옮겨가는 분위기였던 국내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이들의 16비트 PC 생산 계획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PC 개발이 선선한 일은 아니었다. 제동은 시작부터 걸렸다. IB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 웨어에 가지고 있는 특허권이 문제였다. 침해를 당한 IBM측은 조금이라도 이들의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이 있으면 미국내 수입은 물론, 생산금지까지 당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 현지에서 겨우 찾아낸 IBM 특허권 전문 기술자는 대우통신이 IBM 호환 기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IBM의 특허 침해를 피해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의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시제품을 84년 10월에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제품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 수출선을 확보, 84년 11월 24일 최종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첫 열매를 맺었다. 기업에서 연구 개발은 곧 상품화로 이어지는 작업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 "백억을 투자해서 일억을 벌어들이는 연구라면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기업은 바로 상품으로 이어져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라는 컴퓨터 상품 개발 센터 연구지원부 정길 차장의 주장을 모델 D는 그대로 실현해 낸 제품이다. 





PC 생산 기술의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었던 결실과 이렇게 영근 열매를 바로 수출로 잇대어 이윤까지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컴퓨터 미국 수출의 길을 튼 모델 D 시리즈는 아직도 지속적으로 D2, D3 등의 수출로 이어졌고, 88년 말에는 50만대 컴퓨터 수출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대우통신의 미국 유통 회사인 리딩에지 사는 92년 기준 미국내 컴퓨터 업체 매출 순위 1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우전자와 통신의 합병한 체제로 


수출 전선에서의 활약과는 달리 대우 컴퓨터는 국내 시장에서는 다소 주춤거린다. 요즘은 더구나 아직 대우전자 컴퓨터 부문과 대우통신이 합쳐진 뒤의 여파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탓인지 대우전자가 가지고 있던 시장점유율도 많이 잃어버렸다는 것이 컴퓨터 판매업계 관련자들의 분석이다. 


한때 국내에서는 '아이큐' 시리즈로 8비트 컴퓨터 시장을 주름잡던 대우컴퓨터는 16비트로 전환하고 나서 프로시리즈로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소래는 중형 컴퓨터와 통신기기를, 서울역은 PC를 


1983년 9월, 컴퓨터와 통신기기 전문 업체로 시작한 대우통신은 현재 대우전자 컴퓨터 사업부를 흡수하였다. 대우통신 연구소는 인천 근방의 새우젓 시장으로 잘 알려진 소래와 서울역에 자리하고 있다.


소래 종합연구소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시홍시에 있다. 중형컴퓨터급 이상의 컴퓨터와 통신기기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소래 종합연구소는 현재 3부 8실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통신기기, 교환기 등의 3부로 나누어 각 부별로 다시 8실로 구분한다.


국내기술로 중형컴퓨터를 개발한다는 취지하에 금성, 대우, 삼성, 현대 4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타이컴(Tiger COMputer)'의 버전업 작업에 여념이 없다. 


타이컴은 기본 부분만 공동 개발했을 뿐, 나머지 확장슬롯이나 기능 향상, 판매 등은 각 사별로 독자적으로 행하고 있어 이미 각사가 내놓고 있는 타이컴은 '타이컴은 타이컴이되 모두 다른 타이컴'이다. 


대우통신은 DTC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주로 국책과제 중심의 연구를 주로하는 소래 연구소는 1992년 10월에는 486PC용 단일칩 시스템 콘트롤러를 발표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란 하마단시에 건전지식 국설교환기 TDX외에 전송장비를 설치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역 상품개발센터는 바로 시장에 내놓을 제품들, 즉 적기 출하가 생명인 제품들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센터이다. 


크게 컴퓨터 개발부와 사무기기 개발부로 나뉘는 상품개발센터는 PC, 모니터, 소프트웨어, 팩시밀리, 전화, 프린터 등을 연구 개발한다. 


"국민총생산이 1만불이 넘는 정도가 되면 미래를 위한 연구 등에 신경을 쓰겠지만, 우리처럼 5천달러에서 1만불 사이에 있는 나라는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 하는 연구 지원부의 정 길 차장은 이미 있는 제품도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더 나은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오늘날 기업체 연구 개발의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이후의 개발 계획에 대해 "앞으로 이라고는 아무도 장담 못합니다. 그만큼 컴퓨터 산업에는 변수가 많고 발전 속도 역시 누구도 예측 못할 정도"라면서 대우통신이 제일 최우선으로 먼저 할 일은 노트북 컴퓨터에 큰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다음으로는 이번에 인텔이 발표한 펜티움 칩을 장착한 PC를 발표하는 일과 멀티태스킹과 멀티 유저 지원이 가능한 PC를 선보이는 것이 현재 세워진 일이라고 밝힌다. 대우 상품개 발센터는 1백여명의 연구 인원이 일 하고 있다.






연구 의욕 돌구는 제도 만발


대우통신 소래 연구소는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인 연구 개발에 몰두하는 연구원들이 자칫 슬럼프에 빠지거나 침체되는 경우를 가급적 없애는 방향으로 연구소 운영에 힘쓰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몇 가지 남다른 제도를 마련하여 선의의 경쟁을 자극하거나 격려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이 달의 연구원 제도이다. 이 제도는 늦게까지 남아 연구에 전념하고 사람들에 대한 달리 보상이 없어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부서장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데, 뽑힌 연구원에게는 2박 3일 휴가가 주어지고 휴가비 명목으로 10만원의 상금과 대우에서 운영하는 국내 각 곳의 콘도미니엄까지 빌려준다. 


그간 연구에 몰두하느라 잃어버렸던 가족을 되찾고 휴식을 취한 제도이다. 그 다음으로는 사내 논문 발표제도도 있다. 


이들은 각 팀이 연구하고 있는 논문을 발표하여 우수 논문을 시상한다. 


또한 실시할 계획으로 하고 있는 우수팀 선정, 수상 제도 등도 있다. 이 시상은 연구소장이 자유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수상할 수있다.



"게임을 달리해야 합니다"


컴퓨터 개발업체는 시시각각 변화 하는 컴퓨터 업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조차 숨가쁘다. 


미국과 일본의 초대형 거대 기업들이 일년에도 엄청난 규모의 연구 개발비를 쏟아 부으며 거두는 결실들은 우리 기업들로서는 아직 꿈이다. 


"주도할 능력도 안 되고, 선도할 힘도 없으면서도 그렇다고 개발을 놓을 수도 없는 입장" 이라는 어느 연구원의 고백은 선진국 중심의 컴퓨터 부분을 어떻게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조섞인 한탄과 진퇴양난의 어려움이 집약되어 있다.  


대우통신은 수출 중심의 회사가 되고자 한다. 현재 수출을 위해 달리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와는 "게임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이 체계적인 정책을 세워 질주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전문회사로 나아가는 길. 그것이 이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을 길이다. 대우통신은 컴퓨터와 통신의 전문업체로 남고자 한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5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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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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