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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25 마이컴 1993년 5월호 - 허운나 칼럼, 컴퓨터와 교육의 인간화




마이컴 1993년 5월호 - 이달의 칼럼

컴퓨터와 교육의 인간화



요즘 우리의 학교는 아동들의 정신(마음) 더 나아가서 정서를 발달시키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아동들에게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있다. 


물론,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를 주지만, 이것은 공부를 위한 동기라기 보다는 강박 관념에 더욱 가깝다. 


언제 부터인가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더불어, 인간의 정신(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를 잃어가고 있다. 아동들은 이 속에서 "자신감"이나 "자아 의식"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중퇴를 하는 비율이 늘어가서 교육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청소년 범죄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교육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지상에는 옛날이면 생각할 수도 없었던 10대 청소년들의 비행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어린 여학 생들의 성 추행 문제, 또래 아이들의 돈이나 소지품 뺏기, 또는 육체적 고 통을 가하고 정신적 압박을 가하는 등, 부모나 교사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학습환경의 어두운 그늘에서 폭력이 독버섯처럼 음성적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럴까? 우리는 이런 현상을 방관만 하고 있어야만 하는가? 아동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스스로 의미 있는 한 인간으로서 사회 속에 쓸모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발달을 위해 능동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어야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젊은 에너지와 자칫 어둠으로 접어들기 쉬운 정서를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산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매체의 역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기존 교육 체제를 확장시킨다는 소극적 자세보다는, 교육의 형태와 과정을 전면적으로 전환시켜서 학교를 참된 인간을 기르는 학습의 장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컴퓨터와 멀티미디어 (비디오 디스크 등과 같은 첨단매체 포함) 등이 학교 현장에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첨단 기기들은 처음에는 학교 교육의 효율성 제고라는 목표하에 도입되었다.


가령, 우리 나라의 교육방송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낙도라든지, 깊은 산속의 학교들에 대도시와 똑같 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기회의 확대 및 교육의 질적 균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도시에서의 교육방송은, 인간인 교사의 강의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시각적 영상이 필수적인 개념의 도입이나, 실험 등의 분야에 교사력을 증강시킬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런 초기의 교육의 효율성 제고라는 목적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는 지금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교육방송은 과외의 형태로 사용되는 등 점차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지루한 교실학습의 연장으로 전락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이런 매체들의 특성과 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교육에 대한 비견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컴퓨터를 연결한 첨단 매체들은 가격도 낮아지면서, 그 활용이 무척 다양해지고 다루기가 점점 쉬워져서, 교육현장을 개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기서 이런 첨단 매체가 교육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문제 학교에서 살아있는 현장 학교로  

일본의 도쿄 시로가네 (東京白金) 학교의 사례를 보자. 이 학교는 동경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국민학교로서 한 학년에 1학급밖에 없고 한 학급당 20여명 밖에 없는 작은 학교이다. 


이 학교는 1년 전까지만 해도, 폭력학교로 악명 높던 학교이다. 이 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한 반에서 그대로 올라간다. 이것이 좋은 점도 많을 수 있지만, 만약 학생들 사이에 폭력이 있는 경우, 선생님 모르게 비밀리에 동료 학생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는 학생들은 6년 내내 지옥같은 생활을 보내게 된다.


이 학교에서는 이런 괴로움 속에서 자살을 하는 학생도 있었으며, 교사들이 1년을 넘기지 못하는게 예사이며, 이 때문에 학생수가 점점 줄어서, 전교 학생수가 고작 110명으로 폐교의 위기에 처한 그런 학교였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선생님이 계셨다. 그는 가리아도 선생님으로서 원래 장애아를 위한 학교에서 오래 재직하면서 정보공학 기기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여 성공을 하였던 선생으로 이 학교로 자청하여 왔다. 


가리아도 선생은 우선 6학년 학생들에게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고,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랩톱 컴퓨터(Mac Power Book 100)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이 선생님의 명성 때문에 일본 애플사를 비롯하여 여러 회사가 장비들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는데, 이는 모든 학생들이 교실 속에 있는 어떤 특정 물건이 되어서 이 물건을 통해 자기 스스로의 세계를 바라보도록 하는 프로젝트였다.


아동들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사물의 그림을 나름대로 그리고 그 사물의 눈을 통해서 (사물을 의인화시켜서) 이야기를 써 나간다. 아동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컴퓨터를 통해 쉽게 쓰고 편집하면서 여러모로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가령 한 아동은 학급에 있던 "우산"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야기를 썼는데, 이런 식이다. "자신의 주인이 자기를 잊어버려서 영 안 나타나는 사이에 다른 잊어버린 우산들 속에서 목마르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사이에 다른 우산의 주인들이 와서 기쁘게 재회하는데 자신은 혼자만이 외롭게 주인을 찾아 다닌다. 그러다 비오는 거리에서 자신의 주인을 발견하고, 그 기쁨의 재회를 한다." 등의 줄거리이다. 


이는 이 학생이 우산을 통해서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을 갈망하고 있는, 고독한 자신을 묘사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사물을 통해서 자신을 보도록 하는 것인데, 컴퓨터가 직접한다기보다 수단이 되어주는 것이다. 


또 가장 성적이 떨어지는 한 학생이 있었는데, 그가 두개의 시계를 겹쳐서 애니메이션을 그렸는데, 울퉁불퉁하게 잘못 그려서 마치 심장이 두개 팔딱거리는 것 같다하여, 아이들이 "심장 박동 시계(Heart beating watch)"라는 별명을 부쳐주게 되고, 그는 유명해졌다. 


그러자 그 아동은 자신감이 생겨서 점차 컴퓨터 작문과 그림에 열중하여 하이퍼미디아 전문가가 되어 버렸다.  


가리아도 선생님은 3개월이 지나 아이들이 손쉽게 컴퓨터를 다루어 작문 등을 하게 되자, 이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로, 사회시간에 랩톱 컴퓨터와 파나소빅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동네의 공원 등으로 가서 나무며, 개미 등을 관찰시켰다. 


아동들은 팀을 짜서 이 손쉬운 카메라를 대상물에 아주 가까이 근접시켜 촬영함으로서 개미의 숨소리까지도 듣거나 땅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아서 느낀 것을 즉시 Mac 컴퓨터에 기록하고 그린다. 


일단 학급에 돌아온 후 아동들은 자기팀에서 그리고 기록한 것들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이야기함으로써 서로의 활동을 비교하고 상대방의 것을 이해하고 감상한다.  


이 프로젝트의 세번째 단계로 가리아도 선생님은 이 학교가 있는 지역의 세밀한 지도를 컴퓨터에 내장시 킨 후 각 팀마다 지도의 한 지점을 선정해서 그곳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맡겼다. 


학생들은 각 팀이 지정한 장소로 가서 여러 가지 관찰을 하게 되는데, 가령 한팀은 "길 잃은 고양이"를 많이 발견하고, 카메라와 컴퓨터를 들고 고양이들을 추적하여, 고양이들이 가는 쓰레기통도 뒤져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알아내고, 이 지역이 부자 지역인데, 왜 고양이들이 많이 버려졌는지 등을 고양이의 눈을 통해 추적하는 글을 썼다. 


또 한팀은 동네에 흐르는 작은 강에 가서 강물을 모아 오염도를 측정하고 왜 강의 산소량이 적은지를 설명하고, 강의 오염의 근원지까지 추적하여 보고서를 썼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아동들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각자의 지도를 만들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서로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 단계로서 아동들은 서로 Email 을 통해 같은 학급의 다른 학생 들과 통신으로 대화한 후 다음에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통신하였다. 


Email은 더 발전하여 Canada의 한 학교와 통화하게 되었는데, 이때 아동들은 서로 사전을 찾아가며 열심히 외국 학생과 대화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활용한 것은 애플링크(Applilink)로서 상대방 나라 아이들과 Tic-Tac-To도 함께 두고,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앞에서 제시한 도쿄 시로가네 학교의 사례에서는 1년 동안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오랜 전통의 교실 상황, 즉 소극적이며, 입시위주로 짓눌리고 닫혀있던, 아동들의 마음을 열고, 스스로의 마음을 발달시키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자신감 있는 성숙한 아동들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물론 우리의 학교 현장은 아직도 다인수 학급의 문제, 하드웨어의 가격문제, 입시위주의 교육과정문제 등 으로 가리아도 선생님같은 혁신적인 시도를 용이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이런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 와 있다. 우리가 혁신적이고 교육적인 교육환경을 만들어 성숙한 인간 교육을 함으로서, 다 함께 우리의 미래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과제는, 우리 교육자들의 비젼과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의 정도에만 제한을 받을 것이다.







    이글은 지금은 없어진 컴퓨터 잡지, 마이컴 1993년 5월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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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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